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채무 대신 떠안아..B2B대출금 상환 유예, 저리 자금지원 요구
[뉴스핌=한태희 기자] "쌍용에서 갚아야 하는데 법정관리라 (은행에) 돈을 물어주게 생겼으니... 급한 불 끌 수 있게 자금 상환이라도 늦춰줬으면 좋겠습니다. 협력사 대부분이 부도 직전이라..."
쌍용건설 협력사 1400곳이 문 닫을 지경에 놓였다. 쌍용건설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 협력사에 1800억원의 자금을 지급하지 못해서다. 이들 협력사는 쌍용건설 대신 은행에 빚을 갚아야 한다.
금융 당국과 은행 채권단이 이들 협력사를 지원하지 않으면 1400개 회사의 줄도산은 불가피하다. 이들 쌍용건설 협력사는 저리 자금대출이나 상환 기간 연장과 같은 지원을 요구한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이 협력사 대신 지급해야 할 B2B대출(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금액은 1800억원에 이른다.
B2B대출은 납품 업체가 물품을 구매한 기업으로부터 받은 어음을 담보로 은행에서 자금을 빌리는 것을 말한다. 대출 만기가 돌아오면 물품 구매기업이 대출금을 대신 상환한다.
만약 물품 구매기업(쌍용건설)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납품 기업(협력사)이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만기일까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높은 대출 연체 이자를 물어야 한다. 또 10일 이상 연체할 경우 해당 기업은 신용등급 강등이나 신용불량과 같은 불이익을 받는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건설은 모든 채무가 동결된 상태. 쌍용건설이 상환해야 할 B2B대출이 고스란히 협력사에 전가된 상황이다.
쌍용건설 협력사 I업체 대표는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협력사가 B2B대출금을 다 갚아야 한다"며 "부도 일보 직전"이라고 말했다.
협력사 D업체 대표는 "지난해 12월초 집 담보대출까지 받아서 인건비랑 자제 구입비를 충당했는데 이제는 방법이 없다"며 "문 닫아야 할 처지"라고 한탄했다. 이어 그는 "이제는 집도 절도 없는 신세"라며 "실업자가 될 위기"라며 한숨을 길게 내뿜었다.
협력사 W업체 대표는 "쌍용에서 받아야 할 돈은(B2B대출 규모가) 10억원 정도"라며 "B2B도 막고(갚고) 인건비도 지급해야 하는데 돈이 나올 구멍이 없다"며 "부도 직전"이라고 강조했다.
쌍용건설 협력사의 개별 B2B대출금은 적게는 5억원에서 많게는 70억원 선이다. 대기업에게 5억원은 적은 돈일지 모르나 중소기업에게 5억원은 회사 미래를 좌우하는 금액이다.
협력사 S업체 대표는 "하도 답답해서 협력사 8곳이 모여 의견을 모으고 민원도 넣어보자고 했지만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협력사 줄도산 위기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3일(오늘) 기준으로 B2B대출 만기일을 넘긴 상태. 오는 10일이면 연체 10일째가 된다. 오는 10일까지 B2B대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협력사는 비싼 연체이자를 물어야 하고 신용등급 강등 및 신용불량 리스트에 오르게 된다. 현 상황이 지속되면 협력사는 부도를 피할 수 없다.
협력사는 대출금 상환 만기일 유예 및 저리 자금 대출과 같은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D업체 대표는 "일단 급한 불부터 끌 수 있게 상환 요청을 유예해 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I업체 대표는 "10년 거치, 2~3% 금리에서 장기 대출하는 특별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김학선 기자] 쌍용건설 협력사 줄도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쌍용건설이 B2B대출금을 지급하지 못해 협력사가 대신 지급해야 하지만 자금 여력이 없는 협력사는 부도 위기에 몰렸다. |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