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상대 1R 패소 이어 2R 판결도 관심..패소시 금호산업 인수 악영향
[뉴스핌=김연순 기자]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된 금호가(家) 박삼구·찬구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5년이 지난 현 시점에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의 본격 인수전을 앞두고 채권단과 IBK투자증권-케이스톤 사모펀드(이하 IBK펀드)측과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금호석화를 상대로 제기한 아시아나항공 주식매각 이행 소송과 상표권 분쟁이 박 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기 있기 때문이다.
박삼구 회장이 금호석화와의 아시아나항공 주식매각 이행 소송에 이어 상표권 소송에서도 패소할 경우 단순한 사용료 손실을 넘어 금호산업·고속 인수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
4일 재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2부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석화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이전등록 등 청구소송에 대한 선고공판을 오는 6일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013년 9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석화를 상대로 미납한 상표권 사용료 261억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양측의 상표권 분쟁의 골자는 이렇다. 지난 2009년 박삼구, 박찬구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시작되면서 상표권을 둘러싼 문제가 불거졌고, 2009년까지 금호산업에 상표권료를 지급해왔던 금호석화는 2010년부터 상표권료 지급을 전격 중단했다.
금호석화는 "금호 상표는 창업주인 故 박인천 회장이 처음 사용한 만큼 소유권은 금호산업과 금호석화가 절반씩 갖고 있기 대문에 지급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고, 금호아시아나그룹측은 "금호석화가 보유한 공동 명의 상표권은 명의신탁된 만큼 실소유자는 당시 지주회사인 금호산업"이라는 주장이다.
1심 판결을 앞두고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가운데, 재판부의 판결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박삼구 회장이 패소할 경우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인수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크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박삼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금호산업에 매각하라"며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화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은 금호석화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금호아시아나측은 "박찬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빨리 매각할 것"을 재차 요구하면서도 항소는 포기했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정당한 이의제기에 대한 물타기식 대응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라며 "항소 포기는 당연한 것이고 이런 무리한 소송을 한 것 자체가 워크아웃 상태의 기업으로서 순리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채권단과 IBK펀드 측이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매각을 박삼구 회장이 방해하거나 방해할 수 있다는 의심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소송전 2라운드는 단순히 형제간 상표권 갈등을 넘어선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박삼구 회장이 또 패소할 경우 금호산업 채권단에 (박 회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달 30일 금호산업 채권단은 매각공고와 함께 "박 회장이 금호산업 매각을 방해할 경우 2013년 박 회장과 체결한 금호산업 경영정상화추진 약정서에 근거에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을 박탈할 수 있다"며 "또 경영권을 행사해 박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도 교체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다.
금호산업 매각공고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엔 IBK펀드가 "박삼구 회장측이 금호고속 경영과 매각을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며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석화와의 상표권 분쟁 이후에도 3월에는 금호고속 인수를 놓고 IBK펀드와의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잇따른 소송전이 박삼구 회장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