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결제 막혀, 유력 일간지 인쇄 용지 바닥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른바 뱅크런(대규모 예금 이탈)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은행권 영업이 중단된 가운데 그리스 실물경제는 이미 침체로 치닫고 있다.
현금 자산이 바닥을 드러내는 한편 신용라인이 마비되면서 그리스 기업들은 말 그대로 고사 위기에 처했다.
금융 거래가 전면적으로 막히면서 거래 기업이나 하청 업체에 대한 자금 결제가 제 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파산 위기를 맞는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 전자금융 거래가 차단돼 수출입이 전면 마비된 상황이며, 세관에 들어온 상품들은 업체들이 구매 대금을 결제하지 못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그리스 의회에 집결한 시위대[출처=블룸버그통신] |
지난 2000년 자동차 리사이클링 업체를 창업한 알렉산드로스 부기우클라키스 대표는 “부품 공급 업체에 대금을 결제할 수가 없다”며 “중국과 프랑스의 신규 수주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주요 고객들을 이미 놓치기 시작했다”며 “이 같은 경영 위기는 창업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크고 작은 그리스 기업들이 마찬가지 상황이다. 사무실의 전화기가 울리지 않고, 직원들이 출근을 하고 있지만 할 일이 없다는 것이 경영자들의 얘기다.
중소기업 로비단체인 전국그리스상인연합의 바실리스 코르키디스 회장은 “기업들이 이번주 간신히 버텼지만 다음주에는 상황이 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수출 기업들이 은행권으로부터 신용라인을 확보하지 못해 무역이 막혔고, 이 때문에 운송업체들이 개점휴업 상태”라며 “은행 영업 중단에 따른 파장이 전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스의 고용시장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6%에 육박한다. 이미 실업률이 25%에 달한 가운데 이번 부채위기에 따른 파장이 지속될 경우 실직자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는 가계 소비를 필두로 실물 경기와 자산 시장에 강한 충격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그리스의 유력 일간지 타 네아(Ta Nea)는 지난 1일 발행 지면을 32페이지로 대폭 축소했다. 신문사 측은 인쇄 용지가 불과 4일치밖에 남지 않아 발행 지면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은행 거래가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수일 이내로 발행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유럽 싱크탱크인 유럽안정계획(European Stability Initiative)은 “그리스의 경제가 이미 마비되기 시작했다”며 “금융권 안정성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도, 그리스 경제가 2개월 안에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없기 때문에 누구도 투자나 구매를 하려고 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