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비 15만원, 1Kg에 4만원 버는데 부가세 420만원 2~4개월 묶여"
[뉴스핌=이준영 기자] 한국거래소가 KRX금시장 활성화를 위해 유통업자의 금지금 공급을 허용했지만 금을 공급한 유통업자는 아직 한 군데도 없다. 이는 적격생산업자와 유통업자 사이의 마찰 때문인데,. 부가가치세 즉시 환급이 안 되는 점도 유통업자 참여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거래소는 지난 9월 KRX금시장 활성화와 실물사업자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유통업자의 금지금 입고를 허용했다. 그러나 이 제도를 시행한지 석 달이 지났지만 거래소에 금을 입고한 유통업체는 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금시장 업계는 그 이유로 적격금지금생산업자와 유통업자간의 운송비 마찰을 꼽았다.
◆ 생산업자·유통업자 운송비 전가 석 달째 논의중
거래소 규정상 유통업자는 KRX금시장에 금지금을 입고하기 위해 적격생산업자와 금지금 매입 계약을 체결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적격생산업자와 유통업자 사이에 KRX금시장 금지금 입고를 위한 계약은 없는 상황이다. 한국예탁결제원으로 금을 보내는 운송비를 적격생산업자와 유통업자 중 누가 부담할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유통업자와 거래한 금지금은 적격생산업자가 직접 한국예탁결제원에 배송해야 한다.
적격생산업자인 LS니꼬 동제련 관계자는 "유통업체에게는 서류상으로만 소유권을 주고 생산업체가 직접 예탁원에 금을 배달해야 한다"며 "이때 배송비를 판매 비용에 전가하면 유통업체가 부담스러워 해 아직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유통업체는 운송비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A 유통업체 관계자는 "금을 한번 운송하는 비용으로 15만원이 든다"며 "거래소 금시장은 부가세 즉시 환급도 안 되는데 운송비까지 내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B 유통업체 관계자도 "LS니꼬 동제련의 입장은 유통업체가 배송비를 부담하는 것이었다. 현재는 양측이 운송비 부담에 대해 협의 중"이라며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배송비 부담이 크고, 이는 생산업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 금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LS니꼬 동제련이 삼성귀금속현물거래소와 3M등 3~4개 업체를 제외한 다른 유통업체에게는 금을 공급하지 않아 유통업자 금지금 공급 제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C 유통업체 관계자는 "LS니꼬 동제련은 국내 금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서 적격생산업체 가운데 거래소 금지금 공급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유통·판매도 하는 LS니꼬 동제련은 자신들이 아닌 다른 곳으로부터 금을 공급받는 유통업체를 경쟁상대로 인식해 금을 팔지 않는다. 그래서 유통업체가 거래소에 금지금을 공급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D 유통업체 관계자도 LS니꼬 동제련으로부터 금을 공급받고 싶어도 공급 받지 못한다고 밝혔다.
LS니꼬 동제련이 거래소 금시장이 활성화 되면 국내 금가격 결정에서 독보적인 지위가 흔들릴 수 있기에 소극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금시장 업계 관계자는 "LS니꼬 동제련은 그 동안 독점에 가까운 지위자로서 국내 금가격 결정 영향력이 높았는데 KRX금시장이 생기면서 금가격 기준이 생기는 등 입지가 낮아졌다"며 "LS니꼬가 정부시책에 따라 거래소 금생산 적격업체로 들어오긴 했지만 거래소 금시장이 잘 될수록 입지가 흔들리므로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 유통업계 관계자도 "그동안 LS니꼬가 독보적 위치에서 금가격 형성의 영향력이 컸는데 거래소 금시장이 생긴후 입지가 흔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LS니꼬 동제련 관계자는 "거래소 금시장이 잘 되면 우리 입지가 흔들려 소극적이라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답했다.
◆ "부가세 즉시 환급 안 돼 부담 커"
유통업자들은 KRX금시장에 금을 입고하지 않는 이유로 부가가치세가 즉시 환급되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3개월에 한 번씩만 부가세 환급이 가능하므로 그만큼 자금이 묶여 피해가 생긴다는 것.
KRX금시장에서의 금거래는 부가가치세가 면제된다. 이에 금 입고업체들은 금 부가가치세 매입자납부 특례(조세특례제한법 시행규칙 제 48조의 4)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금 입고 업체들은 매년 분기별(1,3,7,10월) 부가가치세 신고 기간에만 부가세를 환급받을 수 있다.
금 입고 업체 입장에서 3개월치 부가세 환급금만큼 자금이 묶이는 상황이다. 반면 장외에서 금거래계좌를 이용해 금거래를 하면 부가세를 즉시 환급 받을 수 있다.
박내춘 삼성귀금속현물거래소 대표는 "부가세가 즉시 환급이 안 되는 것이 거래소 금 입고의 큰 문제"라며, "금 1킬로그램을 팔면 4만원이 남는데 부가세는 430만원이 묶인다. 은행 이자도 안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동양행 관계자도 "부가가치세가 10%로 낮지 않은데 이것이 두 달에서 넉 달 묶이면 유동성이 좋지 않게 된다"며 "금지금 공급자 입장에서 장애요인"이라고 토로했다.
유통업자들이 대출로 금을 사서 입고하면 부가세 즉시 환급을 못 받기에 대출금을 갚거나 다시 금을 사지 못하는 피해가 생긴다는 것.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내년 4월부터 세법 개정 건의를 받는데 그 때 거래소 금 거래의 부가세 즉시 환급에 관한 사항을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부가세 즉시 환급이 가능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준영 기자 (jlove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