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평가점수 일체 비공개 방침에 공정성 논란 확대 中
[뉴스핌=강필성 함지현 기자]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 경쟁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혼탁양상을 띄고 있다. 심사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상호 비방전이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시내면세점 사업이 ‘황금알 사업’으로 떠오르면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있지만 관세청의 불투명한 행정이 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않다. 관세청이 평가점수를 공개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며 ‘정치적’인 논란을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24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들어 서울 시내면세점을 두고 갖가지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가장 큰 이슈는 공정거래위원회다. 공정위가 시내면세점 독과점 실태 조사에 나서면서 호텔롯데와 호텔신라의 시내면세점 입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조사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17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롯데와 호텔신라에 신규 면세점 허가 특혜를 주는 것은 공정거래법 3조와 4조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비롯됐다.
심지어 최근에는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현대아이파크몰의 시내면세점 합작법인 HDC신라의 공정위 승인이 특혜라는 지적까지도 제기되는 중이다.
중견·중소 제한입찰 부문에서 연결기준 매출 5000억원이 넘는 유진그룹과 파라다이스그룹이 중견기업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같은 논란이 시내면세점 입찰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독점에 대한 규제는 공정위가 관할하게 되지만 관세청의 특허권 입찰과는 무관하다”며 “점유율이나 연결기준 실적 관련 입찰 자격에도 제한을 두지 않았고 평가 배점에도 이들 항목에는 별 다른 기준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관세청의 심사가 여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심사 과정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정치 심사’가 전제 된 셈이다.
이같은 상황은 관세청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관세청은 이번 서울 시내면세점의 사업계획서 평가점수 일체를 공개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때문에 각 사업자들은 사업자 발표 후에도 자사가 어떤 평가항목에서 가점, 감점을 받았는지, 총점을 얼마였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황.
문제는 이같은 관세청의 미공개 원칙이 반발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누가 선정이 되든 뒷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일각에서는 미리 특허권을 받을 사업자를 정해놓고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점수를 투명하게 공개를 해야 어떤 점이 부족한지 알 수 있으니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관세청은 평가점수 비공개가 공정성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5년마다 심사를 하도록 돼 있는데 다시 평가를 받을 때 이전에 몇점을 받았는지가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왜 여기만 점수를 많이 줬느냐’, ‘왜 이전과 점수 차이가 많이 나느냐’ 등의 주장이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관세청의 비공개 원칙이 얼마나 신뢰를 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에 앞서 관세청은 지난 2월 제주시내면세점 입찰에서도 특혜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호텔롯데는 84.07점으로 최종 사업권을 획득했고 호텔신라가 82.79점으로 2순위, 부영이 82.32점으로 3위를 차지했다.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세부항목 점수를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가 평가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지 못했기 때문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