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현대기아차 의존 탈피 관건
[뉴스핌=송주오 기자] 정명철 현대모비스 사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2013년 12월 취임한 정 사장은 지난해 호실적을 올리며 현대차그룹을 대표하는 CEO의 한 사람으로 안착하는듯 했지만, 올 들어 실적이 급격히 꺾이며 위기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대기아차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대모비스의 단순한 사업포트폴리오가 한계에 봉착한 것으로,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 확보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정명철 현대모비스 사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취임 후 처음으로 올 1분기 역성장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2013년 12월 현대모비스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호실적을 지속해 왔다. 첫 성적표인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은 7210억원으로 13.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성장세를 유지했다.
현대모비스의 성장은 현대기아차의 실적과 연관이 깊다. 매출 구조상 현대기아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탓이다.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량이 800만대를 돌파하면서 덩달아 모듈 및 부품 공급이 늘어나 현대모비스의 성장 동력이 됐다.
실제 현대모비스에서 제작한 '2014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글로벌 고객사 수주액은 9억1100만달러(약 9조9000억원)이다. 2013년 현대모비스 매출액 34조2000억원에 약 29% 수준이다. 나머지 70% 가량은 현대기아차에서 창출된 것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현대기아차의 1분기 판매량이 감소하자 실적에 바로 반영됐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은 689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3% 줄었다. 당기순이익도 12.7% 감소한 714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유럽 및 신흥국의 경기침에 따른 통화약세로 손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에 따라 현대모비스의 실적이 좌우됨을 확인할 수 있다.<자료=각 사 사업보고서,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1953년생인 정 사장은 고려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후 현대차에 입사했다. 현대차 내에서 통합부품개발실 실장 이사를 맡으며 부품부문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이후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상무와 전무, 부사장까지 거치며 생산의 과정을 체득했다.
2011년에는 변속기를 제작하는 현대파워택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본격적으로 부품 계열사의 경영을 맡기 시작했다. 2012년 엔진을 담당하는 현대위아 등을 거쳐 2013년 모듈 업체인 현대모비스의 수장에 올랐다.
정 사장은 누구보다 부품사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앞선 기술력과 다양한 고객사 확보가 중요함을 알고 있는 경영인이다.
정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현대모비스는 기술력 확보와 제품 개발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임직원들에게 강조해 왔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최근 몇 년 동안 글로벌 고객사 확보를 위해 노력해온 결실이 하나 둘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3년 5월에는 크라이슬러에 공급하는 자동차 섀시모듈의 누적생산이 100만대를 넘어섰다.
이밖에 BMW와 GM, 다임러, 미쓰비시 등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연구개발(R&D) 분야에 대한 투자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현대모비스는 오는 2015년까지 총 1조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2013년에 4240억원을 집행했으며 지난해와 올해 나머지 1조4000억원 가량을 투입한다.
국내 마북연구소의 경우 600억원을 들여 전장연구동을 준공했다. 이곳에서 미래 자동차 부품 산업의 핵심인 지능형·친환경 전장품 개발을 진행한다. 마북연구소는 미국과 독일, 중국, 인도에 위치한 해외연구소와 연계해 시너지 창출을 극대화하고 컨트롤 타워 역할도 맡고 있는 곳이다.
또 국내와 스웨덴, 뉴질랜드에 구축한 주행시험장을 통해 다양한 기후와 환경에서 성능 테스트를 지속·강화하고 있다.
연구인력의 경우 2243명(2013년 기준)수준에서 2020년까지 3000여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부품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현대모비스는 2013년 한 해 동안 50개 차종과 538개 부품에 대한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지적재산권 출원도 1446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해외에서 출원한 비중은 38%로 확대됐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은 장벽이 높아서 신규 고객 확보가 어려운 편"이라면서 "연구개발에 꾸준히 투자하고 기술력이 확보된다면 신규 고객사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