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로 다양한 현안에서 광폭 행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응웬 푸 쫑 베트남 당서기장 회동 모습. <사진=김학선 기자> |
[뉴스핌=이강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광폭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삼성의 얼굴로 글로벌 인맥을 풀가동하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병상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대신해 차기 리더의 역할 폭을 키우고 있는 이 부회장. 영업실적 하락 국면에 접어든 삼성전자의 위기 탈출에 그의 글로벌 인맥이 큰 힘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글로벌 경영전면에서 역할 폭을 크게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중국 현지업체의 추격과 애플의 견제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 부회장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진 상태다. 이 회장의 빈자리를 메우면서 삼성을 대표해 각종 현안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다양한 현안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단적으로 차세대 사업인 대형 배터리 등 전장부품 분야는 이미 그의 네트워크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수준에 올라섰다. 전장부품 사업을 위해 이 부회장은 댄 애커슨 제너럴모터스(GM) 최고경영자(CEO),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 사장,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 BMW CEO, 마르틴 빈터코른 폭스바겐 회장 등과 잇따라 만남을 가진 바 있다. 현재 이들 모두가 삼성의 거래선이 됐다.
세계 최대 시장으로 성장하는 아시아 개척에도 이 부회장의 네트워크는 빛을 발했다. 중국 사업의 경우 시진핑 국가주석이나 정부 유력인사와 두터운 친분을 통해 기회가 되면 적극적인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지도층과의 친분은 결과적으로 중국 현안 해결에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 촉매제가 됐다.
최근에는 한국을 방문한 베트남 최고지도자 응웬 푸 쫑 당서기장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맞이하며 베트남 사업을 더욱 확장했다. 강한 유대감을 통해 베트남 현지공장 건립 등에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제공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길에도 종종 동행하면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글로벌 정상들과도 활발한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활약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쉬는 날을 반납하면서까지 미국 등 글로벌 IT업계 리더들과 잦은 만남을 갖고 있다. 이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이 부회장의 미국 출장은 공개된 것만 벌써 다섯차례를 넘어섰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IT업체 최고경영자와 일일이 만나 협력관계를 다지고 있다. 구글 창업자이자 CEO인 래리 페이지와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이 부회장과 막역한 인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에는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앤코 미디어 컨퍼런스'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가 불과 2주 만에 또다시 미국으로 향해 애플과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의 소송을 철회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전 세계 IT업계의 이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의 최근 방한 일정에서도 두 최고경영자가 직접 회동하며 양사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향후 삼성전자와 페이스북의 헬스케어, 모바일 결제 사업 등의 공통 관심 영역에서 다양한 실험이 예상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다듬달 중순에는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과 회동한 예정이다. 삼성테크윈이 소형 항공기 엔진을 납품하고 있는 GE와의 만남에서 의료기기와 에너지 분야의 협력 관계가 확대될 지 주목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 경영전면에 나서면서 인맥경영이 폭넓게 가동되고 있다"면서 "삼성의 위기 탈출에서 이 부회장의 네트워크가 기업 간 거래(B2B)나 소프트웨어 사업 강화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의 글로벌 인맥은 2007년 전무 승진과 함께 그 폭이 넓어졌다. 당시 조직개편에서 신설된 CCO(최고고객경영자)를 맡으며 삼성전자의 글로벌 거래선을 총괄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2008년 '삼성특검'이 불거지며 '백의종군' 무보직 해외 순환근무에 나섰을 당시에는 글로벌 IT업계 최고경영진과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해 친분과 신뢰를 깊게 쌓았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