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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조용한 환율전쟁'에 유럽 주요국 홍역

기사입력 : 2015년11월11일 04:59

최종수정 : 2015년11월11일 04:59

저인플레이션 심화, 대응책 마련 동분서주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스위스부터 체코, 덴마크까지 유럽 주요국이 인플레이션 하락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문제의 진원지는 유럽중앙은행(ECB)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1조1000억유로 규모의 자산 매입을 단행한 데 이어 이를 확대할 의사를 밝히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고수익률을 찾아 유로존에서 인근 유럽 국가로 이동했고, 이는 해당 국가의 통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한편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는 결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릭스뱅크 <출처=블룸버그통신>
10일(현지시각) ECB에 따르면 양적완화(QE) 시행 이후 유로존 투자자들이 보유한 9개 유럽 국가의 채권 및 주식 보유 규모가 사상 최고치로 늘어났다.

지난 1월22일 드라기 총재가 자산 매입 계획을 공식 발표한 후 1분기에만 자산 매입 규모가 9% 이상 급증, 총 2조500억유로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 스웨덴의 크로나와 폴란드 졸티, 헝가리 포린트 등 유럽국 통화 가치가 유로화에 대해 일제히 상승했고, 이는 저인플레이션으로 직결되고 있다.

스웨덴의 인플레이션이 0.1%까지 떨어지며 정책 목표치인 2.0%와 커다란 간극을 벌이고 있고, 체코 역시 물가 상승률이 0.2%로 주저앉았다. 상황은 헝가리와 스위스, 폴란드 등 그 밖에 유럽 국가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공동통화권에 가입하지 않은 유럽 국가들은 내달 ECB 회의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드라기 총재의 QE 확대 발표 여부에 따라 금리인하와 외환시장 개입 등 대응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중앙은행인 릭스뱅크는 크로나화 가치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하락 압박을 우려하고, ECB의 비전통적 정책으로 인한 파장이 유럽 주요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로화 동전 <출처=AP/뉴시스>
시장 전문가들은 ECB의 ‘조용한’ 통화전쟁으로 인해 유로존 인근 국가의 경제 펀더멘털에 흠집을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프리스의 마셸 알렉산드로비히 이코노미스트는 “이들 국가들은 ECB가 개시한 환율전쟁에서 패배자가 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라며 “환율전쟁은 무역부터 인플레이션까지 다양한 각도에서 제로섬 게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이 하강하는 동시에 자산 가격은 한계 수위를 넘어 오르는 양상이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연이어 투자 리스크를 경고하고 있다.

스웨덴 부동산 가격은 2009년 이후 약 50% 치솟았다. 덴마크의 경우 아파트 가격이 지난 한 해 사이 10% 뛴 것으로 집계됐다.

유비에스(UBS)는 스위스의 부동산 시장 역시 위험 수위까지 상승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자산 가격 급등에 제동을 걸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인상을 단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통화 가치를 추가로 끌어올리고 인플레이션 하강 압박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ECB가 12월 QE 확대를 공식 발표할 경우 금리 추가인하 여력이 없는 국가를 중심으로 외환시장의 직접적인 개입이 확대될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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