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평가절하의 수출증대 효과, 줄었다"
[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각국 통화의 구매력과 환율수준 등을 보여주는 '빅맥지수(The Big Mac Index)' 집계 결과 한국의 원화가치는 27.2%가 저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일 자 영국 이코노미스트(Economist) 지 최신호가 공개한 빅맥지수에 따르면, 2016년 1월 기준 미국의 빅맥가격은 4.93달러였으며, 한국에서는 빅맥가격이 3.59달러(4300원)로 원화가치는 27.2%가 절하된 것으로 확인됐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으로 조정을 거친 지수(adjusted index)를 적용해도 원화가치는 6.0% 저평가된 수준이다.
빅맥지수로 본 한국의 원화가치 변화 <출처=이코노미스트> |
이번 결과는 작년 7월 집계 당시 한국 빅맥지수였던 3.76보다 0.17포인트 더 후퇴한 수준으로, 당시 원화는 달러보다 21.5% 절하된 것으로 나타났었다.
미국 포함 조사 대상인 44개국 중 미국보다 빅맥가격이 높은 곳은 스위스(6.44달러)와, 스웨덴(5.23달러), 노르웨이(5.21달러)였으며 나머지 40개국은 모두 미국보다 낮았다. 한국은 덴마크, 이스라엘, 영국 등에 이어 10번째로 낮은 국가로 뽑혔다.
주요국 중 일본 엔화는 3.12달러로 원지수(raw index) 기준으로 엔화 가치가 36.7% 저평가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국 위안화는 2.68달러로 45.6%가 저평가된 것으로 집계됐다.
절하폭이 가장 큰 국가는 베네수엘라로 빅맥가격이 0.66달러, 통화가치는 86.5%가 낮게 평가됐으며 러시아도 1.53달러로 루블화 가치는 69.0%가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코노미스트 지는 이번 빅맥지수 집계결과 대부분의 국가 통화가치가 약세를 보였는데 이는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달러 강세의 영향과 2014년 중순 이후 이어지고 있는 상품시장 약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수요 감소와 공급과잉 여건도 호주와 브라질, 캐나다 등에 부담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 통화 가치는 달러 대비 24%, 32%, 16%씩 저평가된 것으로 확인됐다.
◆ 통화 평가절하의 수출 효과 '글쎄'
해당국 통화가 약세를 보일 경우 대개는 수출 증진 효과가 나타났다. IMF가 1980년부터 2014년 사이 60개국 상황을 분석한 결과 무역 상대국 대비 자국 통화 가치가 10%정도 절하되면 장기적으로는 GDP의 1.5% 정도의 순수출 증진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효과가 미미해졌다는 지적이다. 일본이 대표적인 예로, 2013년 일본의 빅맥가격은 20%가 쌌지만 지금의 경우 37%가 저렴해 엔화 가치는 대폭 낮아졌다. 하지만 수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며, 국제통화기금(IMF)은 일본 수출이 엔화 약세로 기대됐던 수준보다 20%가 오히려 줄었다고 평가했다.
자원 부국이 자원의 수출로 인해 일시적으로 경제 호황을 누리지만 결국 물가와 통화 가치상승으로 인해 국내 제조업이 쇠퇴해 결국 경제 침체를 겪는 현상을 의미하는 '네덜란드병(Dutch Disease)' 신호도 감지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러시아가 그 예로, 루블화 가치 급락에도 비에너지 수출부문은 여전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루블화 약세가 화학이나 비료와 같은 수출 업계에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다른 부문으로까지 신규생산 투자로 이어지게 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는 설명이다.
세계은행과 IMF는 자국통화 약세에도 수출 부진을 겪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글로벌 공급망 확산을 꼽기도 했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많은 국가들이 제조업의 중간 기착지로 변모하고 있어 그만큼 통화 약세로 수출 경쟁력이 있다 하더라도 부품의 수입 가격 인상 때문에 그 효과가 상쇄된다는 설명이다. 세계은행은 전 세계적으로 통화약세 효과가 이 때문에 40%정도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