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가치주의 컨셉 변화...코스닥도 가치주 대열"
[뉴스핌=백현지 기자] 가치주펀드가 진화하고 있다. 안정적 수익을 보이면서도 펀더멘탈(실적)대비 밸류에이션(시가총액) 낮은 종목군이 이제까지 가치주 평가를 받았다면 이같은 고정 틀이 최근 깨지고 있다. 일부 운용사들이 전통 가치주에 다양한 분석틀을 적용, 포트폴리오를 과감하게 전환하기 시작하면서다.
포트폴리오내 종목도 기존 전통 가치주에서 컴투스, 무학, 에이치엘비 등 코스닥 중소형주로 종목군이 가세하며 종목군이 다양해지고 있다. 이 같이 가치주펀드 시장이 일대 변화를 겪으면서 KB에 더해 신흥강자로 급부상한 곳이 미래에셋과 키움자산운용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존 가치주펀드로 이름을 알린 신영자산운용, 한국밸류자산운용 이외에도 새로운 스타일의 '가치주펀드'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가치주펀드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에 머무르면서다. 국내경제가 구조적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며 성과가 시장에 연동하는 액티브, 성장주펀드 수익률이 약세를 지속한 탓이다.
이런 가운데 가치주펀드에 일대 변화의 양상이 나타났다. 저평가 대형주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1세대 가치주펀드와 달리 최근 가치주펀드는 다양한 전략과 분석법을 적용하며 높은 수익률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미래에셋가치주포커스펀드는 연초이후 32.61%의 수익을 거두며 국내주식형펀드 전체 수익률 6.68%를 4배 이상 웃도는 수익을 거뒀다. 이 펀드는 포트폴리오내 코스닥 비중이 40%에 달해(5월 1일 기준) 에이치엘비, 서울옥션 등을 담고 있다.
미래에셋운용은 모델포트폴리오(MP) 시스템으로 종목의 수익성, 성장성, 안정성, 배장성장성 등을 한꺼번에 분석할 수 있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이현진 미래에셋운용 스타일리서치 본부장은 "전통적인 가치주는 주가순자산배율(PBR)을 기준으로 싸다 비싸다는 평가를 하는데 사실 싼 기업들은 이유가 있다"며 "(가치주포커스펀드는) 단순히 밸류에이션이 저렴한 주식을 투자하는 게 아니라 본원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다변량분석을 통해 골라낸다"고 설명했다.
종목선정 과정에서 바텀업 관점으로 보면 본원적인 경쟁력이 있는가, 다른업체와 경쟁하지 않는 정부라이센스 등을 갖춘 독과점 업체인가 등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얘기다.
이어 "코스닥에도 우량한 회사가 있는 만큼 기업가치가 증가할 수 있는 회사를 배제시키면 안된다"며 "게임회사 등 진입장벽이 낮은 기업의 투자는 제한적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펀드 포트폴리오에 편입된 에이치엘비는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GRP)파이프의 국산화에 성공한 기술력은 갖춘 회사며 다원시스 역시 핵융합 전원장치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갖췄다.
저성장 시대의 '신가치주'를 찾는 '키움장기코어밸류펀드'는 연초이후 15.04%의 수익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4월 공모형으로 출시된 이 펀드는 국내증시 등락과 무관하게 상승할 수 있는 종목에 집중 투자한다.
저성장시대에 순자산을 증가시킬 수 있는 핵심가치기업(Core Value)을 골라내는 운용전략을 가져간다.
박원정 키움투자자산운용 매니저는 "단순히 저평가된 종목을 매수하기보다 저성장시대에 생존력이 강한 종목을 대상으로 가치투자를 추구한다"며 "중대형주 위주로 종목을 편입하지만 단순 저평가가 아니라 내실있는 종목인지를 본다"고 강조했다.
펀드 내 편입하고 있는 유한양행은 고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은 아니지만 연구개발(R&D) 역량이 있고 신규사업을 개척할 수 있는, 내실있는 기업이기 때문에 투자하고 있다는 게 박 매니저의 설명이다.
한편, KB자산운용은 '밸류포커스'펀드로 가치주펀드 왕좌를 지키고 있다. KB밸류포커스의 3년 수익률은 100%를 넘어선다. 포트폴리오에는 골프존, 컴투스, 무학 등 최근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코스닥 종목이 포함됐으며 코스닥 비중은 20% 가량이다.
전통적 가치주펀드들의 포트폴리오 종목 평균 PBR은 1.0~1.1배지만 미래에셋가치주포커스 종목들의 PBR은 3.0, 키움장기코어밸류, KB밸류포커스는 각각 1.7배로 집계됐다.
최웅필 KB자산운용 밸류운용본부장은 "가치주펀드 내에서도 하우스마다 운용스타일이 다르다"며 "자산가치를 중시하는 곳도 있고 수익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데도 있는데 (KB운용의 가치주펀드는)비즈니스 경쟁력, 수익가치 대비 저평가됐는지를 본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백현지 기자 (kyunj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