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기 국채 4%대 금리에 30억유로 발행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구제금융 지원 4년만에 국채 발행에 나선 그리스에 투자자들은 열광했다. 30억유로 규모의 5년 만기 국채를 5%에 못 미치는 금리에 발행한 것.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디폴트 위기에 몰렸을 뿐 아니라 경제 펀더멘털이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이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았다.
올해 유로존 경제 회복과 유럽중앙은행(ECB)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그리스 국채의 ‘사자’를 부추긴 것으로 해석되지만 시장 전문가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투자자들이 고수익률에 굶주린 결과일 뿐 더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사진:AP/뉴시스) |
10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그리스는 30억유로 규모의 5년 만기 국채를 4.95%에 발행했다.
이는 그리스 정부의 당초 예상을 훌쩍 넘는 결과다. 그리스는 25억유로의 국채를 5.0~5.25%에 발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디폴트 리스크가 극에 달했을 때 그리스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무려 30%에 달했던 사실을 감안할 때 이날 발행 결과는 대단한 반전이라는 평가다.
그리스 국채를 매입하려는 투자 자금이 홍수를 이뤘다. 업계에 따르면 무려 550개 계좌에서 200억유로의 자금이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앞으로의 전망도 긍정적이다. RBS의 마이클 미켈리덷스 채권 전략가는 “그리스는 연말까지 적어도 두 차례 국채 발행을 추가로 실시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이른바 트로이카에 대한 그리스 정부의 협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투자 열기는 그리스의 경제 펀더멘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구제금융 지원과 이른바 헤어컷(채무금 공동 손실 부담), 그리고 강도 높은 긴축 등을 통해 그리스의 경제가 개선된 것이 사실이지만 여전히 위기 상황을 모면하지 못한 실정이다.
올해 경제 성장률은 0.6%를 기록해 간신히 침체를 벗어날 전망이다. 정부 부채는 여전히 GDP 대비 177%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 상황도 살얼음판이다. 경제 활동 인구 가운데 25% 이상이 실직 상태이며, 특히 청년 실업률은 50%를 웃돌고 있다. 여기에 정부 제도 및 민간 경제의 구조 개혁은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중론이다.
디플레이션 리스크도 그리스가 직면한 어두운 현실 중 하나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1.5% 하락해 13개월 연속 내림세를 나타냈다.
한텍 마켓의 리처드 페리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고수익률을 찾는 데 혈안”이라며 “사실상 유럽중앙은행(ECB)이 보증하는 국채를 5%에 가까운 수익률에 매입할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