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4 2단계, RBC제도 변경안까지...보험사 자본확충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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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지현 기자] 국내 보험업계가 자기자본 확충에 비상이 걸렸다. 부채를 시가평가하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이 2020년 도입 예정인데다, 금융당국이 지급여력비율(RBC) 기준상향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18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IFRS4 2단계와 RBC제도 개선안이 적용되면 보험사의 부채 규모가 커지고, 자본 규모는 감소할 가능성이 있어 보험사 건전성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4일 감독기준 변경과 관련해 보험업계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고, 협의안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IFRS4 2단계 도입으로 RBC 평가 방식의 변경이 불가피하다며, 세밀한 책정방법을 설명하고 보험사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금감원의 시뮬레이션은 하반기 이뤄질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의 새로운 회계기준 IFRS4 2단계 도입에 앞서 새로운 감독기준을 마련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IFRS4 2단계는 부채를 종전 원가에서 시가로 평가하자는 것이 골자다. 부채를 시가평가 하게 되면 미래에 발생할 손실을 현재 시점에 처리하게 돼 부채가 늘어나고, 보험사의 자본확충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처럼 보험사 회계기준이 시가로 변경되면서 금융당국도 시가평가로 감독기준을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금융당국의 감독기준인 RBC는 보험사의 내재위험(금리 시장 유동성 위험 등)이 현실화 될 경우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의무를 얼마나 이행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건전성 지표로,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을 총리스크(요구자본)로 나눠 산출한다. 여기서 자본을 산출할 때 부채가 시가평가 된다면 자산도 모두 시가평가돼야 한다는 원리다.
금감원은 유럽의 감독기준인 솔벤시 2 수준을 적용해 자산과 부채를 모두 시가평가하는 감독기준안을 마련했다. 솔벤시 2는 보험사의 보유자산을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제도다.
금감원 관계자는 "IFRS4 2단계는 보험사마다 다른 회계 방식을 택할 수 있는데, 이번 설명회는 이러한 회계 방식을 통일할 수 있는 일종의 감독 기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며 "감독원에서는 자산과 부채를 모두 시가평가하는 감독회계기준을 적용해 보험사의 RBC비율을 산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선 새 RBC제도의 큰 골자는 자산의 시가평가다. 기존에는 자산 중 매도가능증권이나 당기손익인식증권 등 일부만 시가로 평가됐었는데, 이를 모든 자산으로 확대해 대출채권이나 부동산에 대해서도 시가평가를 하기로 한 것.
또 부채의 시가평가시 적용되는 '할인율'도 핵심 사안이다. 할인율이란 미래의 가치를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사용하는 금리로, 할인율이 내려갈수록 부채 부담이 커지는 영향이 있다.
금감원은 RBC평가방식 변경에서 20년만기 국고채금리에 유동성 프리미엄을 더해 부채 할인율을 계산하도록 했다. 현재 할인율은 3~4%수준이지만, 변경된 평가방식을 도입하면 최대 1%포인트가 하락할 수 있다.
조재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솔벤시2에 따르면 유동성 프리미엄이 50~100bp(0.5~1%)정도 된다"며 "시뮬레이션을 해 봐야 알겠지만 현재 할인율인 3~4%수준에서 최대 1%포인트가 떨어질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새로운 RBC제도가 도입되면 자본은 줄어들고 부채는 커지게 돼 보험사의 건전성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
만약 자산을 시가평가 할 경우 대출채권을 발행한 채무자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채권자인 보험사는 이를 대손충당금 계정에 반영해야 한다. 이에 따라 보험사가 실질적으로 보유한 자본이 하락해 보이는 영향이 있는 것.
또 할인율이 하락함에 따른 부채부담 증가도 문제다. 보험업계는 1%포인트 하락시 보험업계에 약 50조원의 부담이 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금감원은 보험사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계약서비스마진(CSM)는 부채로 인식하지 않기로 했다. 계약서비스마진이란 보험계약으로부터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장래 총이익인데, IFRS4 2단계에서는 이를 부채로 인식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CSM은 보험 계약 기간 동안 이익이 나는 금액으로 봐 부채로 인식하지 않기로 했다"며 "감독기준 변경안이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증가하는 부채규모는 IFRS4 2단계 도입에 앞서 보험사들이 시뮬레이션 한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IFRS4 2단계 도입에 따라 부채와 함께 자산도 시가평가해 건전성을 평가한다는 당국의 감독기준개정안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자산을 시가평가하는 체계 자체가 새롭게 도입되는 것이다 보니 연착륙할 유예기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며, 특히 중소형사들의 경우 건전성이 악화돼 타격이 불가피할 것" 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