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여전히 연예계에 몸담고 있는 1세대 아이돌 멤버는 두 부류로 나뉜다. 솔로 가수로 활동 중이거나, 연기자로 전향하거나. 걸그룹 핑클 출신의 성유리(34)는 후자에 속한다. 국민요정으로 사랑받던 그는 팀의 해체와 함께 연기자로 활동 영역을 바꿨다. 팀의 보컬이 아니었기에, 또 팀의 ‘얼굴마담’이었기에 당연하고 예상 가능한 행보였다.
드라마 ‘나쁜 여자들’(2002)로 연기자의 시작을 알린 후에도 그의 길은 뻔(?)했다. 소지섭, 차태현, 공유, 현빈 등 당대 최고 배우들의 옆자리를 꿰차며 인기와 질타를 동시에 받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영화만큼은 예외였다. 독립영화나 저예산 영화 출연을 자청하는 독특한 행보를 보였다. 시작을 알린 ‘토끼와 리저드’(2009)나 그를 진짜 배우로 거듭나게 한 ‘누나’(2013)만 봐도 그렇다. 안전한 선택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성유리의 영화는 언제나 관객의 궁금증과 기대치를 높였다.
성유리가 오랜만에 상업영화로 돌아왔다. 28일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를 선보인 것. 옴니버스 형태의 이 영화는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던 각양각색 사람들에게 찾아온 일상의 가장 빛나는 고백의 순간을 담았다. 극중 성유리는 ‘사랑해’ 커플 속 여주인공 서정을 연기, 김성균(태영 역)과 호흡을 맞췄다. 완벽한 외모와 반비례하는 까칠한 성격의 여배우다.
“공감이 많이 됐어요. 특히 촬영현장 같은 경우는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가 많으니까요. 뭔가 실제 드라마장 비하인드 스토리를 찍는 기분이었죠. 다른 점이라면 매니저와 사랑에 빠지는 거?(웃음) 서로 볼꼴 못볼꼴 다 보는 게 오랜 기간 사랑한다는 게 말이 안될 거로 생각했죠. 전 그런 적도 없었고요. 저와 매니저는 정말 일만 열심히 하는 사이였거든요(웃음).”
실제 같은 직업군에 몸담고 있다 보니 그는 서정의 상황(사랑을 제외하고)을 진심으로 이해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닮은 부분도 많은 듯했다. 하지만 스크린 속 서정은 관객에게는 너무나도 낯선 모습. 대중에게 성유리는 여전히 ‘요정’이거나 참하면서도 밝은 이미지인데, 서정의 옷을 입은 성유리는 섹시하고 도발적이다.
“감독님이 변신, 변화했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 하셨어요. 처음엔 저도 서정이 이렇게 세고 섹시한 캐릭턴지 몰랐죠. 그냥 직업이 배우인 모난 아이로 생각했어요. 근데 감독님이 더 화려한 모습을 원하시면서 비키니 신이 생겼고 호피 바지도 입게 됐죠. 사실 호피 바지는 갑자기 입고 싶어서 산 제 바지예요. 우연히 미팅할 때 입었는데 감독님이 마음에 들어 하셨죠(웃음).”
외적으로만 변화를 준 건 아니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 스타일에도 큰 변화를 줬다. 13년 동안 해온 연기 패턴을 바꿔본 거다. 물론 초반에는 ‘정말 괜찮은 걸까?’ 걱정하는 날이 많았지만, 점점 편안하고 익숙해졌다. 메가폰을 잡은 전윤수 감독과 파트너 김성균의 도움이 컸다.
“여태껏 했던 연기랑은 다르게 접근하는 법을 배웠어요. 예전엔 제가 그 캐릭터가 돼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이번엔 내 안에 있는 걸 끄집어내려고 했죠. 그러니 연기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고요. 또 (김)성균 오빠랑 호흡하면서 반사 신경처럼 대사를 내뱉다 보니 그 느낌이 너무 좋더라고요. 예전엔 내 연기하기 바빴다면 이젠 듣는 귀가 생긴 셈이죠. 확실히 여유도 생기더라고요.”
유일하게 영화 속 ‘사랑’을 담당하고 있는 커플인만큼 ‘핑크빛’ 질문도 빠질 수 없었다. 극중 태영처럼 해바라기 같은 남자는 어떤지, 또 결혼에 대한 생각은 없는지도. 현재 성유리는 골프선수 안성현과 열애 중이다.
“지키고 보살펴 주는 건 좋은데 그렇게 표현도 못하고 10년 넘도록 질질 끄는 남자는 별로죠. 전 편안하고 솔직한 사람이 좋거든요. 결혼은(웃음) 아직 체감을 못하고 있어요. 다들 늦게 하라고도 하고요. 오히려 어릴 땐 스물일곱쯤 당연히 할 거로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 어렸죠. 또 직업상 워낙 결혼식 장면을 많이 찍고 웨딩드레스도 많이 입으니까 특별한 환상도 없어졌고요.”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결혼에 대한 생각은 조금씩 사라졌지만, 연기에 대한 욕심은 더 많아졌다. 연기 이야기로 화제가 전환될 때면 예쁜 눈이 유난히 더 반짝이던 그는 오랜 이상형이자 이번 작품에도 함께 출연했던 지진희와 함께 연기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와 캐릭터는 로맨틱 코미디부터 악역까지, 다양하다.
“예전엔 핑클의 화이트 이미지를 깨고 싶어서 당찬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초반 밝은 역할을 많이 했고 그게 또 굳혀졌죠. 그래서 독립영화는 어두운 캐릭터를 많이 했고요. 매번 전작의 이미지를 깨는 게 배우의 숙제라고 생각해요. 근데 또 차태현 씨는 ‘이미지를 왜 깨? 그건 너만의 장점인데’ 그러더라고요. 그것도 맞는 말이죠. 정말 아직도 어려워요(웃음).”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김학선 기자 (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