핌코, 블랙록 등 월가 운용사 경계감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애플을 필두로 한 미국 IT 기업들이 채권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했다. 눈덩이 현금 자산을 보유한 이들 기업이 자금 관리 차원에서 채권 매입에 적극 나서는 움직임이다.
최근 발행된 채권 가운데 일부는 전체 발행 물량의 절반 이상이 IT 기업의 손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핌코와 블랙록, 뱅가드 그룹 등 머니매니저들은 IT 기업의 움직임을 경계하는 시선으로 주시하고 있다.
애플[출처=블룸버그통신] |
5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단기물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의 최대 투자자로 부상했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애플이 보유한 현금 및 유동성 증권이 1935억달러로 집계됐다.
막강한 자금력을 확보한 애플은 최근 10억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에 2억달러의 물량을 확보하는 등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오라클과 구글을 포함한 이 밖에 IT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만기 2~3년의 투자등급 회사채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 금융권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들은 금융회사가 발행하는 채권을 적극적으로 매입하는 한편 엑손 모빌과 머크, 월마트 등 다양한 업종으로 투자 영역을 확대하는 움직임이다.
애플을 필두로 7개 IT 대기업이 보유한 현금 자산은 500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현금 자산은 2008년 말 대비 세 배 급증했다. 막대한 규모의 현금 자산을 보유한 이들 기업의 재무책임자에게 자금 운용은 커다란 고민거리다.
특히 해외에 축적한 현금 자산을 미국으로 환입했다가는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어 투자자산 가운데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은 단기물 우량 채권 매입을 선택하고 있다는 얘기다.
오라클이 보유한 회사채는 258억달러로 집계됐다. 구글 역시 115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씨티그룹의 제이슨 슈프 채권 전략가는 “우량 회사채 매입이 기업의 재무 책임자들에게 가장 손쉬운 자금 운용 전략”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투자은행 업계는 IT 기업들의 움직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가뜩이나 초저금리가 지속, 수익률 창출에 고전하는 상황에 예상치 않은 곳에서 경쟁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리서치 업체인 그린위치 어소시어츠의 케빈 맥파트랜드 시장구조 리서치 헤드는 “뱅가드나 피델리티와 같은 자산운용사들은 애플을 포함한 IT 기업들이 경쟁자이기보다 고객이기를 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