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직장인 A씨(45)는 세금에 대해서 문외한이다. 종합소득세를 낼 만큼 급여 외의 소득이 많은 것도 아니고 오피스텔과 같은 임대 부동산도 없다. 그런데 얼마 전 돌아가신 아버지 집안의 ‘종중(宗中)’에서 땅을 팔면서 수익금을 상속받고 싶었으나, 그 방법과 세금에 대해 전혀 몰라 세무사가 갑자기 필요해졌다. 세무사를 고용하자니 아직 상속이 실현된 것도 아니어서 난감했다.
그때 은행이 제공하는 무료 세무서비스가 떠올랐다. 주거래은행인 하나은행 을지로 지점을 들러 직원에게 “부동산 상속 같은 세금 컨설팅을 받고 싶다”고 하자, 이틀 뒤 ‘상속증여센터’에서 전문 세무사의 컨설팅이 예약됐다.
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 세무사는 “세법은 종중 중에서 관할 세무서장으로부터 법인으로 보는 단체로 승인받았다면, 비영리법인으로 부동산 매각 시 양도세 대신 법인세만 내면 되기 때문에 세금을 훨씬 절약할 수 있고 그 수익금을 종중 후손들이 물려받으면 된다”고 설명해줬다.
A씨는 컨설팅 결과대로 종중에 가서 전했고, 순조롭게 상속받을 수 있었다.
◆ ‘보통’ 사람을 위한 세무서비스 확대
은행들이 ‘보통’ 사람들을 위한 세무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김근호 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장은 “상속증여에 대한 세무서비스가 PB(프라이빗뱅킹) 고객이 대상으로 알려졌지만, 지금은 문턱이 대폭 낮아져 서비스를 신청만 하면 은행 고객은 누구나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는 PB센터에서 하던 업무를 좀 더 전문화하기 위해 2011년 설립됐다. 출발부터 고액자산가 외에도 PB센터를 찾기 어려운 일반 영업점 고객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재산분쟁은 고액자산가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 사이에서도 흔하게 발생하는 점을 고려했다.
상속증여 외에도 노후대비에 필요한 각종 세무 컨설팅을 무료로 해준다.
◆ 상속증여부터 퇴직연금까지 세무서비스 다양
PB고객 전용이었던 세무서비스를 대중적으로 확대하는 이유는 미래 고객 확보 목적이 크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고액자산가는 스스로 전담 세무사가 따로 있어 소득세 신고부터 증여까지 모두 해준다”면서 “은행은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만 제공해 세무서비스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보다 대중적으로 서비스하는 게 고객 확보 차원에서 낫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보유한 세무사는 국세청 출신들도 상당수 있어, 수준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 기업고객들은 세무조사에 대비한 ‘모의조사’ 컨설팅도 받는다.
KB국민은행은 전국의 거점 점포에 총 21명의 세무사를 포진시켜, 상속증여나 퇴직연금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KB국민은행 WM컨설팅부 세무상담팀 관계자는 "지점에 VIP 전용 서비스라고 돼 있지만, 고객이 신청만 하면 누구나 받을 수 있고 예약을 통해 정해진 날짜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며 "규모로 보면 중형급 세무법인에서 서비스를 받는 셈"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온라인 자산관리를 강화하면서 온라인에서 각종 세무상담을 해준다. 직장인을 위해 연말정산이나 각종 세금을 계산할 수 있고 양도세나 증여세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최근에는 베이비 부머 세대의 은퇴와 차명계좌 규제로 증여를 위한 예금상품도 등장했다. 외환은행이 팔고 있는 ‘KEB 안심증여신고 정기예금’은 은행이 증여신고와 증여세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입 후 증여 신고 대행을 희망한다면 간단한 신청서 작성으로 은행 제휴 세무사를 통한 증여 신고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된다.
시장금리를 반영하는 변동금리 상품으로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 투자 매력은 떨어지지만, 불편한 증여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측면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