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전주=장주연 기자] 이제 겨우 만 스무 살. 하지만 배우라면 누구나 꿈꿀 칸국제영화제(영화 ‘시’, 2010) 레드카펫도 밟아봤고 주연작 ‘명왕성’(2012)은 베를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됐다. 게다가 지난 1일에는 개막작 ‘신촌좀비만화’의 주인공으로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JIFF)까지 찾았다. 물론 그렇다고 단순히 ‘운이 좋은 배우’라고 치부하면 섭섭하다. 이래 봬도 연기경력 11년 차 베테랑이다.
그간 다수의 작품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이다윗(20)을 영화제가 한창인 전주에서 만났다. 인터뷰 시간 동안 잠시 지켜본 그는 나이에 비해 차분하고 어른스러웠다.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더욱 그랬다. 하지만 JIFF에서 ‘신촌좀비만화’의 표가 매진돼 볼 수 없다는 말에는 금세 아이처럼 환하게 웃었다.
제15회 JIFF 개막작 ‘신촌좀비만화’는 류승완, 한지승, 김태용 감독이 모여 만든 3D 옴니버스 영화로 ‘유령’ ‘너를 봤어’ ‘피크닉’ 세 이야기로 구성됐다. 이다윗이 출연한 ‘유령은’ 지난해 세상을 발칵 뒤집은 신촌 사령카페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영화는 가상과 현실을 혼동한 청소년들을 통해 사춘기의 불안을 이야기한다.
“전주국제영화제에 온 것도 처음인데 개막작으로 초청된 거라 매우 좋아요. 사실 별생각 없이 ‘개막작이네!’ 했는데 류승완 감독님이 ‘네가 개막작 배우야’라고 하시더라고요. 그제서야 실감났죠. 사실 처음 칸 갔을 때도 어려서 뭔가 크게 느끼진 못했거든요. 근데 지나고 보니 제가 어마어마한 곳을 갔더라고요(웃음).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아마 시간이 지나면 얼마나 대단한 건지 더 느끼겠죠?”
극중 이다윗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고등학생 승호를 연기했다. 그는 사령카페 단체톡에 빠져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인물이다. 사령카페에서 만난 여우비(손수현)와 대화하는 게 큰 즐거움인 승호는 여우비의 절박한 부탁에 이번 일만 해결되면 그와 사귈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에 부푼다.
“이 사건은 실화잖아요. 그런데 왜 그랬는지 결과만 있고 원인이 확실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걸 이해한다는 게 되게 어려웠어요. 사건에 대해 공감이 가거나 완전히 인물을 이해할 순 없지만 캐릭터의 습관 등에 집중해서 연기했죠. 가상공간에서 인맥을 쌓은 친구들도 많이 관찰했고요. 사실 전 의사소통을 하는 데 있어서 텍스트보다는 직접 대면하거나 전화로 이야기하는 걸 더 좋아하죠.”
지난해부터 늘 “이제 밝은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그지만 정작 이번에도 결핍을 안고 있는 인물을 연기했다. 왜 또 이런 역할을 맡았느냐는 장난스러운 질문에 “나도 잘 모르겠다”며 시원하게 웃었다. 물론 지금도 앞으로도 밝은 캐릭터를 해볼 생각은 여전하다. 이왕이면 허당기 있는 어리숙한 역할을 맡고 싶다.
“말은 만날 그랬죠(웃음). ‘명왕성’ 찍을 때가 열아홉이었는데 이십대 부터는 밝은 거 하자고 다짐했어요. 근데 그 뒤로도 계속 이러고 있네요. 밝은 캐릭터 연기하고 싶다고 하면서도 이런 영화나 캐릭터에 관심이 더 가는 건 사실이죠. 시나리오를 읽으면 더 재밌겠다 싶기도 하고요. 그래도 앞으로는 좀 다양한 캐릭터 연기해보고 싶어요.”
이다윗은 5일까지 전주에 머물 예정이다. 공식 일정이 마무리되면 영화를 보면서 여유를 즐기고 싶은 작은 바람도 있다. 영화제 기간에 보고 싶은 영화는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언더 더 스킨’. 이해할 수 없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마지막에 눈물을 흘린다는 평이 그를 흔들었단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제 색깔을 확실히 만들어 놓은 이십 대 청년 이다윗은 앞으로도 자신만의 야무진 꿈을 꾸며 계속해서 걸어나갈 생각이다.
“제대로 단편영화 하나 찍는 게 꿈이에요. 코믹하면서도 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 분명한 작품이었으면 해요. 아무래도 지금 그런 공부를 하고 있으니까 욕심이 나죠. 근데 지금까지는 연기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몰랐는데 생각해야 할 게 너무 많더라고요(웃음). 언젠가 음악을 만들어서 앨범도 내고 싶고요. 물론, 배우로서의 길도 가야겠죠? 이왕이면 그때그때 인물에 잘 녹아드는 자연스러운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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