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이어가는 신동주·신격호 부자…추석 회동 '주목'
[뉴스핌=강필성 함지현 기자] "왕자의 난은 끝났습니다. 경영권 분쟁 재발 가능성은 없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7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경영권 분쟁이 끝났다며 전국민 앞에서 이같이 말했다. 신동빈 회장의 발언은 지난 7월부터 본격화된 롯데그룹 '왕자의 난'이 종식됐다는 선언으로 해석됐다. 사실상 신동빈 회장의 '승리 선언'인 셈이다.
하지만 롯데그룹과 일본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이같은 '승리선언'은 다소 성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전히 한국 롯데그룹은 일본 롯데그룹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구조고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보다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같은 지분구조에도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 분쟁 종식선언을 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형제간 모종의 합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하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경영권 분쟁 당시 날카로운 '전투력'을 보이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언론 등을 피해 공개적인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그는 신동빈 회장의 국회 증인 출석을 앞두고 극비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국 날짜와 이유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7~8월 수차례 방송사 인터뷰를 자처하며 공방전을 벌이던 것과 달리 대외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주총 이후 예고했던 법정 대응 역시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사실상 신동빈 회장에게 승복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적지 않다. 통상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여론전을 벌이는 것은 불리한 전황을 만회하기 위한 압력 수단이기 때문이다.
실제 그가 수차례 진행한 인터뷰와 폭로 과정은 롯데그룹에 적잖은 타격을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침묵이 의미심장하게 해석되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지분을 여전히 일본 롯데가 보유하고 있다"며 "신동빈 회장의 일본 롯데 지배력이 우호지분에 상당부분 의존하는 것을 볼 때, '경영권 분쟁 종료'를 선언한 것은 단순히 지분 얘기만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일본 롯데의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롯데홀딩스, 광윤사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을 상회하는 지분을 보유 중이다.
롯데 오너일가의 기업인 광윤사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50%,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8.8%를 보유하고 있고 이들의 어머니인 시게미쓰 하츠코 씨가 10%,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0.8%를 갖고 있다. 광윤사는 롯데홀딩스의 지분 28.1%를 보유한 대주주다.
더불어 일본 롯데홀딩스는 신동빈 회장이 1.4%의 지분을 보유한데 비해 신동주 전 부회장이 1.6%를 갖고 있고 그밖에 일본 주요 계열사의 지분도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소폭 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일본 내 지분만 본다면 신동주 전 부회장의 지배력이 더욱 강하다는 이야기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주주들의 동의가 더 중요하다"며 "지난 일본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이 주주들의 마음을 얻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롯데홀딩스의 우호지분으로 종업원 지주회사가 27.8%, 임원지주가 6%가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광윤사의 지분을 견제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종업원지주회사나 임원지주의 마음이 돌아서면 언제든 경영권 분쟁이 재발할 '불씨'가 남아있는 셈이다.
때문에 일본 내 우호지분이 의존도가 높은 신동빈 회장이 승리를 선언한 배경에는 형제간의 합의가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물론 최근 신동주 전 부회장이 호텔롯데 사내이사에서 해임되는 정황 등을 고려할 때 극적인 화해가 이뤄졌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분명한 것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침묵은 당분간 깨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더불어 방송 녹화화면을 통해 신동빈 회장을 비난하던 신격호 총괄회장 역시 장기간 침묵을 이어가는 상황.
업계 일각에서는 오는 추석에 이뤄지는 가족 회동에서 보다 분명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을 비추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이번 추석 연휴 가족들과 보낼 예정이고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격호 총괄호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이번 분쟁의 주역들은 모두 한국에 체류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을 주축으로 지배구조 개편, 호텔롯데 상장 및 기업문화 개선 등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는 점은 그가 더 이상 수세에 몰리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며 "적어도 롯데 오너일가가 분쟁 전선을 확대하는 것이 서로에게 불리하다는 공감대를 얻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