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국가 집중 투자 '선봉장'…북한과 돈독한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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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성수 기자] 이집트 억만장자가 시리아 난민들을 위한 구원투수로 나서면서 화제를 모았다.
이집트에서 3번째 부호이자 이집트 통신사인 오라스콤의 최고경영자(CEO) 나기브 사위리스는 시리아에서 유럽으로 몰려드는 난민들을 수용할 지중해의 섬 하나를 통째로 구매하겠다고 밝혔다.
사위리스는 "수십 만 명의 난민들이 살 무인도는 많이 있다"며 "그리스나 이탈리아에서 섬을 산 다음 독립시켜 난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섬의 이름을 '호프(Hope, 희망)'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비용이 얼마가 들든 섬을 하나 사서 난민들에게 새로운 정착지로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권 단체들은 유럽 국가들에게 난민 문제에 신속히 대응해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아직 대응이 빨리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호주, 브라질 등이 난민 수용에 나섰지만 전체 시리아 난민 수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각국의 정치·경제적 이해관계 속에 희생양이 된 시리아 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희망의 손길을 내민 사위리스는 누구일까.
◆ 나기브 사위리스는 누구
나기브 사위리스는 오라스콤 그룹 설립자 온시 사위리스의 세 아들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랍어와 영어·독일어·프랑스어 4개국어를 구사할 수 있고, 스위스연방공과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기계공학 석사 학위를 받아 이집트 사회에서는 최고 엘리트층에 속한다.
사위리스는 오라스콤 그룹에서 통신 부문(오라스콤 텔레콤)을 맡고 있다. 오라스콤 그룹은 카이로앤드알렉산드리아 증권거래소에서 시총 1위를 자랑하는 이집트 최대 기업이다.
오라스콤은 1950년 작은 건설사로 시작한 후 고속도로와 쇼핑몰 사업에 진출하면서 몸집을 불려 나갔다. 한 때 정부가 회사를 국유화하려 하는 등 어려움도 겪었으나 이후 민간 기업에 호의적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결과 현재의 대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사위리스는 오라스콤 텔레콤을 통해 이집트에서 가장 먼저 이동통신 사업에 뛰어들었다. 선진국 대기업들이 신흥국에 정치적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통신사업을 기피하는 것을 활용, 이 분야에 진출해 큰 수익을 거둔 것이다.
사위리스는 현재 보유 재산이 31억달러에 이르러 올해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에서 세계 544위 부자로 선정됐다. 그는 프랑스 매체에 거액을 투자해 이집트와 프랑스의 협력에 기여했다는 공을 인정받아 프랑스 최고의 명예인 레종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이탈리아와 파키스탄에서도 통신 부문에 거액을 투자한 공로로 명예훈장을 받은 바 있다.
이집트 정치 상황을 분석하는 사람들은 사위리스가 '이집트 자유화의 급진적 옹호자'라고 평가한다. 사위리스는 2011년 이집트 혁명 후 자유이집트당을 창당한 5000명의 설립 멤버 중 일원이다.
혁명을 겪은 이집트에서 무바라크 정권의 잔재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 있는 재벌이 정치계에 당당히 목소리를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는 사위리스가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본인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하는 성격임을 보여준다.
사위리스는 무바라크 정권 밑에서 커온 재벌들과 달리 동결된 자산도 없고 출국 금지 명령을 받지도 않았다. 다른 재벌들이 부정부패 문제에 연루될 때 그는 "나는 매우 떳떳하다"며 "잘못한 사람들은 걱정이 되겠지만 나 같은 사람은 걱정할 게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사위리스는 이집트에서 미디어의 독립성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선구자적 인물로 평가받기도 한다. 그는 지난 2004년 설립된 알 마스리 알 요움(al-Masry al-Youm) 신문사의 투자자이며, 위성방송 네트워크 OTV를 설립했다.
사위리스의 언론은 시위대와 무바라크 정권을 매개하는 매체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나는 특정 정당을 편든 적이 없다"며 "내 의견을 피력해야 할 때는 목소리를 낼 것이고 언제나 그렇게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북한 통신사업권 독점…돈독한 관계 왼쪽부터 장성택 부위원장·사위리스 CEO·김정일 국방위원장 <출처=노틸러스 안보·지속가능성 연구소(www.nautilus.org)>
사위리스는 북한과도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오라스콤 텔레콤이 북한 체신성과 고려링크를 합자·설립한 이후, 오라스콤 텔레콤은 고려링크 지분의 75%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오라스콤 텔레콤은 지난 2008년 당시 향후 3년간 이동통신 사업자 면허 취득과 설비투자 등을 위해 북한에 4억달러(약 39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사위리스는 북한 이동통신사 '고려링크'의 대주주로서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했으며, 고(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살아 있었을 때 장성택 당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셋이서 합동 사진을 찍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사진에서는 김정일 위원장과 장성택 부위원장이 옆으로 비켜서고 사위리스 회장이 가운데에 서 있다. 이는 북한 경제상황이 어려웠을 때 사위리스가 3억달러의 큰 금액을 투자해준 것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이 예우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위리스는 처음부터 북한에서 사업을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오라스콤 텔레콤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던 중 북한의 값싼 노동력을 얻기 위해 북한 정부와 협상을 시작했고, 2007년에 지분 50%와 노동력을 공급받는 조건으로 1억15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이듬해인 2008년에는 25년간 통신사업 독점권을 얻는 데 성공했으며, 이후 광산 채굴권, 원자재 이용권 등 유리한 사업 조건을 따내면서 105층 평양 류경호텔 등 북한 건설사업에도 진출했다.
법률이나 금융, 교통, 통신 환경이 미비하고 정치적 리스크도 큰 국가에서는 사업을 꺼리는 다른 사업가들과 전혀 다른 사업 방식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사위리스의 고위험 국가 대상 집중 투자를 조명하면서 "무질서와 혼란을 열렬히 받아들이는 그의 경영 방식이 신흥국가의 기업이 살아남는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