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예고편 공개만으로 온라인이 들썩였다. 괜히 ‘19금 파격 멜로’란 수식어가 붙은 게 아니었다. 더군다나 그 중심에는 젠틀남의 대표주자 배우 송승헌(38)이 있지 않은가. 낯설었고 그만큼 파격적이었다.
영화 ‘인간중독’ 개봉을 앞두고 프로모션 인터뷰차 송승헌을 만났다. 스크린 밖에서도 그의 조각 같은 얼굴은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다정한 말을 건네는 데 서툴다고 자폭(?)했던 그인데 어째 매 순간 상대의 이야기를 놓치는 법이 없다. 직접 마주한 송승헌에게는 예의와 배려, 그리고 당당함이 함께 존재했다.
송승헌이 김대우 감독의 신작 ‘인간중독’으로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인간중독’은 베트남전이 막바지로 치달아 가던 1969년, 엄격한 위계질서와 상하관계로 맺어진 군 관사 안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비밀스럽고 파격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무적자’(2010) 이후에 제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많이 생각했죠. 대중은 배우에게 원하는 색깔이 있어요. 송승헌이란 배우에 국한된 이미지가 있는 거죠. 그걸 좀 깨보고 싶었던 찰나에 이번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파격적인 걸 떠나서 부하의 아내를 사랑한다는 설정 자체가 굉장한 도전이었죠. 이거면 제 색깔을 바꿔볼 수 있겠다 싶었어요. 물론 거기에는 김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가장 컸고요. 지금은 이거 안 했으면 어쩔 뻔했을까 정도?(웃음)”
극중 송승헌은 모두의 신임을 한몸에 받는 엘리트 군인 김진평을 연기했다. 그는 난생처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가진 여인이자 부하의 아내 종가흔(임지연)과 진정한 사랑을 나누는 인물이다. 송승헌은 김진평을 통해 지고지순한 로맨티시스트로서의 면모를 선보인다.
“김진평이란 인물이 감독님, 그리고 저와 비슷한 면이 많아요. 내성적이면서 무뚝뚝한 면이 특히 그렇죠. 제 모습이 투영됐다고 생각하니 더 애착이 가고요. 사실 이 영화가 정말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잖아요. 감독님이 사랑은 저 사람이 아니면 숨 쉴 수 없는 것이라고 정의하더라고요. 많은 이들이 그런 사랑을 해봤을 거고 저 역시 그렇죠. 그래서 끝을 알면서도 불 속으로 뛰어드는 김진평을 연기하면서 처음 누군가를 사랑했을 때 감정을 많이 살렸어요. 여느 작품보다 제 느낌, 경험을 많이 넣었죠.”
실제 첫사랑의 느낌을 살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문득 그의 사랑 이야기에 관심이 생겼다. 어쩐지 풋풋하고 아름다운 추억만 있을 듯한 송승헌의 첫사랑에는 예상치 못한 시련(?)이 있었다. 물론, 그 경험은 ‘남자’ 송승헌을 한층 더 성숙하게 만들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한 여학생을 보고 사랑에 빠졌죠. 근데 좋아한다는 말을 못했더니 더 적극적인 남자와 만나더라고요. 저에겐 일종에 사랑의 트라우마죠. 그리고 1~2년 후에 다시 혼자가 된 그 친구와 만났어요. 왜 좋아했으면서 그때 말하지 않았느냐고 묻더라고요. 제 내성적인 성격 탓이었던 거죠. 속으로만 좋아하고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몰랐던 거예요. 여자는 왜 적극적인 남자를 좋아하는 거야?(웃음) 아무튼 그날 이후로 혹여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제 마음을 표현하게 됐죠. 조금 적극적이 된 거예요. 이런 사랑을 해본 게 세 번 정돈데 그때마다 그랬어요. 다시 그런 시행착오를 겪기 싫었던 거죠.”
사실 이번 작품은 송승헌에게 의미가 남다르다. 상투적인 말이라고 여길지라도 어쩔 수 없다. 그는 배우 생활 18년 만에 처음으로 스스로 만들어 놓은 울타리 밖으로 나갔다. 그랬기에 (‘인간중독’에서 확인할 수 있는) 파격적인 장면도 소화할 수 있었다. 물론 아직 어색하고 얼떨떨하지만 어쩐지 이 기분이 싫지만은 않다.
“20대의 저라면 못했을 거고 안 했을 거예요. 항상 스스로 정해놓은 선 너머로 나가지 않았죠. 그런데 이번 기회로 제가 움켜쥐고 있던 걸 놓은 거예요. 그러고 나니 요즘은 배우로서 너무 편해졌고 다양한 역할이 보이더라고요. 다른 역할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죠. 그런 의미에서 ‘인간중독’은 전환점이 된 작품이에요. 큰 계기가 될 수 있는 중요한 터닝포인트이고요. 물론 그렇다고 이번 작품 하나로 제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바뀔 거라고 보지는 않아요. 다만 ‘이런 시도도 했구나’, ‘배우로서 움직이려 하는구나’ 이런 노력을 봐주셨으면 하죠. 분명 그간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웃음).”
[사진=호호호비치 제공]
‘인간중독’이 개봉 전부터 대중들의 관심을 받는 데는 송승헌과 임지연의 농도 짙은 연기도 한몫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촬영 당시 두 사람의 호흡이 궁금해졌다. 동시에 선배 송승헌이 보는 신예 임지연에 대한 질문도 얹었다. “자기가 가진 매력을 자신이 모르고 있어요. 실제 (임)지연이는 순수하면서 소탈하죠. 그런데 화면에서는 굉장히 빛나요. 어떻게 보면 그건 타고나는 거죠. 자기만의 분명한 매력이 있고 기본적으로 착한 친구예요. 지금의 눈빛을 간직하면서 프로로서 느낌을 살린다면 분명 좋은 배우가 될 거예요. 그런데 이 이야기를 직접 해준 적이 없네요(웃음). 마음에는 있는데 제가 살가운 말을 잘 못 해서요. (임)지연이 입장에선 제가 자기를 싫어하는 줄 알고 서운했을 거예요. 그런 부분에서는 미안한 마음이 있어요. 사실 제가 친한 사람과 아닌 사람 앞에서 차이가 커요. 낯을 많이 가리다 보니 오해도 많이 받죠. 그래서 한 사람을 오래 사귀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요. 혹 내가 이 사람보다 저 사람과 있을 때 더 빛날지라도 한 사람과 오래가는 게 더 편하죠. 그래서 이번 작품 하면서도 가장 좋았던 게 김대우 감독님을 만난 거예요. 영화적인 이유를 떠나서 제가 믿고 따를 수 있는, 인생 선배이자 지인이 생겼죠. 감독님은 정말 제가 평생 볼 분이에요. 항상 귀 기울일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는 기쁨이죠. ‘아~ 저 사람 되게 오래 보고 싶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 작품을 하면서 느낀 큰 기쁨입니다.” |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