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등 수익성 높은 '위안화 비즈니스' 눈독
[뉴스핌=한기진 기자] 지난 13일 서울 명동에 위치한 은행연합회에서 ‘위안화 금융서비스 활성화 태스크포스(TF)’ 회의가 열렸다. 오는 9월 회의 결과를 내놓고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위안화 허브를 구축하는 작업을 시작하는 일정의 하나다. 아직 뚜렷한 방향이 잡히지는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 관계자는 “업계로부터 현황을 듣고 그림을 그려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TF가 차분히 준비하는 것과 달리, 관심이 적었던 은행 등 금융권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더불어 수출업계의 관심도 급상승하고 있다.
지난 7월 초, 한중 정상이 위안화 허브 구축에 합의했을 때만 해도 국내 은행 중 우리은행만 적극적으로 나섰을 뿐이었다. 우리은행은 위안화 청산은행으로 선정된 중국교통은행과 업무제휴를 서둘러 맺은 데다 전담팀까지 만들었다.
우리은행 외환사업부 관계자는 “위안화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서 그렇지, 은행들이 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많다”고 말했다.
서재홍 금융위 국제협력관(국장급)은 “SC은행과 HSBC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국내 은행은 위안화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했다.
중국은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홍콩, 런던, 싱가포르, 대만, 한국 등지에 위안화 허브를 구축하고 있다. |
◆ “RQFII 13조, 수탁업무 비즈니스 기회 놓쳐" 우려감
최근에는 은행들도 RQFII(위안화 적격 외국인 기관투자자) 신청 등 위안화 비즈니스에 큰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위안화 비즈니스가 큰 수익모델이 된다는 점을 이해하기 시작해서다. SC은행과 HSBC에 개인과 기업고객 모두 빼앗길지 모른다는 위기의식도 차츰 생겼다.
1순위 공략대상은 RQFII를 가진 국내 자산운용사 등 금융사들이다. 중국 정부가 우리나라에 부여한 800억위안(한화 13조원) 한도로 중국 증시에 투자할 수 있는데, 펀드 등으로 조성한 자금은 은행에 반드시 수탁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자산운용사는 운용만 할 수 있고 펀드 등에 있는 자금은 은행이 수탁 관리한다. 이 업무는 비이자이익의 핵심으로 은행이 수탁업무를 반드시 잡으려는 이유다.
또한,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위안화 상품도 염두에 놓고 있다. 최근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위안화 예금이 가장 쉬운 예다. 지금처럼 중국 현지 은행의 예금을 기초 자산으로 ABCP를 팔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위안화 직접 대출이 가능해지면 중국 현지의 높은 금리로 대출과 예금을 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 위안화 예금이 전체 외화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8%(2013년 8월 말)에서 16.8%(2014년 6월 말)로 1년 사이 급증했다.
SC은행 관계자는 “위안화 예금은 국내 상품에 비교해 수익률 차이가 너무 커, 폭등하고 있다”면서 “30%까지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SC은행 등 외국계, 위안화 금융 가장 앞서
수출기업을 위한 위안화 무역금융도 크게 걱정하고 있다. 지금은 우리 기업이 수출입대금으로 위안화를 받거나 지급하기 위해서는 미국 달러로 환전해야 한다. 환전할 때마다 비싼 수수료를 내야 해서 위안화를 살 때는 중국 본토에서, 팔 때는 홍콩 등 역외시장을 이용하는 등 복잡하고 비용이 많았다.
그러나 원/위안화 직거래가 이뤄지면, 우리나라에서 넘쳐나는 위안화로 직접 수출입대금을 지급할 수 있다. 절약할 수 있는 비용이 미화 100만달러 거래 시 약 2000달러 수준이라는 게 은행권의 추정이다. 수출기업은 당연히 위안화 서비스를 선호할 수밖에 없고, 은행들은 위안화 직거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RQFII를 통해서는 은행과 보험사도 자기자본으로 중국 증시나 채권에 투자할 수 있다. 현재 중국 국채 금리가 국내의 두 배인 4~5%나 되기 때문에, 초저금리 시대로 접어든 국내 시장의 대안으로 여겨진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어 은행, 증권, 보험사도 RQFII를 얻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SC은행과 HSBC가 위안화 금융서비스는 가장 앞서 있고 적극적이다. 두 은행은 홍콩 위안화 허브 구축에도 설계역할을 했을 만큼 노하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무역금융이 가장 앞서 있다는 외환은행조차 이들 은행에는 중국 관련 금융서비스는 한참 뒤처져 있다.
SC은행 관계자는 “자본이동(위안화 금융)을 위해서는 네트워크가 있어야 하는데 SC가 모드 시스템을 갖췄고 인프라를 갖춰 기업 수요를 맞출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