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국부펀드 자산시장 진입에 구축효과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돈 방석에 앉은 사모펀드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최근 수년간에 걸쳐 사모펀드로 뭉칫돈이 밀려 들었지만 베팅할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글로벌 자산 가격의 고평가 논란에 설득력을 실어주는 단면으로 풀이된다. 특히 유럽 지역의 사모펀드 업계가 극심한 자금 집행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달러화[출처=블룸버그통신] |
이른바 드라이 파우더(dry powder)로 불리는 미소진 투자 자금은 2000년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유럽 지역 사모펀드 업계의 미소진 자금은 지난해 기준 1374억달러로 5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컨설팅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사모펀드 업계가 사들인 자산은 101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같은 속도라면 앞으로 신규 투자 자금을 모집하지 않고 기존의 자금을 집행하는 데 최소한 18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해 유럽 지역의 227개 사모펀드 업체들이 확보한 투자 자금은 1036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8년 이후 최고치다.
사모펀드 업체들의 적극적인 베팅을 가로막는 주요인은 자산 가격이라는 데 투자자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문제는 미소진 투자 자금을 성급하게 집행할 때 잘못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고, 투자 수익률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모펀드 업체 화이트 앤 케이스의 이안 바그쇼 파트너는 “프리미엄 자산을 놓고 전례 없는 경쟁이 달아오르면서 자산 가격이 극심하게 치솟았다”며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에 만족하는 대체 투자자들이 자산시장에 뛰어들면서 사모펀드 업체들을 몰아내는 구축효과를 일으킨 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사모펀드의 입지가 크게 위축됐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연기금과 국부펀드 등 과거 활동이 제한적이었던 기관 투자자들이 공격적으로 베팅하고 나선 데 따른 결과다.
베인 앤 컴퍼니의 그레이엄 엘튼 파트너는 “사모펀드 업체들이 투자 규모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며 “미소진 투자 자금이 늘어나 제 때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모펀드 업계의 핵심 수입원인 수수료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