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기간 늘리거나 규모 확대할 것을 기대"
[뉴스핌=김성수 기자] 3일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부양책이 나올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실업률이 급락하고 성장세도 회복되고 있음에도 물가 상승 압력은 감감 무소식이기 때문이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두 명의 ECB 고위 위원들이 저조한 유로존 물가상승률에 대해 대조적인 근거를 내놓았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두 고위 위원은 피터 프라엣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비토르 콘스탄치오 ECB 부총재다.
프라엣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의 신흥시장 상황이 ECB가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를 맞추는 데 근본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콘스탄치오 부총재는 유가 하락으로 인해 시장에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낮아진 탓이라고 해석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사진=블룸버그통신> |
앞서 ECB는 지난 3월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양적완화(QE)를 단행했으며, 당시 드라기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ECB 실무진들이 오는 2017년에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1.8%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실제 물가상승률 결과는 이러한 기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유럽연합(EU)의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8월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대비 0.2% 상승에 그쳤다.
유로존의 소비자물가는 지난 5월 0.3% 오른 후 6월부터 3개월 연속 0.2%의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물가상승률은 0.9% 올랐다. ECB의 목표치인 2.0% 상승률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이는 ECB 뿐만 아니라 각국 중앙은행 정책 관료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실업률이 하락하고 성장세가 회복되고 있음에도 저조한 물가 상승률 때문에 앞으로의 정책 방향이 안개 속에 빠진 상황이다.
카르스텐 브레체스키 ING-디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만을 통해 양적완화의 효과를 논의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생각"이라며 "QE 프로그램이 시작된 후로 유럽에서 은행대출과 소비자들 수요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다만 "물가상승 압력이 미약하다는 것은 그만큼 중앙은행 정책만으로는 (경기회복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며 "(중국발 경기둔화와 국제유가 하락 등) 글로벌 경제 요인들이 예전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유럽 채권시장에서 ECB가 기존 QE 정책의 만기일로 정했던 내년 9월 이후에도 계속 600억달러의 국채 매입을 실시할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애버딘 자산운용의 제임스 아테이는 "나는 ECB가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오래 전부터 예상해 왔다"며 "가장 쉬운 방법은 QE 프로그램 기간을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몇 주간 글로벌 시장의 충격으로 인해 ECB가 더 강력한 부양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다른 추가 부양책 중 가능성 있는 정책으로는 매월 채권매입 규모를 600억달러보다 확대하는 방법이나 ECB가 매입하는 자산의 범위를 늘리는 것 등이 제기됐다.
이 밖에도 미국의 금리인상 여부가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의견도 있었다.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로 인해 유로가 약세를 보일 경우,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서 유로존 채권 수익률도 따라 오를 것인지가 관심사라는 설명이다.
브레체스키는 "중국 증시 폭락 여파에 대해 벌써부터 해석하는 것은 다소 시기상조"라며 "ECB 위원들은 우선 미국의 금리인상 여부를 궁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드라기 총재의 시각은 프라엣 이코노미스트와 콘스탄치오 부총재 의견의 중간적 입장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