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도덕성 문제로 인터넷전문은행 악영향…모바일 보드게임 추친도 부담
[뉴스핌=이수호 기자] 지난해 10월 다음과 합병 법인을 출범시킨 카카오가 1년만에 또다시 위기에 처했다.
카카오톡 감청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검찰에 협조키로 공개 천명하자 최대주주이자 설립자인 김범수 의장의 미국 카지노 도박설이 거론된 것이다. 이때문에 카카오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뱅킹 등 신사업에도 악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13일 IT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9일 카카오 최대 주주인 김 의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거액의 도박을 했다는 다수의 문건을 미국 수사당국으로부터 전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보도한 한 매체에 따르면 김 의장은 지난 2007년 미국 라스베이거스내 호텔 카지노에서 약 20시간동안 평균 2440달러(한화 283만원)를 베팅하고, 1만6993달러(1974만원)를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해당 문서에는 김 의장이 별도 카지노 계좌도 보유한 사실을 적시하고 있어 그가 이전에도 도박을 했음을 시사한다.
문제는 이 문서에 나오는 도박 시기가 2007년으로, 현행법상 불법인 도박(공소시효 5년)으로 처벌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당시는 김 의장이 카카오를 창업하기 전으로 NHN 미국법인 대표로 있던 시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는 사실상 관련 보도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라며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다. 김 의장의 도박설이 신사업 추진에 크게 장애가 될 것이라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사진제공 = 카카오> |
셋 모두 정부의 인허가가 필요하거나 도덕성 면에서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는 사업으로 꼽힌다. 이중 김 의장의 도박설로 가장 타격을 입은 것은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지난달 6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주요 평가항목으로 사업계획의 혁신성, 주주구성계획 등에 대한 배점기준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까지 카카오, 인터파크, KT 3개의 컨소시엄 중 한 곳 또는 두 곳이 인가를 받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카카오는 국정감사 전까지만 해도 컨소시엄을 가장 먼저 구체하면서 다소 앞서나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국감 당시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은 "김 의장을 엄격하게 조사해, 적어도 인터넷전문은행 부문에 진출할 만한 자격이 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김 의원은 "김 의장의 해외 도박 의혹을 엄격히 조사해야 한다"며 검찰의 정식 수사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의 대주주 적격성을 면밀히 살필 것"이라며 사업자들의 자격을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과 여론의 추이를 살피면서 경우에 따라 선정시 배점 기준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밝힌 셈이다.
또 카카오택시 고급서비스도 여론의 추이에 따라 사업 추진에 힘이 빠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열린 국토위 국감에서는 콜택시시장의 7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카카오택시와 관련해 골목 상권 침해 문제가 제기됐다. 정치권이 마음만 먹으면 택시 관련 사업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둘 수도 있다.
모바일 보드게임 사업은 김 의장의 도박설과 가장 밀접한 분야로 꼽힌다. 과거 한게임을 창업하면서 웹보드 게임 전문가로 꼽혔던 김 의장은 최근 들어 이정웅 선데이토즈 대표, 이길형 조이맥스 대표, 남궁훈 엔진 대표 등 과거 NHN 멤버들과 손을 잡고 하반기 모바일 보드게임 사업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하지만 모바일 보드게임의 경우, 맞고와 포커류 등 도박성 게임이 주류를 차지해 김 의장의 혐의 여부에 따라 사업 본질에 대한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난 2014년 1분기 광풍이 불었던 웹보드 게임 규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게임업계는 웹보드 규제 완화를 꾸준히 요구해온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신사업을 앞둔 상황에서 잇딴 세무조사와 김 의장 도박설 등 전방위적인 압박으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라며 "관련 보도를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보다 냉정한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