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난국' 모토로라 노키아 전철 밟나, 시장 촉각
[뉴스핌=조윤선 기자] 한 때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주름 잡았던 노키아가 몰락하고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간판급 전자업체가 부진한 가운데서도 나홀로 승승장구했던 삼성이 2분기 예상에 훨씬 못미치는 실적을 내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우려가 중국 삼성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9일 중국경영보(中國經營報) 등 중국 매체는 삼성의 2014년 2분기 실적 악화에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중국 시장에서도 삼성이 유례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앞으로 2년 내 삼성 휴대폰이 중국 시장에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며, 업계 제왕이었던 삼성이 모토로라나 노키아의 전철을 밟을지 아니면 회생에 성공할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삼성 휴대폰이 위기를 맞은 원인으로 고급 스마트폰 분야에서의 혁신 부족과 4G(4세대) 이동통신 시대 도래로 달라진 중국 시장에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점 등이 꼽혔다. 다년간 거액의 광고비를 투입해 매출 신장에 나섰던 전략도 더 이상 먹히지 않게 됐다.
삼성이 중국 시장에서 '거액의 광고비+톱스타 광고 출현'이라는 전략을 쓰고 있는데, 투자 대비 효율성이 떨어지는 마케팅 방식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금과 같은 모바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에 삼성이 중국 네티즌과의 커뮤니케이션과 교류를 소홀히 하면서 스마트폰의 가장 중요한 고객인 젊은층 소비자들과 멀어지고 있다는 것.
게다가 드라마 등 한류콘텐츠가 중국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덕분에 한국 기업인 삼성이 일본 기업보다는 중국 소비자들에 더 친밀도가 높지만, 대중문화와 뉴미디어를 통한 마케팅 활동 측면에서 삼성이 소극적이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반면 최대 경쟁사인 애플은 거액의 광고비와 유명 연예인 광고 모델 없이도 두터운 매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샤오미(小米), 오포(OPPO) 등 약진하는 중국 토종 브랜드가 인터넷과 SNS를 적극 활용하면서, 젊은 고객층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점도 삼성에 위협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상품의 혁신성 결여도 삼성의 위기 요인으로 지목됐다.
중국 삼성전자의 한 내부 직원은 "혁신력 부족의 가장 큰 원인은 단기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한국기업의 병폐에 있다"며 "갤럭시 노트와 갤럭시 S 시리즈가 크게 히트하면서 삼성의 고위 임원들은 그 이상의 도전이 가져올 경영리스크를 기피하는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스마트폰 CPU와 액정, 카메라만 바꼈을 뿐 갤럭시 노트와 S시리즈는 신제품간에 큰 변화가 없다는 지적이다.
또다른 관계자도 "삼성 스마트폰 디자인도 수년째 비슷비슷 하다"며 "9월 아이폰 6가 출시되면 경쟁에 밀릴게 뻔하다"고 토로했다.
중국에서 올해 4G 이동통신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7월부터 레노버, 화웨이, 중싱(中興) 등 본토 업체들이 1000위안대 4G 스마트폰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반해 삼성은 가격대가 4000~5000위안인 고가 4G 스마트 기기 생산에 머물러 있어 4G시장을 본토 업체에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그럼에도 중국 휴대폰 영업 삼성전자 중국총괄 이진중 부사장은 2014년 여전히 3G(3세대) 이동통신 기기를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중국 매체는 지적했다. 이는 중국 4G시장 급성장은 물론 차이나모바일의 보조금 정책 방향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 시장 조사기관인 시노 마켓 리서치(Sino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올 3월 삼성의 중국 4G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3위로 밀려났다.
중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이 3G 스마트폰 보조금 정책 철회를 발표함에 따라, 삼성의 중국시장 주력 상품인 3G 스마트폰 판매 부담이 커지면서 삼성의 중국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업친데 덥친격으로 중국 국무원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가 3대 이동통신사(차이나모바일·차이나유니콤·차이나텔레콤)에 향후 3년내 연간 20%의 기기보조금 위주의 마케팅 비용을 줄일 것을 주문했다. 차이나모바일은 3년내 마케팅 비용 240억 위안을 축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3대 이통사가 당국의 마케팅 비용 감축 지시에 따라 단말기 보조금 정책을 통화 보조금 형태로 전환해 나가면서 삼성의 중고급 스마트폰이 받게될 타격이 적지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시됐다.
실제로 올 3월부터 중국 이통사가 대대적으로 4G 홍보에 나서자, 중국내 2·3선 도시를 중심으로 삼성의 3000위안대 3G 스마트폰 판매가 정체에 빠졌다.
뿐만 아니라 삼성은 1000위안 이하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 쿠파이 등 본토업체에 밀리고 2000~3000위안대 시장에서도 오포 등 토종 업체에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삼성은 판매 대리점의 이탈을 막기 위해 총 25억 위안(약 4000억원)에 달하는 원가 배상정책을 실시, 3G 스마트폰을 인하한 가격에 팔아도 대리점에게는 원가를 보장해주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이통사와 삼성의 협력 대리점 관계자들은 앞으로 2년 삼성이 중국 시장에서 힘들어질 것이라며, 지금의 어려움은 시작일 뿐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삼성이 맞딱드린 문제는 노키아와 소니 등 대기업들도 직면했던 문제로, 삼성이 어떻게 경영모델을 전환할 것인가가 관건이며 여전히 회생 기회는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계, 유럽·미국계 기업과 달리 삼성이 충분히 위기감을 느끼고 있으며, 업스트림(부품)에서부터 탄탄한 공급라인을 갖춘 글로벌 기업 삼성은 휘는 액정, 무테두리 디자인, 차세대 스마트폰 카메라, 차세대 액정 등 분야에서 여전히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매체는 모토로라, 노키아, 소니 등 업체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중국 시장에서의 실패는 세계 시장에서의 도태를 의미한다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둔화된 데다 이건희 회장 퇴임 후 경영권 분쟁 등 불확실성 요인이 증대되면서 삼성의 경영쇄신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조윤선 기자 (yoons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