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주식시장은 '합병된다'에 베팅
[뉴스핌=박민선 기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여부를 결정짓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식시장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삼성그룹이 배수의 진을 친 채 막판까지 표심을 끌어모으는 데 전력투구했지만 뚜껑을 열 때까지 한쪽으로 확신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시장은 양사 합병이 이뤄질 것이라는 가능성에 조금 더 많은 베팅을 하는 분위기다. 16일 주식 시장에서 삼성그룹 관련주들은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며 합병안이 통과될 가능성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날 삼성물산은 전일보다 3.43%, 2300원 상승한 주당 6만9300원에 마감했고 제일모직도 5.72%, 1만500원 오른 19만4000원까지 올랐다.
특히 삼성물산 우선주는 장중 25% 이상까지 폭등세를 보이며 뜨거운 러브콜을 받았고 삼성전자와 삼성SDS 등 관련주들도 일제히 강세 흐름을 연출했다.
삼성물산(왼쪽), 제일모직 본사 <김학선·이형석 사진기자> |
◆ 합병 성공 = 주가 상승 지속
기관투자자들은 시장의 이러한 반응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기 때문이라며 합병안 통과시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A 펀드 매니저는 "단순히 허황된 이유로 상승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운에 기대서 투자하는 것은 투기인데 시장 반응은 합병과 관련해 어느 정도의 확률이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합병에 성공한다면 삼성물산이 지주회사로서의 지위에 확고히 올랐음을 대내외적으로 선언한다는 의미에서 부각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B 펀드 매니저는 "그동안 제일모직에서 고평가 논란이 있었던 것은 자산가치 대비 주가가 4배 가량으로 높다는 것인데 합병시 2배 이하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삼성물산의 입장에서 보면 그동안 인정받지 못하던 자산가치가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C 펀드 매니저는 "합병이 성사될 경우 제일모직의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제일모직은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회사라는 이유로 높은 프리미엄이 있었는데 저평가된 삼성물산과 합병함으로써 밸류에이션 부담이 하나도 없어지는 구조로 간다"는 것이다.
그는 "삼성그룹의 앞으로의 성장은 제일모직을 통해 이뤄질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제일모직의 가치는 더 좋은 구도로 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D 펀드 매니저도 "합병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 계열사들이 전반적으로 전일 같은 분위기를 이어갈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 합병 무산시 주목해야 할 점은?
반면 합병이 무산될 경우 주가의 향방에 대해서는 펀드 매니저들간 의견이 엇갈렸다.
A 펀드 매니저는 "합병이 무산될 경우 회사의 성장성이 어떤 식으로 나타날 수 있을지에 대해 기약이 없다"며 "회사의 가치는 경영진의 의사 결정에 따라 달라지는데 어떻게 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삼성물산은 건설과 무역을 주업무로 다루는 기업인데 이들이 이익을 많이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은 이미 아니다"면서 주가 약세 흐름이 이어질 수 있음을 예상했다.
E 펀드 매니저는 "합병에 성공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통해 창출될 시너지가 훨씬 더 크다"며 "합병이 무산될 경우 삼성그룹 전체적으로 변동성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C 펀드 매니저는 "삼성그룹에서 물산을 결코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다시 합병을 시도할 것"이라며 "M&A 관점에서 본다면 삼성물산은 지분가치만 13조원이 넘는 굉장히 매력적인 회사"라고 평가했다.
한편 향후 주가에 미칠 영향을 앞서 예단하는 것도 옳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애널리스트는 "결과가 나온 뒤에 기업이 주주들에게 그동안 제안했던 비전적인 이슈를 어떻게 실천하느냐에 따라 평가해야 하고 계획에 따라 기업 가치를 제고시킬 수 있는 가시적 성과가 나오는가가 의미있는 부분"이라며 "이번 사안이 중요한 변수이지만 삼성 그룹이나 지배구조 이슈에 지대하고 결정적인 사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삼성물산은 17일 오전 9시 서초구 양재동 aT센터 대회의실에서 주총을 개최하고 제일모직도 같은 시각 중구 태평로 2가의 삼성생명빌딩 컨퍼런스홀에서 주총을 열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