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수호 기자] 삼양사의 '한지붕 두가족' 경영이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창업주 이후 2세들의 경영권 양도가 이어진데 이어 3세들에게도 이 같은 정권교체가 이어지고 있는 것.
형제간에 이어 조카에게 대권을 넘겨주는 삼양사만의 독특한 경영방식은 오늘날 다수의 재벌가들이 겪는 '자중지란'을 피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그룹 창업주 고(故) 김연수 회장의 3남 고(故) 김상홍 삼양그룹 명예회장과 5남 김상하 삼양그룹 회장의 자녀들이 삼양의 주요 계열사 경영 일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삼양그룹을 창업한 김 회장의 3남 고(故) 김상홍 회장은 1950년대 제당사업을 전개할 당시 오늘날 삼양의 대표 사업으로 자리잡은 제당업의 근간을 만들었다. 1970년대 제당업이 정상에 오르자 경영 다각화의 일환으로 금융업에 진출, 삼양종합금융을 인수하며 공격적인 성장전략을 택했다.
삼양사의 몸집을 키우는데 전념했던 그는 1996년 동생인 김상하 회장에게 회장자리를 물려주며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대권을 차지한 김상하 회장은 삼양사의 내실을 키우는데 전념했고, 현재의 삼양사의 모습을 완성시켰다. 그는 또 자신에게 대권을 양보한 형의 아들에게 삼양사의 얼굴을 맡겼다.
이처럼 형제간의 양보는 재벌가의 보기드문 미담이지만, 실상 지분소유 면에서는 '한지붕 두가족'의 공동경영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김윤 회장은 그룹의 지주회사인 삼양홀딩스의 지분 4.97%를 보유하고 있다. 김상하 회장의 아들인 김원 삼양사 부회장은 5.63%의 지분을 확보해 지주회사의 회장인 사촌형보다 더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김원 부회장의 동생인 김정 삼양사 사장 역시 5.11%의 지분을 확보해 오히려 김윤 회장보다 더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 지분만 따지고 봤을 때 이 두명이 실질적인 오너로 무게가 실린다.
이처럼 김상하 회장의 두 아들이 지주회사인 삼양홀딩스의 지분 소유 면에서 김윤, 김량 형제를 압도해, 실질적인 오너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양쪽 집안의 직계가족 지분에서도 차이가 난다. 김상홍 명예회장의 부인인 차부영 여사와 2남 2녀의 지분을 합치면 20.38%인 반면, 김상하 회장의 부인 박상례 여사와 2남 1녀 지분을 합치면 22.99%로 김상하 회장 집안의 지분이 더 많다.
하지만 창업주인 김연수 회장이 삼양그룹을 일으킨 이후, 오너일가의 행보를 보면 여타의 재벌일가와 다른 분위기다.
과거 1950년대, 국내 최고의 기업으로 선두에 섰던 삼양그룹은 1980년대 이후, 대중들에게 라면업계 삼양식품과 이름이 혼동될 정도로 가세가 조금은 기운 상황이다.
이로 인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자 형제간의 지분권 다툼보다, 안정된 3세 경영에 초첨을 맞추고 있다. 실제로 김윤 회장이 취임한 2004년 이후, '삼양80년사'라는 책을 출간하며 삼양의 구심점 역할을 자처한 바 있다.
또한 이들 사촌형제들은 각자 자신의 역할에 소임을 다하며 아버지 세대에게 배운 '2세 공동 경영'에 충실한 모습이다.
(▲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
최근 불황으로 세븐스프링스를 비롯한 외식사업의 상황이 좋지 않지만, 지난 2월 한일경제협회 회장으로 취임하며 여전히 업계내에서 적극적인 경영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의 동생 김량 삼양홀딩스 부회장은 경방유통에서 16년간 재직하며 익혀온 유통의 노하우를 통해 형의 든든한 지원군에 나서고 있다.
회장보다 많은 지분을 가진 김원 삼양사 부회장은 '관리형' 성향으로 익히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아버지인 김상하 회장과 달리 이공계 출신으로 온화하면서도 조용한 성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동생인 김정 삼양사 사장은 금융 전문가로 10년 넘게 금융 업무를 담당하며 그룹의 재무설계에 적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이처럼 4명의 사촌형제가 각자 자신의 장점을 바탕으로 삼양그룹의 안정적인 경영에 협조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김상하 그룹 회장이 건재하고 매일 출근을 할 정도로 여전히 경영에 관여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조카인 김윤 회장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며 "사촌들간의 사이가 좋고 각자의 역할이 구분돼 당분간 사촌경영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