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배우 권상우(39)가 오랜만에 국내 극장가로 돌아왔다. 그것도 결혼 이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가벼운 모습으로. 보는 이도 힘겨웠던 무거운 감정 연기와 진중한 면모는 모두 걷어냈다. 대신 코믹함과 리얼함으로 객석의 웃음보를 노린다.
권상우의 신작 ‘탐정:더 비기닝’(탐정)이 오는 24일 베일을 벗는다. 지난 2006년 제8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작을 바탕으로 제작한 '탐정'은 한국의 셜록을 꿈꾸는 추리광 강대만과 광역수사대 레전드 형사 노태수의 비공개 합동 추리작전을 담은 작품. 권상우가 강대만으로, 성동일이 노태수로 분해 연기 호흡을 맞췄다.
“‘통증’(2011) 끝나고 1~2년 정도는 저에 대한 회의감을 느꼈고 이후로는 드라마하고 중국에서 일하고 하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지났네요(웃음). 사실 ‘탐정’도 한 번에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에요. 일 년 전에 한번 엎어졌죠. 하지만 다른 작품 하면서도 마음이 ‘탐정’에 가 있었고 말은 안했지만, 언젠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내심 연락을 기다렸죠. 그러다가 투자됐다는 연락을 받고 주저 없이 시작했어요.”
그가 이토록 ‘탐정’을 기다린 이유는 (영화를 통해 확인했기에)구태여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바로 현재의 권상우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연기이기 때문. 아빠가 된 권상우는 스크린 속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친다. 실제 두 아이를 둔 아빠답게 능숙하게 똥 기저귀를 갈고 막힘 없이 분유도 탄다. 어디 그뿐이랴. 새댁 서영희에게 아기 우유병을 물리는 법도 알려줬다.
“제가 미혼이었다면 일단 영화에 대한 접근법 자체가 달랐을 거예요. 물론 미혼이라도 충분히 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그때 했으면 관객들도 마이너스로 느꼈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아빠기 때문에 그런 고민이 없었죠. 특히 ‘탐정’은 제가 가지고 있는 코믹 센스와 두 아이의 아빠인 것을 활용하면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을 거라 여겼어요. 관객들도 유부남인 제 일상 모습이 궁금했을 거고요.”
그의 말대로 ‘탐정’에는 그간 대중이 궁금해했을 아빠 권상우의 모습이 많이 담겨있다. 하지만 툭 터 넣고 말해 이 역시 짜인 시나리오일 뿐. 스크린을 완전히 벗어난 아빠 권상우, 남편 권상우의 모습은 아니다. 그렇다면 현실 속 그는 어떤 아빠, 남편일까.
“영화 속 모습이랑 크게 다르지 않아요. 오늘처럼 스케줄이 있는 게 아니면 육아는 평소에도 하죠. 아침에 일어나서 룩희(첫째 아들) 유치원 스쿨버스에 태우고 다시 와서 둘째 이유식 먹이고 같이 놀고 그러죠. 음식물 쓰레기도 버리고요. 근데 와이프(손태영)가 워낙 집안일을 도와달라고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특별히 해주는 건 없어요(웃음). 그래도 항상 아빠로서 가정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싶은 마음은 있죠.”
권상우는 인터뷰 내내 솔직하고 직설적인 대답으로 분위기를 주도했다. 특히 전과 달리 자신을 포장하거나 꾸미지 않는 점이 눈에 띄었다. 물론 인터뷰에서만 이런 건 아니다. 최근 제작보고회에서도 그는 공백기를 가진 이유를 묻는 말에 “시나리오가 안들어왔다”고 털어놔 취재진을 당황하게 했다.
“나이 먹을수록 저를 더 채찍질하려고 해요. 그리고 솔직해지고 싶고요. 예전만큼 좋은 시나리오가 들어오지 않는 건 사실이니까. 해외활동도 오래 했고 한류스타라는 타이틀만으로는 안되는 게 분명 있잖아요. 물론 그 과정이 저를 더 단단하게 했고 현실적으로 작품을 선택하는 계기가 됐지만요. 최근에는 오히려 중국작품이 많이 들어오죠. ‘탐정’ 끝나고도 한 두 편은 중국에서 할 듯해요. 그래도 내년에는 다시 한국에서도 꾸준히 활동하고 싶어요.”
국내 관객에게 새로운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싶다기에 특별히 보여주고 싶은 장르, 혹은 캐릭터가 있는지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액션 영화를 꼽았다. 권상우=‘말죽거리 잔혹사’(2004)로 기억되는 게 마냥 좋지만은 않은 듯했다. 물론 출연 자체에 대한 후회는 아니다. 그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확신과 자신감이다.
“꾸준히 관리하고 노력해서 권상우만의 센 액션 영화를 하고 싶어요. 항상 저를 보면 ‘말죽거리 잔혹사’를 이야기하는데 그 스트레스가 엄청나거든요. 굉장히 바쁠 때 한 작품이라 저의 최고치를 담지 못했죠. 근데 그렇게들 생각하니까 서운하죠. 그래서 최고로 관련된 몸과 액션을 꼭 한번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지금도 체력 유지를 하고 있고요. 어쨌든 지금 계획은 그래요. 앞으로 10년은 더 치열하게 열심히, 그리고 재밌게 일하자(웃음).”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