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의회, 크림반도 방문·여권 발급 절차도 간소화
[뉴스핌=주명호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합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의회는 크림반도를 방문해 병합 요청 검토 의사를 밝혔으며 러시아 정부는 크림반도 내 러시아계 주민들에 대한 여권 발급을 간소화시켰다.
우크라이나 인터넷 매체 '우크라이나 프라우다'는 25일(현지시각) 러시아 하원 독립국가연합 문제담당위원회 레이니트 슬루츠키 위원장이 이끄는 의회 대표단이 크림 자치공화국 수도 심페로폴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대표단은 이날 지방정부 및 의회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주민 투표 및 의회 결정 등을 통해 병합해 요청이 들어올 시 이를 신속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단은 또한 러시아 정부가 크림반도에 거주하는 러시아계 주민들에 대한 자국 여권 발급절차를 간소화시켰다고 전하며 "우크라이나 야권은 지난 21일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함께 서명한 정국위기 타개 협정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2000년대 초반 러시아는 조지아내 자치공화국인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아 주민들에게 대규모 여권 발급을 실시한 바 있다. 2008년 8월 러시아는 두 공화국에 대한 러시아인 보호를 명분으로 조지아와 전면전을 시작했고 전쟁 종료 후 두 공화국이 독립을 선포하자 이를 신속하게 승인했다.
우크라이나 동남부지역은 대대로 강한 친러시아 성향을 보여왔다. 특히 크림반도의 경우 주민의 60%가 러시아계다. 과거 조지아 사례로 비춰볼 때 러시아의 이런 움직임이 향후 우크라이나 정국 향방에 따라 크림반도 합병 시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크림반도는 실제로 오랫동안 러시아 영토에 속해왔다. 1791년 러시아에 병합됐던 크림반도는 1954년 러시아에 병합된 후 1954년 니키타 흐루시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우크라이나에 친선의 표시로 넘겨줄 때까지 소련 치하에 있었다. 문화적으로도 러시아권에 속해 크림반도 지역은 이미 오래 전부터 분리독립 여론이 높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