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연주 기자] 제조업체들의 체감경기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를 벗어났음에도 좀처럼 눈에 띄는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살아나는 듯했던 내수기업의 체감경기도 오히려 전월보다 후퇴했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5년 9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제조업의 9월 업황BSI는 68로 전월과 동일했다. 이는 당초 전망치 71보다 낮은 것이다. 10월 업황 전망BSI는 70으로 전월 전망치대비 1포인트 하락했다. 계절조정지수로도 9월 업황BSI는 전월보다 1포인트 하락한 70을, 10월 업황 전망BSI는 3포인트 떨어진 70으로 집계됐다.
BSI는 기업가의 현재 기업경영상황에 대한 판단과 향후 전망을 지수화한 것으로, 100을 기준으로 이상이면 긍정응답 업체수가 부정응답 업체수보다 많음을, 이하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제조업 업황BSI는 지난 6월 메르스 여파로 6년3개월래 최저치(66)까지 떨어진 바 있다. 이후 메르스 여파가 잠잠해진 7월 70까지 회복됐다가 8월 68로 하락한 이후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중국 경기 부진 등 글로벌 경기 우려가 가중된 영향이 컸다. 그간 개선세가 정부 정책에 따른 주택경기 활성화로 부동산 관련 업종 등 일부에 국한됐단 점도 한계로 작용했다.
<자료제공=한국은행> |
제조업의 경우 업황별로 차별화가 나타났다. 비금속 광물이나 의복·신발 업체 등의 업황이 좋아진 반면 중국 성장세 둔화로 자동차 수출이 부진하면서 자동차,에너지와 금속업종 등이 부진했다.
특히 9월 업황BSI는 대기업(72)과 중소기업(62)이 전월과 동일한 가운데 수출기업은 1포인트 상승(69)했으나 내수기업은 1포인트 하락(67)했다.
박성빈 한은 경제통계국 기업통계팀장은 "수출이 1포인트 오른 것은 지난달 크게 떨어져 이 달 기저효과가 작용했다. 내수부문 체감경기가 하락했지만 수치가 미미한데다 지켜볼 필요가 있어 당장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50% 이상을 수출한다면 수출업체라고 하는데, 내수업체로 구분지어진 곳에서도 수출을 하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추세적으로 보면 메르스 충격을 벗어나고 있는 가운데 수출 체감경기는 큰 변화가 없으나 내수는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달 수치만으로 내수가 안좋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제조업의 매출BSI 9월 실적은 78로 전월대비 1포인트 하락했으나, 10월 전망은 82로 전월과 동일했다. 채산성BSI의 9월 실적은 85로 전월과 동일하나, 10월 전망은 86으로 2포인트 내렸다. 자금사정BSI의 9월 실적은 83으로 1포인트 내렸고, 10월 전망은 84로 전월과 동일했다.
제조업 경영애로사항으로는 내수부진(27%), 불확실한 경제상황(19.9%) 등이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내수부진(+2.3%p)과 환율(+1.1%p)을 선택한 기업의 비중은 전월보다 상승한 반면, 경쟁심화(-1.7%p)와 수출부진(-0.3%p)을 선택한 기업의 비중은 하락했다.
박 팀장은 "제조업은 경영애로사항으로 내수 부진을 꼽은 기업이 많은 반면 비제조업군은 내수 부진 우려가 완화된 모습"이며 "내수 부진 부분을 분석해보면 음식이나 의류 등 최종 소비재보단 부품업체와 같은 중간재 업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어 "자동차의 수출 현황은 좋지 않으나 내수부문에 대한 심리는 좋아졌다"며 "개별소비세 인하 기대감이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비제조업의 9월 업황BSI는 70으로 전월과 동일하며, 10월 업황 전망BSI도 73으로 전월과 같았다. 계절조정지수로 9월 업황BSI는 69로 3포인트 하락했으나, 10월 업황 전망BSI는 73으로 전월과 동일했다.
업종별로 숙박업과 건설업은 회복되고 있으나 전기·가스, 도소매업 등이 부진했다. 전기·가스의 경우 유가 하락으로 대체 품목인 가스 수요가 부진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비제조업의 매출BSI 9월 실적은 79로 전월대비 2포인트 상승했으며, 10월 전망도 82로 2포인트 올랐다. 채산성BSI의 9월 실적은 83으로 전월과 동일하며, 10월 전망도 86으로 전월과 일치했다. 자금사정BSI의 9월 실적은 85로 전월과 같았고, 10월 전망은 87로 1포인트 하락했다.
비제조업 경영애로사항으로는 내수부진(23.4%), 경쟁심화(14.5%) 등이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인력난·인건비 상승(+1.4%p)과 불확실한 경제상황(+1.3%p)을 선택한 기업의 비중은 전월보다 상승한 반면, 내수부진(-1.4%p)과 경쟁심화(-0.6%p)를 선택한 기업의 비중은 하락했다.
한편 9월 경제심리지수(ESI)는 93, 순환변동치는 94로 모두 전월과 동일했다.
이번 설문조사 대상은 전국 3313개 법인기업으로 이중 2866개(제조업 1748개, 비제조업 1118개)가 응답했다. 조사기간은 지난 9월 14일부터 21일까지였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