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민정 기자] 엔화 약세(엔저(低))에 대해 '대응'에서 '활용'으로 방향을 튼 정부가 이미 발표됐던 지원책을 재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지원책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외화대출 한도 확대, 관세 감면, 가속감가상각제도 적용 등은 이미 지난 7월 발표됐던 중소기업 지원책에 포함됐던 것들이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공식 답변을 피하고 있으나 관가나 업계에서는 별다른 내용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조만간 엔저 현상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일 관훈클럽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어차피 투자할 것이라면 앞당겨서 투자를 해서 엔저 활용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여러 목적을 갖고 관련 대책을 조만간 마련해서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으로부터 기계·설비를 수입해 오는 기업들에겐 관세를 인하해주고 낮은 이자율로 외화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라며 “가속감가상각도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나올 대책을 일부 소개한 것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초청 토론회에 참석했다. 최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엔저에 대한 대응과 관련, "일본 장비값이 싸졌으니 이 기회에 장비를 싸게 들여오고 외화대출을 아주 유리한 조건으로 150억달러 하고 있는데 좋은 조건으로 받을 수 있다. 감가상각도 가속감가상각해 줄 생각을 하고 있고 관세도 인하할 것"이라고 말했다.(사진=김학선 기자) |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3월 종료된 가속상각제도를 다시 도입해 구입자산에 대한 감가상각 내용연수 조정범위를 25%에서 50%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공장자동화 물품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관세의 감면율도 30%에서 50%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현재 8%인 관세율이 절반 수준인 4%까지 내려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조치다.
이 같은 정책은 지난 7월 최경환 부총리가 취임과 동시에 내놓은 중소기업 지원대책과 다르지 않다. 당시 최 부총리는 인천 산단을 방문해 가속상각제도 도입과 관세 감면율 확대 등을 올해 10월부터 2015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하겠다며 밝혔다.
아울러 수출기업에 대한 대출 확대 정책은 지난해 4월 초 발표된 엔화 약세 대응방안에서도 거론됐던 ‘재탕’정책이다. 당시에도 이미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한편, 엔저의 설비투자 활용방안 외에도 정부는 환변동보험 활성화, 외평기금 외화대출의 저리 공급, 유동성 공급 확대 등 수출기업의 피해를 완화시킬 대책도 강구 중이다. 앞서 지난 5월부터는 외평기금 외화대출 한도를 100억달러에서 150달러로 확대한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환변동보험이나 기업자금 지원 등 여러가지 지원책이 있을 수 있다”면서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민간연구소의 연구원은 “사실상 정책적인 대응 방법은 막막하다”며 “중장기적으로 가격경쟁력보다 품질경쟁력으로 만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엔저를 설비투자에 활용하면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계속되면 우리나라 중간재 산업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