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법안 1만건 넘어·본회의 재석률 64.36% 불과
[편집자주] 공직선거법과 테러방지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며 19대 국회가 사실상 문을 닫았다. 4년 전 경제민주화 분위기 속에서 출발한 19대 국회는 후반기에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맞물려 경제활성화라는 주문과 압박 속에서 임기를 마무리한다. 쟁점법안에 대한 처리요건이 150석에서 180석으로 늘어난 국회선진화법의 한계 속에서 19대 국회는 이전 국회와 비교해 어떤 성과를 거두었을까? 뉴스핌은 4·13총선을 앞두고 19대 국회의원들의 법안발의 실적과 의정활동 등을 결산하고 20대 국회의 과제를 진단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뉴스핌=박현영 기자] 20대 총선이 3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19대 국회는 지난 2일 본회의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막을 내렸다. 새누리당이 3월 임시국회를 추진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총선 준비에 바쁜 야당이 노동법 등 쟁점법안 처리에 응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19대 국회의 성적표는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초라하다. 국회의 기본 임무인 법안 가결률과 본회의 재석률 등이 낮은 것이 그 이유다.
◆ 버려지는 법안만 1만건 넘어…역대 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8일 오전 현재 1만8645건이다. 18대 국회의 1만1191건보다 발의된 법안 수는 7000여 건 늘었다. 하지만 19대 국회에서 가결된 법안은 2665건으로, 가결률은 14.29%에 불과하다.
국회법에 따르면 19대 국회 임기 만료 시점인 5월 29일까지 이들 법안이 처리되지 못할 경우 자동으로 폐기된다. 발의된 법안 중 1만303건이 이번 국회가 끝나면 자동으로 폐기되는 것이다. 이 가운데 국회의원이 발의했지만 처리되지 않은 법안은 1만26건이며, 정부가 발의한 법안은 367건이다. 역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된 법안은 16대 754건, 17대 3154건, 18대 6301건으로, 19대 국회의 자동폐기 법안 수는 '역대 최다'를 기록할 전망이다.
국회 법안처리 현황 <사진=홍종현 미술기자> |
폐기되는 법안이 이처럼 많은 이유는 법안들이 입안 단계부터 심도 있는 고민·검토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일부 법안의 경우 지나치게 정치적 쟁점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7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발의된 법안 수 자체가 많았던 것도 있지만, 우선 적절히 합의해서 통과시킬만한 법들이 안됐다. 긴급하게 통과될 수 있는 조건을 못 갖춘 법안들이 발의가 많이 돼서 그런 것 같다”며 법안의 질적 수준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법안들이 지나치게 정치 쟁점화됐다는 점을 들어 "19대 국회를 한마디로 얘기하면 대통령과 국회가 가장 충돌했던 게 아닌가 싶다"며 "여당이 자율적으로 국회에서 입법을 가지고 논의하고, 정책에 대해 상의하는 노력이 어려웠다"고 꼬집었다.
야당의 역할에 대해선 "우리나라 국회에서 소수 야당이 할 수 있는 건 극단적으로 말해서 없다"며 "여야가 합의를 해야하다보니 지도부끼리 합의하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국회의원들이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부분이 아주 취약했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의정활동을 평가할 때 발의한 법안 수치로 양적 평가를 하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법안을 발의하는 것도 있다"면서도 "마땅히 다른 평가기준이 없다는 것도 한계"라고 지적했다.
◆ 본회의 재석률 64.36%…19대 국회 4년간 매년 하락
국회감시 시민단체인 법률소비자연맹의 분석에 따르면 19대 국회의원들의 본회의 재석률도 64.36%에 불과했다.
본회의 재석률은 19대 국회가 처음 시작했던 2012년부터 4년간 556회(개회식 포함) 출석, 재석을 점검한 것이다. 회의시작시, 속개시, 저녁 산회시에 점검한 재석여부와 본회의 시간 중 1분이라도 다녀간 국회의원은 출석으로 표시하는 바, 이러한 출석표시를 기준으로 했다.
법률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본회의 출석률이 아닌 '재석률'로 통계를 낸 이유에 대해 "본회의 때 출석만 하고 나가는 의원도 많고 법안 투표할 때도 너무 의원들이 없어서 개의, 속개, 산회시에 출석체크한 걸 가지고 평균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회의 재석률이 낮은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선 "본회의에 대한 의원들의 관심도가 떨어져서"라며 "본회의는 의정활동 하는 거라 생각도 안하고 자기가 말하는 것도 아니고 의견을 관철시키는 것도 아니라 참여도가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본회의 재석률은 19대 국회 1차년도인 2012년 65.6%에서 매년 하락해 2차년도 64.78%, 3차년도 63.85%를 기록했다. 4차년도인 2015년에는 62.73%까지 떨어졌다.
4년간 총 31회 열린 정기·임시국회 중 50% 이상 자리를 비운 의원은 17명이었고 90% 이상 자리를 지킨 의원은 2명에 불과했다.
상임위 출석률은 본회의 재석률보다는 높았지만 연차가 지날수록 떨어지는 추세는 같았다. 상임위 전체회의 출석률은 평균 82.6%였지만, 상임위 전체회의 출석률은 매년 하락해 4차년도에는 78.9%까지 떨어졌다.
법률소비자연맹에 따르면 본회의 재석률이 가장 높은 의원으로는 김한표 새누리당 의원과 김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꼽혔다. 두 의원의 재석률은 각각 99.10%와 92.45%였다.
김춘진 의원은 8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본회의에서 잘 경청하면 정책, 법안 (발의) 등 의정활동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결코 앉아있는 시간이 소모적인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 발전 방향에 대해 "무엇보다도 자발적으로 의원들이 필요성을 느끼고 참여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며 "당에서도 적극적으로 의원들이 (본회의 등 의정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지역구에서도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하라고 뽑아주신 것"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국회가 발전하기 위해선 정당과 국회의원들의 자율적 활동을 보장하고 능력에 따라 평가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만흠 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를 보는 시각이 잘못돼있다. 여당에서 중재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못하니까 더 악화됐다"며 "여당이 자율적으로 정치를 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국회에서 입법에 대해 논의하고 정책을 상의하는 노력이 없을 수 밖에 없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당과 정치인이 자율적인 활동을 가능해야 한다. 그래야 자기 입장을 가지고 국회에서 토론, 논의 등 절충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한 교수는 "의정활동을 잘 안한 사람들은 언론보도 등 사회적 질책이 필요하다"며 "(활동이 미약한) 의원들을 걸러내서 월급을 깎는 방법밖에는 없다. 하지만 언론이나 다른 기관에서 수 년 전부터 추진했어도 잘 안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박현영 기자 (young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