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으로 와라" 행정편의주의… 검사비용도 폭리 '울며 겨자먹기'
[뉴스핌=이준영 기자] 한국조폐공사가 행정편의주의와 검사비용 폭리로 금시장 활성화에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정부와 한국거래소가 금거래 양성화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지만, KRX금시장이 활성화되려면 아직 멀기만 하다. 그런데 이를 적극 지원해도 부족할 조폐공사가 금(金)입고업체들의 '손톱밑 가시'로 지목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관련업계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화폐본부가 있는 경북 경산까지 가서 금 품질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또 검사비용도 민간업체의 3~4배 수준으로 책정할 방침이어서 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검사받는데 사흘이나 걸려…수도권 검사시설 절실
지난 3월 24일 KRX금시장이 야심차게 개장됐지만, 하루 거래량은 1~9kg 수준에 불과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15일 거래량은 1653g에 그쳐 심각함을 더했다. 이는 장외시장의 하루 거래량이 평균 35~50kg 규모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초라한 수준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 품질검사 주무기관인 조폐공사와 시장운영을 맡고 있는 한국거래소는 제대로 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KRX금시장 입고업체들은 예탁결제원에 금을 임치하기 전 경상북도 경산에 위치한 한국조폐공사로부터 금 품질인증 검사를 받는다. 그러나 검사장소가 경상북도에 있기 때문에 검사기간이 3일이나 걸린다. 그만큼 금을 팔 수 있는 시점이 늦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금 수입업체에게 더욱 심각하다. 조폐공사는 금 수입업체의 금을 제조업체와 중개업체, 운송업체 등에 따라 등급을 나눠 낮은 등급을 받은 업체의 금을 KRX금시장에 입고할 때마다 경산에서 품질검사를 받도록 정했기 때문이다.
금 수입업체는 금 입고시마다 3일의 검사기간 때문에 판매시점이 늦어지는 피해를 입는다.
금 수입업체 관계자는 "KRX금시장이 개장한지 50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경북 경산에서 금 품질 검사를 하기 때문에 3일이나 금을 팔 수 있는 시간이 늦어진다"며 "그만큼 금 수입할 때 빌린 돈의 이자비용을 업체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루 빨리 금 품질검사 장소를 KRX금시장과 예탁원에 가까운 수도권으로 옮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유한식 조폐공사 품질인증센터 과장은 "금 품질 검사장소가 멀다는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있지만, 서울 조폐공사 사무소로 장소를 옮기면 이동비용이 분석비용에 들어가기에 장소를 옮기기도 어렵다"며 "금 품질검사 장소 이동비용을 조폐공사든, 정부든, 금입고업체든 누군가는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대 한국거래소 부이사장은 "거래소는 금시장 금 품질검사 장소가 경북 경산이라 너무 멀다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조폐공사측에 서울로 검사장소를 바꾸라고 말하긴 어려우나 조폐공사측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검사비용도 민간업체 4배 '폭리'…뒤늦게 가격인하 검토
조폐공사에서 추정한 금 품질 검사비용이 민간업체 검사비용의 3~4배 수준인 점도 금 입고업체에게는 부담이다.
KRX금시장 개장 전, 조폐공사측은 금 입고 업체에게 1회 검사비용으로 40만원을 제시한 바 있다. 확정된 금액은 아니지만 금입고 업체는 이 금액이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한 금제련업체 관계자는 "처음 제시됐던 30~40만원의 금 품질 검사 비용은 부담이 되는 수준"이라며 "일반 사업체의 금 품질 검사비용이 10만원에서 15만원 사이인데 정부가 계산적으로 나오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금입고업체 관계자도 "처음에 금 품질검사 비용으로 조폐공사측이 말한 40만원대는 부담이 크다"며 "비용이 저렴하고 부담이 안 되는 수준으로 정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민간업체의 포나인(99.99%) 골드바 품질 검사비용은 10만원 수준이다.
이영주 코리아주얼리 감정원장은 "포나인(99.99%) 골드바를 분석할 때는 ICP 분석을 사용해야 하는데 검사 비용은 부가세를 포함해서 11만원"이라며 "민간업체들의 포나인 골드바 검사비용은 대부분 1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 제련업체 관계자는 금 품질 검사 비용이 높으면 금가격의 상승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 품질검사 비용이 30만원 이상으로 결정되면 이는 KRX금시장의 금가격이 오르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금시세가 오르면 금거래량이 더 줄어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송근 조폐공사 화폐본부 차장은 "조폐공사에서 하는 금 품질검사 기술은 민간업체보다 더 정교한 수준으로 인증을 할 수 있기에 가격이 더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간업체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조폐공사측은 뒤늦게 검사비용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조폐공사 품질인증센터 유한식 과장은 "품질검사 비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기존 30~40만원에서 가격을 낮추는 방안 검토중"이라며 "인하비용의 일정 부분은 거래소와 조폐공사가 함께 부담할 것"이라고 답했다.
[뉴스핌 Newspim] 이준영 기자 (jlove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