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송 예정대로 진행
[뉴스핌=이강혁 서영준 기자]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 이외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는 특허소송을 철회하기로 합의했다. 사실상 화해 무드로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번 합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미국 특허소송은 앞으로도 지속될 예정이어서 전략적 선택 차원으로도 보인다. 미국에서 진행되는 소송이 가장 큰 소송이자 핵심이기 때문이다. 양측은 이번 합의를 두고 미국 소송의 비중을 감안해 최종적인 합의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화해 무드?…이재용 부회장 미국행으로 합의 이끌어
6일 삼성전자는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애플과 진행해 온 모든 특허 소송을 철회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양측은 미국 외 9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디자인, 기술, 판매금지 등 관련 소송 30여건에 대해 철회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양사간 특허 라이선싱 협의와 관련한 것은 아니다"며 "미국에서의 특허소송은 계속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 철회 결정은 최근 조성되고 있는 양측의 화해 분위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양측은 지난 6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판정에 대한 항고를 나란히 취하한 바 있다. 더불어 지난달에는 애플이 승소한 미국 1차 소송의 항소를 취하하면서 합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양측의 이같은 분위기는 미국과 비교해 소송 금액이나 파급력이 크지 않은 다른 국가에서의 소송이 불필요한 소모전 양상을 보이고 있어 서로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측의 전격적인 특허소송 철회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이번 사안에 대해 합의를 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 부회장과 팀 쿡 CEO는 지난달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나란히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특허소송을 벌이고 있는 양측의 합의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미국에서 돌아온 지 2주 만에 다시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팀 쿡 CEO와 만났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번 결과물이 나오게 된 계기에 이 부회장의 역할이 있지 않느냐는 부분에 힘이 실린다.
또 다른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미국 내 소송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며 "하지만 이전에도 합의에 도달했다 무산된 적이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허 전쟁 전력 제품력에 쏟자?..시장 변화 부담
양측의 소송전은 2011년부터다. 이번 합의는 4년여의 치열한 법정공방에 따른 피로누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백명의 인력이 소송전에 투입됐고 로펌으로 흘러들어간 비용만도 수천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더구나 삼성전자가 애플이라는 공룡과 맞붙어 나름의 홍보효과를 얻었다고는 하나 최근 스마트폰 시장이 급변하면서 더이상 양측이 특허를 두고 자신만만할 상황도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특허전에 나설 때만해도 삼성과 힘 균형이 팽팽했지만 4년여만에 스마트폰 시장은 성숙기에 들어갔고 업체간 경쟁도 심화돼 소송의 의미를 많이 퇴색됐다"며 "소송비용 부담에 더해 시장 판도 변화가 양측의 합의에 일부분 작용하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단적으로 지난 2분기 화웨이와 레노버, 샤오미 등 중국의 3대 스마트폰 제조사가 세계 시장의 17%를 점유하는 등 급성장하면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시장점유율 합계 하락 추세다.
삼성전자는 실적쇼크로 비상체제에 돌입했고 애플 역시 제대로된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며 성장세가 무뎌진 상태다. 특허 전쟁에 소비할 전력을 제품력에 쏟자는 데 양측의 생각이 일치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뉴스핌 Newspim] 서영준 기자 (wind09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