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더멘털과 심리 간극 영속적인 경기 회복 막아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일본과 유로존의 물가가 하강 기류를 타는 가운데 디플레이션 공포가 사상 최고조에 달했다. 물가에 대한 기대심리는 통화정책 향방과 맞물려 있어 이번 지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디플레이션 전망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특히 미국의 경우 핵심 물가를 중심으로 뚜렷한 반등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정작 투자자들이 이를 알아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현지시각) 소시에테 제네랄(SG)에 따르면 디플레이션 공포 지수가 140에 육박,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유통업체 타겟 <출처=AP/뉴시스> |
지수는 15개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의 물가 관련 언론의 보도 방향을 추적해 집계한다.
이와 별도로 뉴욕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미국 동부 지역 소비자들의 향후 3년 물가 전망이 지난 1년간 내림세를 지속, 최근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시간 대학이 집계하는 물가 심리 지수 역시 사상 최저치에 근접한 상황이다.
최근 지구촌 전반에 걸친 디플레이션 공포는 지난해 ‘리스크-오프’ 심리가 크게 고조됐던 당시에 비해서도 높은 상황. 상품 가격 급락이 강타한 이머징마켓은 물론이고 선진국으로도 이른바 ‘D의 공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상품 가격 하락뿐 아니라 중국 인민은행(PBOC)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은행권 펀더멘털 악화, 일본은행(BOJ)의 전격적인 마이너스 금리 정책, 여기에 전세계 금융시장 전반에 걸친 ‘리스크-오프’ 심리가 맞물려 인플레이션에 대한 비관론을 부추기는 것으로 판단된다.
물가 자체보다 비관적인 심리가 더욱 우려된다는 것이 일부 이코노미스트의 지적이다.
미국의 소비자지출가격(PCE) 지수가 지난 1월 연율 기준 1.7% 상승해 시장의 예상보다 큰 폭으로 오른 것은 물론이고 연방준비제도(Fed)의 올해 말 목표치인 1.6%를 이미 넘어섰다.
유로존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연율 기준으로 마이너스 0.2%를 기록,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높아진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주요 경제국의 물가 향방이 크게 엇갈리는 상황과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전반적인 비관론이 정책 혼선을 빚는 한편 실물경기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주장이 번지고 있다.
알레인 보코브자 소시에테 제네랄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효율성에 대한 기대 저하와 더욱 확산되는 자산매입 프로그램이 디플레이션 공포를 부추기고 있다”며 “현 시점의 가장 커다란 문제는 정책이나 경제 펀더멘털보다 디플레이션이 닥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우려”라고 강조했다.
정책자들 사이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고개를 들었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준은행 총재는 지난달 29일 가진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추가로 하락하면 걱정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골드만 삭스는 디플레이션 우려와 연준의 비둘기파 기조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다는 주장을 거듭 제기하고 있다. 채권을 포함한 자산시장 전반에 걸쳐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현실보다 크게 반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피터 오펜하이머 골드만 삭스 이코노미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글로벌 경기 향방과 인플레이션 추이를 둘러싼 혼란이 상당하다”며 “펀더멘털과 시장 심리 및 반응의 간극이 커지면서 영속적인 경제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