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위안화 환율 변동폭 조절시 약세 절정" vs "중국 정책방향 예측 불가 리스크"
[뉴스핌=이보람 백현지 기자] 코스피가 2000선 붕괴도 모자라 장 중 한 때 1950선까지 주저앉았다. 대형주의 수출 부진과 이에 따른 실적 감소로 가뜩이나 위태롭던 시장에 '위안화 평가절하'라는 중국발 쇼크가 국내 증시를 뒤흔들었다.
중국은 12일 위안화/달러 고시환율을 전일 종가대비 0.1% 상승한 6.3306위안으로 조정했다. 지난 11일에 이어 이틀 연속 위안화가 3.5% 가량 평가절하된 셈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같은 움직임이 향후 국내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안화 약세가 달러 강세를 부추기는 만큼 수출이 부진한 우리나라 상황에서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과 글로벌 경쟁을 펼치고 있는 조선 철강 등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기업들은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도 나왔다. 여기에 최근 국내 증시 활황을 이끈 중소형주, 특히 화장품 등 대중국 사업을 펼치고 있는 기업들 피해도 예상됐다.
익명을 요구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가져가면 이는 국내 산업에 상당히 위협적인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의미"라며 "특히 중국과 심한 수출 경쟁을 펼치는 조선 화학 철강 등 대형주를 비롯해 화장품 등 수출과 관련된 기업들의 경쟁력을 체크해봐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중국이 환율을 가지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은 나 살자고 주변을 다 죽이겠다는 것"이라며 "중국 일본과 경쟁하게 될 경우 우리나라 입장에선 무조건 대형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센터장은 "중국이 결국 환율 전쟁을 일으킨 것"이라며 "중국 입장에서는 일종의 경기 부양책 중 하나로 환율 정책을 들고 나온 건데, 우리나라가 중국하고 경합하는 산업이 많을 뿐 아니라 중국으로 수출하는 품목도 많기 때문에 위안화 약세는 이들 기업 이익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중국의 원화 약세 정책 기조가 이어진다면 신흥국의 외국인 자금 이탈을 가져올 수 있고 우리나라 역시 이같은 흐름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졌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문제는 위안화 절하가 심화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핫머니)의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이라며 "특히 핫머니가 급격하게 유출될 경우 증시 및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더불어 금융부실 문제가 촉발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같은 우려는 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특히 이틀째 위안화 환율이 조정되면서 중국이 본격적으로 환율 전쟁에 뛰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자 피해주로 꼽히는 종목들이 폭락세를 보이며 대형 악재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지난 11일 코스피는 전일대비 16.52포인트, 0.82% 내린 1986.65에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피가 20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5개월 만이다. 이것도 모자라 12일에는 장 중 한 때 1950포인트까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코스피는 11.18포인트, 0.56% 내린 1975.57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도 사흘째 내림세를 이어가며 장 중 7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국내 증시에서는 특히 아모레퍼시픽을 필두로 화장품주들이 대다수 내림세를 기록하는 모습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날 장 중 9%까지 하락세를 보이다 낙폭을 만회하며 6%대 하락 마감했다.
코스닥에서는 한국콜마홀딩스와 산성앨엔에스가 11% 가량 내렸고 한국콜마 코스온 제닉 에이씨티 등 화장품 관련 종목들이 5% 넘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 외에 파티게임즈 게임빌 등 몇몇 게임주와 아가방컴퍼니 등 중국 소비재로 각광을 받던 여타 종목들도 줄줄이 하락세를 이어가며 중국발 충격을 피해가지 못했다.
하지만 지나친 비관론은 아직 섣부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윤남 대신증권 센터장은 "과거 사례를 봤을 때, 긍정적으로 볼 만한 부분은 위안화 환율 변동폭을 조절했을 때가 약세의 절정이었다는 점"이라며 "중국 정부가 의도한 대로 결과가 나와준다면 중국 증시 반등이 가능하고 이는 코스피 반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중국의 추가적인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 여부가 시장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역시 중국 정부의 의중을 가늠하기는 어려운 상황.
조익재 하이투자 센터장은 "어제 중국 인민은행이 추세적인 조치는 아니라고 했지만 이틀 연속 위안화 평가절하 결정을 내릴 만큼 향후 중국의 정책적 판단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지는 예측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를 낮추면 효과가 3~6개월 이후 나타나는데 그동안 위안화가 강세가 계속돼 왔기 때문에 한 번 이같은 조치를 내린다고 해서 경제가 좋아질 리는 없지 않냐"며 "추세적으로 평가절하가 계속 된다고 하면 국내시장에는 무조건 대형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