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선진국 채권수익률, 급격히 하락
이 기사는 지난 2월 10일 오전 10시 35분 뉴스핌 프리미엄 뉴스 안다(ANDA)에서 표출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 경제가 저성장·저금리의 패러다임으로 바뀌면서 자산관리에서도 글로벌화가 중요해졌습니다. 뉴스핌은 이런 추세에 맞춰 글로벌 자산관리(GAM: Global Asset Management)에 필요한 전략과 정.보를 제공합니다. 보다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국내 유수 금융기관들의 단기(1~3개월), 중기(3개월~1년), 장기(1년 이상) 글로벌 포트폴리오 전략을 종합해 매월 [뉴스핌GAM]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뉴스핌=노종빈 기자] 새해 첫 달 글로벌 채권 시장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지난 1월 22일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결정에도 유로존 디플레이션 진입 우려가 지속되면서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매수세가 몰렸다.
유로존 내 선진국인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 핀란드 등의 국채 10년물은 ECB 매입가능성과 안전자산 보유심리 등이 부각되며 초강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말 0.5~0.6%대를 기록했던 이들 국채 수익률은 최근 절반 가까이 하락하면서 0.3%대 초중반까지 떨어졌다.
반면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로존 주변국들의 국채 10년물은 국채 가격 강세에 따라 10%대 상승했고 이들 채권의 수익률은 1.4%~2.4%대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도 지난달 말까지는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1.68%까지 떨어지는 등 초강세를 보였으나 2월 들어 경기회복에 따른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반전하고 있다.
신흥국 국채도 전반적인 수요 강세를 보이면서 인도네시아, 필리핀, 멕시코 등이 10%를 넘는 수익률 하락세를 나타냈다. 러시아와 브라질 국채 10년물은 각각 10%대가 넘는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 글로벌 주요 중앙은행들, 적극적 양적완화 나서
각국의 국채 가격이 일제히 강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은 물론 스위스와 덴마크, 인도, 터키, 캐나다, 러시아, 호주에 이어 중국까지도 통화완화 정책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지급준비율을 인하했고 인도도 법정유동성비율을 낮춰 시중으로의 자금공급을 늘리고 있다. 스위스와 덴마크는 중앙은행과 금융권 사이의 마이너스 예금금리를 적용해 은행들의 대출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의 저금리 상황을 활용해 낮은 비용으로 조달된 유로화 자금이 수익률이 높은 아시아 채권시장으로 유입되는 캐리트레이드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빈센트 추이 얼라이언스번스타인 연구원은 "ECB의 양적완화에 따라 유럽 투자자금이 아시아 국채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태국 등의 채권시장에 투자하는 경우 추가 수익률 하락에 따른 차익을 챙길 수 있다는 전략이 유력하게 부각된다.
게이 스티어 소시에테제너럴 연구원은 "유럽에서는 최근 2% 이상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국채 상품을 찾는 일이 매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 獨·日 국채수익률 사상 첫 역전
디플레이션 우려로 유로존 국채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짐에 따라 독일과 일본 간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사상 처음으로 역전됐다. 지난 3일 독일 10년물 국채수익률은 0.345%를 기록하면서 일본의 10년물 국채수익률 0.366%보다 낮게 형성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분석에 따르면 이 같은 역전현상은 표면적으로는 독일 국채가 일본 국채보다 더 안전한 자산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지만 실상은 그다지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ECB 양적완화 결정이후에도 시장에서는 ECB가 유로존의 디플레이션을 차단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가장 안전한 자산인 독일국채로 매수세가 몰리다 보니 일본 국채보다도 수익률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과거 일본이 장기 디플레이션에 빠지면서 국채 시장으로 자금이 대거 몰린 것처럼 현재 유로존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회사채 초강세…마이너스 회사채 등장
최근 유럽 채권 시장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회사채가 마이너스 금리로 거래돼 화제를 모았다. 미국 시장에서도 주요기업들이 저금리 회사채 발행을 통해 대량의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지난 3일 네슬레의 유로화 표시 만기 4년 회사채는 마이너스(-) 0.008%의 수익률로 거래됐다. 회사채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흔치 않은 일로 이는 채권자가 돈을 빌려주면서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애플과 IBM은 지난주 최저 1%대 금리로 각각 65억달러, 20억달러를 조달했다. 글로벌 제약사 머크는 이보다 많은 80억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을 예정하고 있다. 이 자금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머크의 시장 지위를 강화하는 용도로 사용될 계획이다.
마티 프리즌 리만리비안프리즌 수석투자책임자는 "채권펀드에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될수록 수요를 맞추려면 더 많은 채권을 확보해야만 한다"며 "기업들은 이같은 유리한 상황을 노리고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 말했다.
글로벌 자금시장 분석업체 EPFR에 따르면 지난 2월 첫주 글로벌 채권펀드로의 자금 유입규모는 약 2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157억달러를 크게 넘어서는 것이다.
◆ 중앙은행 보유 국채 소각방안 제시돼 관심
투자분석업체인 맥킨지글로벌은 최근 분석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각국의 채무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 균형을 회복해야 향후 발생할 지 모르는 위기를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맥킨지는 47개 주요국의 정부와 기업, 가계, 금융기관의 부채 현황을 합친 글로벌 부채는 지난 2007년 4분기의 142조달러에서 2014년 2분기 현재 199조달러로 57조달러(6경2180조원) 늘었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269%에서 286%로 17%p(포인트) 높아졌는데 이 가운데 정부 부채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등의 해결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이 투입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맥킨지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의 중앙은행들이 양적완화 정책 수행과정에서 매입한 자국 국채의 규모는 각각 전체 정부 채무의 16%, 22%에 이르고 있다.
맥킨지는 재정 균형을 위한 해법 가운데 하나로 중앙은행이 보유한 국채를 소각하는 방안을 제시해 관심을 끌었다. 채권자인 중앙은행과 채무자인 정부도 결국 국가 기관이므로 채무 구조조정을 통해 국채를 소각하게 되면 이론적으로는 특별한 변화나 영향은 없다.
시장 충격이나 신뢰도 변화 등의 부담은 없다 하더라도 이는 결국 중앙은행의 보유 자산을 소각하는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중앙은행의 자산이 줄어드는 결과가 돼 유동성 기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맥킨지는 이에 따라 중앙은행이 보유한 국채를 이자가 나오지 않는 제로쿠폰 영구채로 교환해 보유하는 방안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