-네거티브 규제 홍수..기업들 '생존' 걱정
[뉴스핌=이강혁 기자] 정부가 27일 내년도 한국 경제의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3.9%를 제시하고 주택시장 정상화, 서비스업 육성, 일자리 45만개 창출 등 내수 경제 살리기에 중점을 두겠다는 내용이 핵심 골자다.
정부의 예측대로라면 우리 경제는 4년 만에 세계 경제성장률을 앞지르게 된다. 대내외 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반길만한 소식이다. 최근 IMF는 세계 경제성장률을 3.6%로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내수 살리기에 큰 비중을 담당할 수밖에 없는 대기업들은 이같은 발표에 입을 꼭 다물고 있다. A그룹 고위 관계자는 "정부 정책방향에 대해서 무엇을 평가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고, B그룹 관계자는 "긍정적이다 부정적이다 말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시큰둥한 반응을 나타냈다.
기업 입장에서는 내년도 경영계획과 정부의 정책방향에 발맞춰 평소대로 사업하면 되는 것 아니겠냐는 게 그룹사들의 공통된 공식 멘트다.
그러나 속내는 들여다보면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정부의 내년도 우리 경제 살리기 계획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제성장률 전망치 만큼이라도 이익을 낼 수 있으면 행복하겠다는 기업이 한 두 곳이 아니다"라면서 "경제민주화 공세로 경영권 행사 전반이 휘청거리고 막대한 비용까지 지출해야 하는 악재가 많은데 경영환경이 좋아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최근 신규 순환출자 규제나 통상임금 등 노동관련 이슈까지 더해져 이중고, 삼중고를 겪고 있다는 아우성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사업마다 발목을 잡는 네거티브 규제가 홍수를 이루듯 계속 늘어가고 있다"면서 "당장의 생존을 걱정할 만큼 흔들리는 기업이 많은데 내수 살리기 정책기조로 얼마나 더 고통분담을 요구할 지 벌써 막막하다"라고 푸념했다.
사실 많은 대기업이 아직까지 내년도 투자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 사정이 나은 삼성이나 현대차 등 수성의 그룹들도 연말까지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내년 경영전략을 수정하는데 분주할 정도다.
특히 동시다발적으로 휘청거리고 있는 재계 여러 대기업들 문제는 내년에도 쉽게 개선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단적으로 STX, 동양, 웅진 등 여러 그룹들이 올해 동시다발적으로 무너졌다. 국내 재계의 상징격인 현대그룹마저 수년째 반복되고 있는 재무악화를 개선하지 못한 채 최근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한진도 대규모 자산매각을 발표하며 재무개선에 발을 걷었고 동부 역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한 그룹사 임원은 "우리 회사를 비롯해서 여러 그룹들의 강도높은 구조조정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신규 투자를 망설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네거티브 규제에 따른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과 내년 본격화될 근로시간 단축법안, 정년연장법안 등 입법화 문제들이라도 어려운 시국을 감안해 기업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 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게 이 임원의 의견이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