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소영 기자] 투기 광풍으로 주택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중국 대도시 부동산 시장이 급랭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대도시 지방 정부가 잇따라 투기 방지 대책을 내놓은 데 따른 영향이다. 지방 정부의 투기 억제책 발표가 있은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주택 가격과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다.
상하이시 정부는 지난 3월 25일 사상 '최강'의 부동산 투기 억제책을 발표했다. ‘호구조(沪九條·상하이 9조)’ 부동산 투기억제책으로 불리는 이번 규제안은 ▲2주택 주택담보대출비율 하향조정(거주용 주택 50% 이하, 상업용 주택 30% 이하) ▲외지인(호구(호적) 비소지자) 주택구입 요건을 개인소득세 및 사회보험료 연속 만 5년 납부로 변경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대도시 집값 폭등의 진원지인 선전도 같은날 ▲현지인(호구 소지자) 주택 매입 2채로 제한 ▲3년 연속 개인소득세 혹은 사회보험료 납부한 외지인(호구 비소지자) 주택매입 1채로 제한 ▲최근 2년간 주택대출을 받았거나 2주택을 보유한 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 60% 이하 축소 등을 골자로 한 '심육조(深六條)'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다.
두 도시는 2주택 구매 시 선지급금의 비율을 높이고, 외지인의 부동산 구매 요건을 강화했다.
이른바 3.25 부동산 대책의 효과는 생각 외로 컸다. 상하이,선전, 베이징 등 주요 대도시의 부동산 거래량과 가격이 일제히 내림세로 돌아섰다.
중국 부동산 시장 연구기관 이하우스차이나(易居硏究院)에 따르면, 3.25 정책 시행 후 상하이 주택의 거래면적과 거래가의 하락세가 뚜렷하다. 3.25 정책 시행 후 일주일(3월 26일~4월 7일)의 주택 거래면적은 정책 시행 전 일주일(3월 12일~3월 24일)과 비교할 때 56%나 줄었다. 평균 거래가도 4% 가량 내려갔다. 신규 주택의 분양가격도 하락세를 보였다.
선전 부동산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선전 정부가 시장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3.25정책 시행에 앞서 정책 완충기를 설정하겠다고 밝혔으나 투자심리 위축을 막지 못했다.
통계에 따르면, 투기 규제 정책 발표 후 선전시의 신규 분양주택과 기존 주택 거래량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선전시 부동산 중개 전문가는 "최근 신규 분양 주택 공급에도 수요가 적어 거래량이 하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주택 시장의 충격은 더 크다. 상기 부동산 중개 전문가는 "기존주택의 거래량 감소폭이 매우 크다. 투기 열풍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 하루 거래량이 1000건이었는데, 최근에는 400여건에 불과하다. 하루 평균 거래량 감소폭이 30%에 달한다"고 밝혔다.
베이징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베이징시 주택도시건설위원회에 따르면, 4월 5일~10일 한 주간 베이징시 신규 분양주택(보장성 주택 제외)의 거래현황 인터넷 등록 건수는 1931건으로 지지난주보다 38.5%가 줄었다. 기존주택의 거래현황 인터넷 등록 건수도 지지난주 대비 37.3%가 감소했다. 중국에서는 부동산 거래 시 매매자 쌍방의 계약이 성사되면 정식 등기 전 거래 내역을 정부의 부동산 거래 시스템에 등록하는 거래현황 인터넷 등록 제도가 있다. 매매 과정의 투명성 확보와 한 주택을 여러 명에게 파는 사기 행위 등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