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금리 맞추기 힘들다"
[편집자] 이 기사는 7월 31일 오후 7시 27분에 프리미엄 뉴스서비스 ‘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뉴스핌=정연주 기자] 대한항공이 회사채 발행을 위한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일부 증권사에서 사실상 거절을 당한 것이다.
31일 대한항공(A-, 부정적)에 정통한 IB업계 관계자는 "7월 초 대한항공이 회사채 발행을 위해 증권사들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돌렸는데 일부 증권사들이 주관하지 않겠단 뜻을 표했다"며 "다소 위험한 종목이긴 하지만 과거보다 평가 절하가 심해진 듯하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8월 말 3년물을 포함한 1500억~20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1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이후 처음이다. 주관사는 KDB대우, 동부, 유안타와 IBK증권이다.
회사 측은 애초 7월 발행을 목표로 7월 첫째주 RFP를 증권사에 제시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처음 계획보다 발행이 미뤄졌다. 증권사들이 "주관하려 해도 금리를 맞추기 힘들 것"이라고 외면했다는 것이다.
회사채 주관을 꺼린 것은 무엇보다 미매각 회사채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는 점에 우려가 컸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당장 이번 8월 말 발행에도 미매각 우려가 만만찮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발행은 2년 만의 공모채 발행이었지만 수요예측에서 1500억원의 절반 수준인 630억원 정도가 들어오는 데 그쳤다. 결국 기관보다 대한항공에 우호적인 리테일시장에서 일부 소화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해당 증권사들은 우량고객인 대한항공을 의식, 단순한 사실 확인에도 난색을 표했다.
주관사로 선정된 A 증권사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껄끄러운 상황은 만들지 않는 게 좋지 않겠냐"며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제안서를 받고 거절한 것으로 확인된 B 증권사는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재차 문의하자 "제안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회사채 관련 정평이 나 있는 C 증권사는 "주관하고 싶었지만, 선정 과정에서 떨어졌다"고 답했다.
또 재무비율이 좋지 않은 데다 메르스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점도 문제다. 달러/원 환율 추가 상승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외화부채가 쌓이고 있어 자금 유동성도 악화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올해 1분기 말 외화순부채는 10조881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차세대 항공기 100대를 추가로 도입할 계획까지 밝혔다.
항공업계의 전반적인 업황이 악화된 것도 부담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박삼구 회장의 계열사 매각 이슈로 시끄럽고 대한항공의 경우 한진그룹의 자회사 한진해운 등의 부진이 지속하면서 올해 들어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분기 실적 개선도 기술적인 반등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다수다.
A 채권딜러는 "채권시장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오너 마인드가 강한 회사는 잠재적으로 오너리스크가 있으니 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오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한항공은 통상 2~3년에 한 번씩 항공기를 도입하는데 이번에는 몇 년치를 한꺼번에 처리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며 "장기 계획을 가지고 운영하는 업체라 단기 재무안전성은 문제 없을 수 있지만, 외화부채가 환율 문제로 일시적으로 올라가는 점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조현아 전 부사장 리스크도 거론되고 있으나 이 부분은 넌센스인 듯하다"며 "메르스에 따른 여행객 수요 회복은 적어도 4~5달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3분기 실적에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여유를 가지고 발행 준비를 한 것이고 주관사 선정 등에 문제가 없었다"며 "8월 말 발행예정으로 시장 상황을 보면서 발행규모 등을 확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의 2분기 실적은 8월 둘째 주에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