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주 강세 양상, 후반들어 삼성주 지배로 변해
[뉴스핌=홍승훈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증시를 쥐락펴락한 이슈는 단연 삼성그룹발 지배구조 테마였다. 밋밋한 횡보장세 속에서 중소형주 중심의 은근한 강세 흐름이 이어지던 5월, 삼성그룹은 삼성SDS 상장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한 달도 안돼 삼성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삼성에버랜드 상장방침까지 내놨다. 여의도 증권가는 삼성발 지배구조 이슈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매크로가 막혀있는 상황에서 중소형주로 잠시 이동하던 증시 자금은 일시에 지배구조 관련주로 갈아탔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주는 물론이고 지배구조 이슈와 관련있는 현대글로비스, SK C&C, 한진, 한솔제지 등 지배구조관련 주요 종목군으로 투자자 관심이 쏠렸다.
에버랜드 상장의 최대 수혜주로는 에버랜드 지분율이 가장 높은 KCC 등이 점쳐졌다. 50만원 안팎에서 움직이던 주가는 5월 한달간 최고 66만원까지 치솟으며 두드러진 상승세를 기록했다. 올초 부진한 흐름을 보이던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 주요 삼성그룹주도 단기 시세를 내며 증시 최대 관심종목으로 재부상했다. 이건희 회장의 병세악화와 관련해 홍라희 여사 등 삼성일가와 관련된 중소형 종목들에 대한 관심도 배가됐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비중이 20%에 달하고 삼성그룹주를 합치면 25% 이상이란 점에서 삼성 지배구조의 변화는 증시내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재료였다. 지난 5월 삼성그룹주 상승률이 8.4%로 코스피 상승률(2.3%)를 크게 웃돌았던 이유다.
다만 최근 지배구조가 큰 변화없이 기존 체제대로 갈 것이란 삼성그룹의 입장이 나오면서 관련 테마는 다시 수면아래로 내려갔고 주가 또한 열기가 한풀 꺾인 상황이다.
증시 수급 측면에선 외국인과 기관의 방향성이 크게 엇갈렸다.
◆ 외국인, 삼성電·SK하이닉스·LG電 사고 삼성重·현대차·NAVER 팔아
상반기 외국인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한국전력, LG전자, 삼성생명을 대거 사들였다. 이 중 가장 짭짤한 수익률을 안겨준 종목은 SK하이닉스, 한국전력, LG전자 정도. SK하이닉스는 6개월동안 36.68% 급등했고 한전과 LG전자는 10%대 수익률을 보여줬다.
외국인이 코스피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아치운 삼성중공업, 현대차, NAVER, SK, 현대모비스 등은 대부분 하락세를 보였다. NAVER만이 연초대비 10%대 이상 상승하며 아쉬움을 남긴 정도다. 물론 차익실현 물량도 컸다.
이에 반해 기관이 상반기 가장 많이 사들은 종목은 NAVER다. 외국인이 내다판 것을 기관이 사들였는데 상반기 10% 이상 상승하며 기관에게는 효자종목 역할을 했다. 다만 기관이 순매수한 현대차, 삼성전자우, 현대모비스, LG생활건강 등은 삼성전자우를 제외하면 모두 하락을 면치못해 장사를 못했다는 평가다.
반면 기관이 던진 삼성전자, 한국전력, 현대중공업, SK하이닉스, 하나금융지주 등 순매도 상위 5개기업 중에선 한전과 SK하이닉스가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상반기 증시내 거래대금이 가장 많았던 것은 삼성전자(약 39조원)로 집계됐다. 주당 단가가 높고 시총 비중이 워낙 크기도 하지만 올해 그룹 지배구조 이슈와 맞물려 손바뀜이 많았다는 평가다.
이어 올해 실적 모멘텀을 강하게 받은 SK하이닉스, 기업분할이후 기업가치가 급상승한 NAVER 등도 15조 안팎의 거래대금을 기록하며 거래대금 상위 2, 3위에 올랐다. 코스닥시장에선 셀트리온과 서울반도체, 차바이오텍 등이 거래대금 상위를 차지했다.
◆ 극동 380%, 동화기업 340% 급등… 테마는 '리모델링'과 '중국 수혜' 두드러져
상반기 주가 등락률로는 383% 급등한 국동이 유가증권 및 코스닥시장에서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어 유가증권시장에선 STX(265%), 금강공업(192%), KR모터스(172%), 효성ITX(167%) 등이, 코스닥에선 동화기업(338%), 선데이토즈(261%), 삼목에스폼(213%), 행남자기(183%) 등의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6월들어서는 다음과 카카오의 깜짝 합병 발표로 인해 다음의 주가급등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테마별로는 한샘 경동나비엔, 금강공업 등 건자재주들이 리모델링 기대감으로 고공행진을 보였고, 중국발 효과로 키이스트, 삼화네트웍스 등 국내 드라마제작사들 주가도 훨훨 날았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상반기 증시에 대해 "횡보장세가 이어졌지만 사상최고가를 잇달아 경신한 미국과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편"며 "다만 소형주 지수는 15% 이상 오르며 중소형주 강세 양상이 두드러졌고 상반기 후반 들면서 삼성 지배구조 이슈가 증시를 지배했다"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