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종행사 맞춰 식당들 가격 2배 이상 올려…관할구청 "처벌 근거 없다"
[뉴스핌=이지현 기자] “오늘은 ‘특별이벤트’로 진행되는데, 1인당 7만원 메뉴 하나만 있어요. 술, 음식 무제한인데 이 정도면 저희는 가격에 맞춰 드리는 거예요. 주변 카페는 10만원씩도 해요”
지난 12월 31일, 보신각 타종행사가 잘 보이는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 기자가 예약 문의를 하자 돌아온 답이었다. 예약을 확정하려면 선입금을 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지난 12월 31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인근 식당 앞에 붙어 있는 안내문 <사진=이지현 기자> |
한 해의 마지막 날 보신각 주변 식당들은 특수를 노린다. 가격은 평소보다 2배 이상 뛴다. 타종행사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보려면 지불해야 하는 관람료와도 같다.
저녁 8시 보신각이 가장 잘 보인다는 카페에 들렀다. 매장 주인은 “오늘은 15만원짜리 메뉴밖에 없어요. 맥주 5잔에 안주 1개”라고 답했다. 다른 메뉴는 못 고르냐는 말에 “맥주를 커피로 바꾸셔도 돼요. 대신 가격은 그대로죠”라고 했다.
카페 아래의 주점은 창가 자리만 5만원의 자릿세를 추가로 받고 있었다.
보신각이 잘 보이지 않는 식당도 비싸긴 마찬가지였다. 평소 매장에서 판매하던 1만원 이내의 식사류는 메뉴판에서 아예 빠져있었고, 소주도 주문이 불가능했다. 대신 3만원이상의 주류만 주문할 수 있었다.
저녁 약속이 있어 식당을 방문했다던 대학생 이모씨(24)는 “연말에 이 쪽으로는 와 보지 않아 몰랐는데 메뉴판을 보고 평소와 달라 당황했다”며 “돈 없는 학생들은 연말을 편히 즐길 수도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밤 10시가 넘어가자 비싸다던 식당에서 더 이상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주변 식당들이 평소보다 비싼 가격을 부르며 영업을 하는 이유도 이처럼 수요가 있어서다.
문제는 이렇게 터무니없이 올라가는 가격을 규제할 그 어떤 장치도 없다는 것. 관할 구청은 바가지요금의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종로구청 일자리경제과 관계자는 “타종행사 때 주변 상점 가격이 그렇게 오르는 줄 몰랐다”며 “서울시로부터 단속하라는 공지가 내려온 것도 없었고, 혹여 민원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시장 조사만 해볼 수 있을 뿐 규제하거나 처벌할 법적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특수한 날인만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자릿세를 추가로 받는 주점 관계자는 “연말이라 사람들이 몰려온다. 좋은 자리에 일찍부터 앉은 손님은 타종행사가 끝날 때까지 일어나지 않는다”며 “테이블 회전율이 워낙 낮다 보니 타종행사가 잘 보이는 테이블에 한해서만 자릿세를 받고 있다. 이 정도는 이해해주셔야 한다”고 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