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선두..사장단 '모든 것 빠르게 바꾸자' 논의
[뉴스핌=이강혁, 김양섭 기자] 삼성그룹 내부의 내년 경영 키워드는 '마하(Mach)'로 설정됐다. '마하경영'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수년전 강조했던 경영화두로 삼성 내부에서는 자주 사용하는 용어다.
이 회장은 지난 2006년 "제트기가 음속보다 빠른 속도로 넘어가려면 일반 비행기 부품 갖고는 불가능하다. 부품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마하경영론'을 강조한 바 있다.
선진 기업을 앞서려면 마하 1이 아니고 마하 2~3(음속의 2~3배)이 가능하도록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는 게 그의 지침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이틀간 경기도 용인에서 열리는 삼성 사장단 경영전략 세미나 주제는 '마하경영'으로 설정된 상태다.
이 세미나는 올해의 성과를 돌아보면서 내년 경영전략을 최종적으로 점검하는 자리다.
삼성 수뇌부가 세미나 주제를 '마하'로 꺼내든 것은 내년 경영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게 만든다.
사실 마하경영이 지금 이시점에 필요한 것은 그만한 이유는 있다.
단적으로 삼성전자가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시장 선도자의 위치에 올랐지만 여전히 불안한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업이익의 절반 가량을 책임지는 스마트폰의 성장성이 한풀 꺾이면서 미래 먹을거리에 대한 고민은 어느때보다 깊어진 상태다.
그룹 차원에서도 고민이 적지 않다. 특히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계열사들이 글로벌 기업의 면모를 갖췄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은 시급한 경영현안이다.
삼성 입장에서는 지금보다 더 빠르게 모든 것을 바꾸지 않으면 언제 다시 추격자의 지위로 추락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은 당연한 셈이다.
기술과 제품, 서비스 등 모든 분야의 품격을 높이기 위한 한발 더 빠른 혁신성과 창조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대목이자, 계열사 역시 삼성전자의 성공DNA를 습득하고 세계시장으로 나가야하는 빠른 변화가 필요해 보이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최근 뉴욕타임스도 '삼성, 불안한 선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런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패스트 팔로어'에서 '트렌드 세터'로 변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대한 의존성을 얼마나 빠르게 탈피하느냐에 따라서 충성고객 확보의 키가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타이젠(Tizen)' OS를 스마트폰은 물론 스마트TV 등에 탑재하려는 시도는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애플은 아이폰과 iOS 운영체제, 여기에 아이튠즈 웹기반을 무기로 애플에 열광하는 전세계 마니아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타이젠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스피드를 올려야 하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최근 다양한 사업포트폴리오를 한 곳으로 묶으면서 의사결정 구조를 빠르게 가져가고, 제조중심의 하드웨어 강점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확대를 꾀하는 등의 경영현안은 생존전략이자 수성전략"이라고 말했다.
이날 삼성그룹 사장단 400여 명은 '마하경영' 외에도 '초격차' 'CSV(공유가치창출경영)'를 주제로 뜨거운 토론을 벌였다. 삼성은 삼성전자 등 주력계열사에서 CSV 별도 조직을 꾸리는 등 적극적으로 CSV 전략을 짜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