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유통에서 문화 금융 전자상거래 무한 변신
[편집자주] 이 기사는 7월 21일 오후 4시 27분 뉴스핌의 프리미엄 뉴스 ′안다(ANDA)′에서 표출한 기사입니다.
[뉴스핌=강소영 기자] 세계적 M&A로 과감한 경영행보를 과시해온 중국 완다그룹이 사업 다각화 고삐를 조이면서 계속해서 기업 변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동산, 유통, 문화 엔터테인먼트 등 진출하는 분야마다 '대박'을 냈던 완다그룹의 신규 사업진출에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완다그룹의 왕젠린(王健林) 회장은 상반기 경영보고 발표회에서 시장이 예상치 못한 '깜짝 계획'을 쏟아냈다. 유통업 분야에서 대형 쇼핑몰, 백화점 등 오프라인 영업에 주력했던 완다가 전자상거래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완다그룹은 50억 위안을 투자해 기존의 업체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완다온라인 마켓(萬達電商)'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왕젠린은 경영보고 발표회에서 완다 온라인 마켓이 3년내에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완다온라인 마켓의 협력 파트너로는 징둥상청(京東商城) 등이 거론되고 있다.
왕 회장은 금융사업 진출 계획도 밝혔다.완다그룹은 올해 3분기 자본금 300억 위안 규모의 금융회사를 설립하고, 다른 금융기업에도 활발히 투자할 계획이다. 완다그룹은 지난해부터 금융시장 진출을 위한 자금을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상장계획도 발표했다. 완다그룹은 홍콩과 뉴욕에 상장한 자회사 2개를 거느리고 있지만, 이 두 자회사는 그룹 내 주력 기업은 아니다. 완다는 연내에 주력분야의 자회사 1~2개를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왕 회장의 의욕 넘치는 향후 계획에 대해 시장은 '역시' 완다그룹이라는 반응이다. 하반기 경영 목표에도 왕 회장 특유의 거침없는 사업추진력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기때문이다. 그러나 완다그룹의 올해 신사업 계획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전자상거래 강화 계획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다소 부정적이다.
중국 기업뉴스 전문 매체 중국경영망(中國經營網)은 기존 전자상거래 업체와 협력해 O2O 시장에 진출한다는 완다그룹의 계획은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막강한 자금력을 무기로 통합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구축한다고 하지만, 잘못하면 완다가 많은 전자상거래 기업의 시장 '테스트 보드'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협력 파트너 선정에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중국경영망은 완다그룹 최악의 파트너로 '알리바바'를 꼽았다. 완다그룹이 알리바바를 파트너로 선택한다면, 결과적으로 '호랑이 새끼'를 키우는 격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알리바바는 이미 중국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를 점하고 있어, 양사 간 협력에서 완다그룹의 발언권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알리바바가 최근 물류·영화·금융 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어 영향력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완다가 징둥상청과 협력을 한다 해도 결과는 똑같다고 중국경영망은 지적했다.
완다가 제시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수익모델 역시 진부하다는 평가다. 회원비, 광고, 부가서비스 등 기존 업체의 영업 방식을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글로벌 M&A 신규 사업 순항, 실적 우수
완다그룹은 시장의 당초 예상을 거슬러 올해 상반기 우수한 실적을 기록했다. 상반기 매출 920억 위안(약 15조 2000억 원)을 달성했고, 총자산은 4600억 위안으로 늘었다. 올 한 해 매출 2440억 위안, 총자산 5000억 위안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투자도 여전히 활발했다. 6월 마드리드의 스페인빌딩을 2억 6500만 유로에 인수했고, 7월 초에는 9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시카고에 89층 규모의 호텔을 짓기로 했다. 완다는 지난 2012년 미국 2위 영화관 체인인 AMC를 인수한 후 활발한 해외투자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여전히 막강한 실력을 뽐내고 있다. 상반기 완다그룹이 새로 확보한 토지면적은 1881만 8000m2로 중국 부동산 기업 가운데 가장 많다. 완다그룹이 가지고 있는 총 토지면적은 9186만 9000m2에 달한다.
완다그룹이 중국 전역에 짓고 있는 완다광장도 올해 5곳이 새로 문을 열어 모두 90개에 달했다. 완다광장을 통해 벌어들이는 임대수입은 상반기 50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기 36%가 늘었다. 이 기간 완다광장을 이용자는 연인원 7억 2000만 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5억 명보다 2억 명이나 늘었다. 올 연말이면 15억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완다광장의 성장은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에도 소비자가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시장의 중요성과, 완다그룹의 사업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호텔 사업도 순항 중이다. 완다그룹은 올해 새로 문을 연 4개의 5성급 호텔을 포함해 57개의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상반기 호텔 수익은 당초 상반기 목표의 104%인 19억 9000만 위안을 기록했다. 이는 올 한해 목표수익의 4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중국 경제 성장 둔화와 부정부패 척결의 영향으로 중국 호텔업계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완다그룹의 호텔부문은 오히려 실적이 향상되 눈길을 끌었다.
완다그룹이 최근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문화사업의 수익도 빠른 속도로 늘고있다. 상반기 완다 내 문화기업의 매출은 140억 9000만 위안으로, 상반기 목표치를 108% 달성하고, 올해 전체 매출 목표의 44%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완다그룹이 지난 2012년 인수한 미국의 영화관 체인 AMC도 경영과 주가 방면 모두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AMC를 통한 수입은 85억 4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가 늘었다. 미국같은 성숙한 시장에서 성장률 3%는 매우 큰 수치로 받아들여 진다.
완다에 인수된 후 2012년 12월 뉴욕증시에 복귀한 AMC는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올해 3월초 주가가 상장 후 최고점인 25달러를 찍은 후 다소 내림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18일(현지시간) 기준 22.53달러로 발행가보다 25%가량 오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 승계작업 착수, 유자격자에 '총수' 바통
왕젠린 회장이 예순을 넘기면서 완다그룹의 경영권 계승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화제의 중심은 단연 왕 회장의 아들 왕쓰충이다.
그러나 왕 회장은 경영권을 무조건 아들에게 물려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4월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 석상에서 그는 "경영권 승계까지는 앞으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제조건 하에 "내 아들이 그룹을 끌어갈 능력이 있다면 후계자가 되겠지만, 그럴만한 깜냥이 없다면 대주주의 지위에 만족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1988년 태어난 왕젠린의 아들 왕쓰충은 어려서부터 싱가포르와 영국에서 성장한 전형적인 대기업 2세 자녀로 속칭 ′바나나′로 불리기도 한다. ′바나나′는 오랜 외국생활로 서양인의 정신세계를 가진 동양인을 비하하는 용어다. 왕쓰충의 이같은 별명은 부유한 집안환경 덕에 오랜 기간 외국에서 호화생활을 한 왕쓰충이 바나나처럼 무르고 중국의 대표 민영기업을 이끌 중화인의 정신이 부족할 수 있다는 세간의 우려를 내포하고 있다.
왕젠린은 이를 의식한 듯 공개적인 검증에 돌입했다. 아들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왕쓰충에게 5억 위안의 자본금을 대주고 사모투자(PE)회사를 설립,경영하도록 한 것.
그는 "난 아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는지보다 아들이 투자를 통해 기업인으로의 능력을 향상하도록 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아들 PE회사가 우수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왕젠린 회장은 "난 완다그룹이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생각한다. 완다그룹의 현재는 아직 내 이상과는 거리가 멀다"며 그룹의 발전을 위해서 철저한 검증을 통한 후계자 선발에 나설 것임을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