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역시 현빈은 달랐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팬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정말 이렇게까지나 뜨거운 반응일 줄은 몰랐다. 배우 현빈(32)의 제대 복귀작 ‘역린’은 13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334만6778명의 관객을 모았다. 지난달 30일 개봉 이후 일일 박스오피스 정상 자리도 꾸준히 지키고 있다. 손익분기점이야 거뜬히 넘겼다.
현빈을 마주한 건 ‘역린’ 개봉 2주 뒤였다. 세월호 희생자를 애도하는 뜻에서 인터뷰를 연기했던 터라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서야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길진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꽤 많은 일이 있었다. '역린'은 언론의 혹평에 시달렸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관객이 가장 많이 찾은 작품이기도 했다. 이렇게 극과 극 반응을 오가다 보니 주연 배우의 마음은 누구보다도 복잡했을 터. 하지만 현빈은 생각보다 훨씬 차분했다.
“무엇보다 많은 분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하죠. 솔직한 마음으로는 앞으로 더 많은 분이 보셨으면 좋겠고요(웃음). 물론 쓴소리도 필요하죠. 언제나 좋은 이야기만 들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이유 있는 쓴소리, 그리고 대중의 목소리는 충분히 듣고 받아들여야 해요. 어쨌든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따른 거니까요.”
영화 ‘역린’에서 정조를 열연한 배우 현빈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물론 사극이라 제약이 많았어요. 맡은 역이 왕이다 보니 캐릭터는 물론, 분장 등 외적인 부분에서도 제약이 있었고요. 수염으로 가려지는 부분부터 안 보이는 디테일한 면도 있잖아요. 아무래도 현대극보다는 제약이 많은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사극이라는 거 자체에 큰 부담은 없었어요. 제가 재밌게 본 시나리오가 사극이었을 뿐이었죠.”
영화가 베일을 벗은 후 가장 화제가 된 건 단연 현빈의 ‘화난’ 등근육이었다. 그는 운동부터 식이요법까지 강행하며 몸 만들기에 애썼다. 물론 평소에 운동을 좋아하는지라 육체적으로는 힘든 게 없었다. 다만 조미료나 소금, 설탕 등을 뺀 식사를 하면서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진 건 사실이다. 게다가 하루에 잘 수 있는 시간은 겨우 두세 시간. 의도치 않게 정말 정조 같은 삶을 살게 됐다고 너스레를 떨던 그는 “결국 이 모든 게 득이 됐다”며 웃었다.
“감독님과도 이야기를 많이 했던 신이고 (홍보 과정에서)그 신 덕을 본 것도 사실이죠. 사실 그 장면만 튈까 봐 걱정도 굉장히 많이 했거든요. 물론 지금은 정조의 성격이 잘 담긴 신이고 찍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운동하는 장면도 마찬가지죠. 정조가 얼마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숨어서 노력했는지 볼 수 있잖아요. 다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그냥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장면은 아니었다는 거예요.”
모두가 알다시피 현빈은 인기 절정이던 지난 2011년 3월 돌연 입대했다. 이유를 묻는 말에 “원래 그 즈음 가려고 계획했는데 감사하게 바로 전 작품이 잘 됐을 뿐”이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20대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30대를 시작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서 내린 판단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더구나 군 생활을 통해 그는 많은 것을 얻었다. 특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사실 입대 전엔 연기를 좋아하지만, 직업이 돼버리면서 ‘일이니까’하고 버틴 부분이 있었어요. 저도 모르게 처음에 좋았던 것들이 조금씩 사라지고 다른 게 채워진 거죠. 하지만 이젠 ‘내가 좋아하는 거니까’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제게 소중했던 게 뭔지 다시 알게 된 거죠. 사실 서른이 되면 막연하게 많은 것이 달라지리라 생각했어요. 연기 부분에서도 많은 경험이 쌓였을 거라 예상했죠. 하지만 막상 서른이 되니 달라지는 건 없더라고요(웃음). 그래도 확실히 생각이 넓어지고 여유가 생겼죠.”
글로는 온전히 전달할 수 없지만 현빈의 말을 찬찬히 듣고 있자니 어딘가 중년의 연륜(?)이 느껴졌다. 말뿐만이 아니라 행동 하나하나도 그랬다. 지금보다 어린 20대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시끄러운 클럽보다는 조용히 소주를 마시는 게 좋고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는 듣는 쪽을 즐긴다. 혹시 이 모든 게 선배들과 자주 어울려 그런 게 아니냐고 물었더니 금세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실제 현빈은 배우 장동건, 박중훈, 공형진, 주진모 등 제법 나이 차가 나는 형들과 가깝게 지낸다.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죠. 그분들은 아날로그부터 디지털까지 모두 경험한 분들이잖아요. 이쪽 일을 하면서 장시간 그 위치를 지키고 계신다는 건 대단해요. 올라오는 것도 힘들지만 지키는 것도 힘들잖아요. 형들을 만나면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듣고 배우죠. 느끼는 것도 많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렇게 된 듯해요. 저는 그 자리가 정말 좋아요. 오랜 기간 같이 보니까 이제 장난도 칠만큼 편하죠. 그렇다고 애교 많은 귀여운 동생은 아니에요(웃음).”
아직 현빈의 차기작은 미정이다. 물론 좋은 작품이 있으면 언제든 달려갈 준비가 돼 있다. 다만 늘 그랬듯 이번 ‘역린’ 프로모션 일정이 끝나면 여행을 꼭 가고 싶다. 여행 가는 걸 좋아하는 그는 매 작품이 끝나면 여행길에 오른다. 낯설고 조용한 장소에서 책을 보고 노래를 듣는 게 나름의 힐링이다. 물론 여행을 마친 후에는 언제나처럼 재정비된 모습으로 관객 앞에 설 계획이다.
“개인적인 욕심일 수도 있는데 이것저것 잘해보고 싶어요.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은 거죠. 저도 저를 다 모르잖아요. 그러니 새로운 모습을 연기했을 때 스스로 만족하는 부분이 있죠. 몰랐던 제 모습을 스스로 알게 되는 동시에 대중에게 보여 드리는 것도 또 다른 기쁨이고요. 앞으로도 대중이 원하는, 다양한 모습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결혼, 마흔 전에는 꼭 하고 싶어요” |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