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자산 축소 막으려 포트폴리오 해외자산으로 전환
[뉴스핌=강소영 기자] 차이나 머니가 글로벌 자본시장으로 쓰나미처럼 밀려나가고 있다. 중국 거대 자본의 외국 기업 인수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위안화 절하 추세가 중국 기업의 해외 기업 '쇼핑'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 경제 전문 매체 봉황재경(鳳凰財經)은 위안화 평가절하로 인한 위안화 자산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중국 자본의 해외 자산 투자를 자극하고 있다고 5일 보도했다.
최근 해외 시장에선 중국 거대 자본의 기업 인수 뉴스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기권'을 선언했지만 중국 안방(安邦)보험은 스타우드 호텔&리조트 인수전에 높은 인수가격을 제시해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중국화공그룹(中國化工集斷)은 올해 초 스위스 농업생물 공학 기업 신젠타를 430억달러(약 49조74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중국 단일 기업의 외국 기업 인수건으로는 최대 규모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도 최대 규모 인수건으로 기록됐다.
최근 중국 기업은 가전 제조, 영화 제작, 반도체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외국의 우량 자산을 닥치는대로 사들이고 있다.
1분기를 갓 통과한 2016년 중국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 규모는 974억 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37.8%나 늘어난 수치다. 또한, 2015년 전체의 80%에 육박한다.
해외 선진 기술 도입과 중국 기업의 영향력 확대 차원에서 중국 정부가 해외 기업 인수를 장려한 영향도 있지만, 더욱 근본적인 원인은 위안화 가치 변화때문으로 분석된다.
UBS의 아시아 M&A 담당자는 "중국의 거대 자본이 해외 기업 인수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이들이 위안화의 장기 평가절하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자오룽카이(趙龍凱) 베이징대학 광화관리학원 금융과 교수도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중국 기업이 해외 자산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연말 환율 6.7위안, 위안화 가치 하락전망에 해외자산 사냥 확산될듯
위안화는 2005년 달러 페그제를 폐지한 후 달러 대비 꾸준한 강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2014년을 기점으로 일방적 상승세가 꺾였다. 2015년 12월을 기준으로 최근 2년 위안화의 평가절하 폭은 6.8%에 달한다.
올해 1월에는 위안화 가치가 2011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블룸버그 통신이 43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다수가 연말이 되기 전 달러/위안화 환율이 6.7위안까지 올라갈 것(가치 하락)으로 전망했다. 6일 중국 외환거래센터가 고시한 달러/위안화 기준환율(중간가)는 6.4754위안이다.
위안화 가치의 추가 하락을 걱정하는 중국 기업들 사이에서 지금이 해외로 자산을 옮길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6년 2분기에 들어섰지만 위안화 평가절하 압력은 줄지 않고 있다. 올해와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각각 6.5%와 6.3%로 25년래 최저치 였던 2015년의 6.9%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위안화의 가치 하락 추세화로 중국 기업의 해외 자산 투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훙하오(洪灝) 교은국제 주홍콩 애널리스트는 "통화와 투자 지역 다양화를 위해서 중국 자본의 해외 자산 투자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라며 "이는 위안화의 지속적 평가 절하는 이 같은 움직임을 더욱 자극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말려야 하나 놔둬야 하나, 난처한 중국 정부
중국 거대 자본의 외국 자산 투자에 중국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중국 자본의 해외 진출을 장려하고 있지만, 외자 유출 압박을 고려하면 최근의 현상이 달갑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 성장 둔화와 위안화 평가절하의 영향으로 핫머니 유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중국 기업의 대규모 해외 자산 투자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
특히 중국화공그룹의 사례 처럼 단일 거래액이 천문학적 수준에 이를 경우 중국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중국화공그룹의 경우 전체 융자액 500억달러 중 350억달러를 해외 신디케이트론을 통해 조달해, 중국의 자금 유출 압박은 사실상 크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 기업의 해외 자산 투자를 바라보는 중국 정부의 심경은 복잡한 상황.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의 기술력 제고를 위해선 해외 진출이 불가피하지만, 대량의 자금 유출때문에 중국 정부가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