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등 위기와 도전 직면..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논의
[뉴스핌=김연순 기자] 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현대그룹 등 범현대가(家)가 20일 한자리에 모인다.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14주기를 추모하기 위해서다. 올해는 정주영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이기도 해 그 어느 해보다 의미가 깊다.
하지만 정주영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 서거 14주기를 맞이하는 범현대가의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맏형격인 현대차그룹이 건재하지만 대내외 거센 도전에 직면하고 있고, 현대중공업그룹도 어려운 업황이 지속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현대그룹이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끝내면서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대북사업의 불확실성 등으로 경영여건이 녹록치는 않다. 정주영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 서거 14주기를 맞아 범현대가가 마음이 편치 않은 이유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 |
고인이 된 장남 정몽필, 4남 정몽우, 5남 정몽헌을 제외한 차남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3남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 5남 부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6남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 7남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8남 정몽일 현대기업금융 회장 등 정 명예회장의 자녀 모두가 참석할 예정이다.
또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 손주들과 정 명예회장의 막내동생 정상영 KCC 명예회장, 고 정인영 회장(정주영 회장 첫째 동생)의 장남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등 범 현대가의 일원도 자리를 함께할 것으로 알려졌다.
범현대가 그룹사의 한 관계자는 "올해 제사에는 정주영 회장 탄생 100주년을 맞아 정몽구, 현정은 회장을 포함해 범현대가 가족들이 모두 동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또한 맞춰 놓은 일정에 따라 그룹사별로 정 명예회장의 선영에도 방문했거나 방문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범현대가는 올해 제사에서 아산(峨山:정주영 회장의 호) 탄생 100주년과 관련된 기념행사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범현대가는 정주영 명예회장 서거 이후 일부 형제·시숙간 경영권 분쟁 등으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곤 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경영을 맡은 직후 시숙부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현대그룹 경영권 다툼이 있었고, 2006년엔 시동생인 정몽준 전 의원이 최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 지분을 매입해 긴장구도를 형성했다. 지난 2010년에는 시숙인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과 현대건설 인수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범현대가 내 경영권 싸움이 증폭될 때마다 정주영 회장의 기일엔 갈등 양상을 놓고 여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최근 몇 년새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을 중심으로 경영환경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뜨거운 감자였던 경영권 다툼 이슈는 상당 부분 가라앉은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2400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영업적자를 내며 1973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고, 현대그룹 역시 지난 2013년 말 3조3000억원의 고강도 자구계획을 발표하고 힘든 2014년을 보냈다. 포스트 정주영으로 불리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자동차를 '글로벌 브랜드'로 안착시켰지만, 글로벌 경쟁업체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면서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범현대가의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정주영 회장에 대한 향수가 되살아나고 정 회장의 정신을 계승하자는 목소리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 王(왕)회장 탄생 100주기라는 시기적 특수성과 맞물리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뚜렷하다.
정몽준 전 의원의 최측근인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정주영 창업자께서 자본, 기술, 경험도 없으셨지만 이렇게 훌륭한 회사를 만드셨다"며 "자신감을 갖고 이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2015년을 만들어 나가자"고 밝혔다. 정주영 회장의 창업정신을 본받아 위기 국면을 타개하자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정주영 회장의 향수를 자극했다.
현정은 회장 역시 지난 18일 회사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경영을 정상화시킨 공로로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한 후 "시아버지이신 정주영 명예회장과 남편인 정몽헌 회장이 받으신 그 상을 저도 받게 돼 영광"이라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현 회장은 이어 "금강산 관광이 7년째 답보 상태에 놓여 있어 송구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라며 "빠른 시일 내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길 바란다"고 뜻을 전했다. 대북사업의 불확실성 등으로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지만 시아버지인 정주영 회장의 뜻을 계승해나가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한 셈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역시 최근 한전부지 매입, 81조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 등 광폭행보를 통해 '포스트 정주영'의 진가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통 큰 베팅으로 한전부지 낙찰을 이뤄낸 정몽구 회장의 '뚝심경영'은 아버지의 생전 경영스타일과 닮아 '정주영 향수'를 느끼게 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