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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박수용 교수 "은행은 핀테크기업으로 변신하라"

기사입력 : 2016년04월13일 10:00

최종수정 : 2016년04월13일 10:14

"디지털혁명으로 은행업의 근본이 바뀌고 있어"

[뉴스핌= 한기진·이지현 기자] 지난 7일 오전 10시30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박수용 교수의 연구실 문을 두드렸다. 전화를 받으며 급하게 나오던 박 교수는 "5분만요!"라는 짧은 인사로 기자를 맞이했다. 통화를 마치고 숨을 돌린 박 교수는 아침 7시부터 세미나를 다녀오는 길이라며 인터뷰가 끝나는 대로 또 다시 회의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핀테크가 최근 각광을 받으면서 가장 바쁜 전문가가 된 박 교수를 만나, 현황과 과제를 들어봤다.

그는 뉴스핌이 '제4차 산업혁명으로 주식회사 대한민국 살리자'는 테마로 21일 개최하는 제5회 서울이코노믹포럼에서 '2년 앞선 대한민국 만들기, 핀테크산업부터'를 주제로 강연한다.  

박 교수는 "디지털 혁명의 시대인데, 국내 은행들이 너무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며 "은행은 그 자체로 핀테크 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수용 서강대 교수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국내 은행들의 핀테크 대응이 왜 느리다고 보는가?

▲ 지금은 혁명의 시대다. 지금 하는 식으로 해서는 핀테크 분야에서 경쟁을 할 수 없다. 1700년대 산업혁명시대는 기계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사건이었다. 2000년 이후는 컴퓨터 기술이 인간의 지식노동력을 대체하는 디지털 혁명의 시대다. 말하자면 업(業)의 근본이 바뀌는 시대다.

예를 들어, 2008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사장들은 핸드폰 신제품이 나오면 바닥에 던져서 통화가 되는지 봤다. 통신이 핸드폰의 본질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누가 통신 잘 되는 걸 보고 핸드폰을 고르겠나. 금융도 마찬가지다. 금융업의 본질이 핀테크로 변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디지털 혁명의 시대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한 시점이다.

- 은행들이 '인터넷전문은행', '모바일 뱅킹' 등 핀테크 기술들을 많이 시도하고 있지 않나.

▲ 거의 시작점이라고 보면 된다. 사실 인터넷은행은 은행업 허가가 늦게 나서 해외에 비하면 많이 늦었다. 그러나 기존 금융권에 메기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다. 편하고 잠잠한 금융산업에 충격을 줘 변화를 빠른 변화를 촉진하는 역할 말이다. 다만, 아직 시작점일 뿐 은행들이 이에 대응해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핀테크 발전에 시간은 더 걸릴 것이다.

- 국내 은행들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 은행이 그 자체로 핀테크 기업이 돼야 한다. 요즘 은행들은 "은행이라는 업의 본질이 있는데, 금융 전문가도 없는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뭘 알까" 하는 시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디지털 혁명의 큰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지고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만들어내는 핀테크 스타트업이야말로 국내 핀테크의 화룡점정이다.  은행들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핀테크 스타트업들을 흡수하면서 핀테크 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

- 핀테크 기업들은 많지만, 부각되는 곳은 없는 것 같다. 

▲ 국내 핀테크 기업들이 금융이나 증권에 내놓고 있는 서비스들 중 눈에 띄는 괜찮은 것들도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하는 쿼터백의 알고리즘도 괜찮게 평가되고 있다. 다만, 아직 해외에 비해 참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오지 않는 건 사실이다.

- 무엇 때문인가?

▲ 국내에서는 핀테크 기업들이 영업하기가 어렵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도 사업이 클 수 없는 환경이다. 국내 은행들은 핀테크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을 가지고 오면 이전에 적용됐던 사례가 있는지 부터 살핀다.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들이 그런 게 어디 있겠나. 그래서 우리나라 핀테크 기업이나 IT기업들이 국내 레퍼런스를 만들기가 너무 어렵다. 그렇다 보니 해외로의 진출은 더욱 어렵다. 지식서비스 산업이 해외에 나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국내 레퍼런스이기 때문이다.

- 해결 방법은 무엇인가?

▲ 정부가 나서야 한다. 핀테크와 관련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규제 완화가 아니다. 우선 핀테크 기업들의 기술을 써도 안전하다는 것을 검증하고, 그 기술이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 자금으로 시범사업을 해, 국내 은행 등이 핀테크기업 기술을 써볼 수 있도록 부담을 경감시켜주면 된다. 그렇게 핀테크 기업들이 국내 레퍼런스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한다.

또  제도를 글로벌 수준에 맞춰야 한다. 예를 들어 국가간 외화 송금 수수료를 낮추고, 개인간 외화송금이 가능한 환경을 만든 트랜스퍼 와이즈는 영국에서 몇 조원 짜리 회사로 성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당 서비스가 환치기로 인식된다. 국내 기업들은 그런 아이디어를 낼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핀테크, IT관련 재능이 좋은 친구들이 많다. 하지만 아직 새롭거나 참신한 아이디어가 많이 안나오는 이유 중 하나는 비즈니스 환경이 글로벌 환경과 미스매치되기 때문이다.

- 정부가 제 역할을 한다면 국내 핀테크 기업들이 해외에서 성장할 가능성이 있나.

▲ 충분히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지금도 호주나 영국 쪽에서는 우리나라 스타트업 기업가들에게 본국에 와서 사업하라고 제안한다. 두바이 등 중동 지역도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좋은 시장이라고 본다. 중동지역 국가들이 인터넷 은행을 만들고 싶어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중동 지역은 한국과 관계가 좋기 때문에 우리나라 인재나 기술에 대해 수요가 꽤 있을 것이다.

- 디지털 혁명의 시대에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 사실 이전 정부부터 시대 변화에 대응해야 했다. IT강국이었던 우리나라의 핀테크는 중국보다도 뒤쳐져 있다. 생존을 위해서라도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너무 극단적일 수 있지만,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미래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조선산업이 활황이던 5~6년 전 무인배, 조선 IT기술, 디자인 기술 등에 투자해 놓았다면 지금 조선업이 어렵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IT산업, 핀테크 등 지식서비스산업이 그 대안으로 나서야 한다. 우리 나름대로 강점이 있던 제조업에 지식서비스 산업을 융합하는 등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 박수용 교수는 누구?

박수용 교수는 1962년생으로 서강대학교 컴퓨터공학과 학사, 플로리다주립대 컴퓨터정보과학 석사, 조지메이슨대 SW공학 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모교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전국경제인연합회 과학기술위원회 자문위원,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자문위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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