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지유 기자] # 회사원 A씨는 요즘 어머니 걱정에 밤잠을 설친다. 하루에 2번만 배가 드나들 정도의 외딴 섬에 홀로 사는 어머니가 복통을 자주 호소해서다. A씨는 '어머니가 힘들게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 중소기업 대표인 B씨는 매일 현금과 전쟁을 치른다. 원자재 구매대금은 물론 직원들 급여까지 돈 쓸 곳이 한 두곳이 아니다. 법인세 등 각종 세금을 제때 내는 것도 고역이다. 세금을 내려고 은행에서 현금을 찾을 때면 B씨는 "카드로 납세하면 도움이 될 텐데"라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현행법 상 카드로 납세가 가능하지만 1000만원 초과일 경우에는 현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연일 '규제개혁'을 강조하고 있지만, 핵심 규제개혁의 물꼬를 틀어야 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는 개점휴업 상태다. 지난 2월 임시국회 당시 야당의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의 사퇴 요구로 파행한 뒤 열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18일 오전 10시 예정돼 있던 전체회의도 여야는 '국회가 안 사장 해임 문제로 갈등을 빚는 것은, 진도 여객선 침몰 애도 분위기와 맞지 않는다'며 당일 오전 연기했다.
기재위 간사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그동안) 대통령께 안홍철 KIC 사장 문제를 조속히 처리할 것을 국회가 여야 공동으로 요구했는데, 현재까지 안 사장 관련 문제에 아무런 진전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가적으로 참담한 재난 상황에서 이 문제를 두고 국민 앞에서 질책과 갈등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며 "야당 기재위 의원들은 이와같은 상태로 회의를 여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 회의를 열지 말 것을 새누리당 측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 지난 2월 임시국회 당시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의 과거 트위터 발언을 문제삼아 결국 기재위는 파행을 맞았다. [사진=뉴시스] |
기재위가 야당의 안 사장 해임 문제제기로 파행하는 동안,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조특법) ▲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서비스산업발전법) ▲ 국가재정법 개정안 ▲국세기본법 개정안 ▲ 파생금융상품 과세법안 등 주요 법안들이 잠을 자고 있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과 직결돼 있다. 특법은 우리금융지주 내 지방은행 계열사인 경남·광주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세금 약 6500억원을 감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야가 22일 조세소위를 열고 '원포인트' 개정할 것에 합의해 우리금융 민영화의 첫 단계인 경남·광주은행 매각에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다른 법들과 달리 사안에 대한 '시급성'이 인식돼 우선 처리될 전망이다.
그러나 다른 법안들은 여전히 기약 없는 잠을 자고 있을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암덩어리'라고까지 표현한 규제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
A씨는 '서비스산업발전법' 처리가 절실하다. 서비스산업발전법은 기획재정부가 4월 임시국회에서 우선 통과돼야 할 법안 1위로 꼽기도 했을 정도로 규제개혁의 중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법은 지난 2012년 7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2년 반 가까이 잠들어 있다.
서비스산업발전법이 통과되면 박근혜 정부가 강력 추진 중인 의료·교육·관광 등 서비스산업의 규제가 상당부분 완화된다. 특히 의료업의 경우 원격진료와 영리자회사 및 부대사업 허용, 민간의료보험도입 등이 가능해진다. 이는 보건의료계가 법 처리에 반발하는 이유기도 하다. 보건의료계는 법의 국회 통과 시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강력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정치권에서는 상당한 부담을 느낀다.
B씨는 국세기본법 개정안 통과가 한시라도 아쉽다. 개정안은 국세 신용카드 납부한도를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인상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대표적인 민생법안이다. 현행 세법은 납부할 세액이 1000만원 이하에 해당하면 국세납부대행 기관을 통해 신용카드와 직불카드 등으로 납부가 가능하다.
한편, 연기된 기재위 전체회의는 23일 열릴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김지유 기자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