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고은 기자] 미국 대선의 분수령으로 불린 지난 19일 뉴욕주 경선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압승을 거뒀다. 두 사람은 각각 버니 샌더스 버몬트주 상원의원과 테드 크루즈 텍사스주 상원의원에게서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며 경쟁상대의 도전 기세를 차단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박빙'으로 나온 출구조사 결과를 뒤집고 자신의 텃밭 뉴욕에서 대승을 거두며 샌더스 상원의원의 질주에 제동을 걸었다.
반면 트럼프는 뉴욕 압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직 넘버 달성이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커 '경쟁 전당대회'(contested convention) 또는 '중재 전당대회'(brokered convention)를 추가로 치러야 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 대선 경선 주자들. 좌로부터 힐러리 클린턴, 버니 샌더스(이상 민주당 후보), 테드 크루즈, 도널드 트럼프, 존 케이식(이상 공화당 후보) <사진=AP> |
◆ 클린턴, 매직넘버의 80% 확보
이날 민주당 경선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개표가 94% 진행된 가운데 58%의 득표율을 얻으며 42%의 샌더스 의원을 16% 차로 앞질렀다. 당초 여론조사 지지율 격차인 10%포인트보다 더 큰 득표차를 보였으며 '박빙'으로 나온 출구조사 결과도 뒤집었다.
이로써 클린턴 전 장관은 170여명의 대의원을 추가하며 CNN 집계 기준으로 총 1930명의 대의원을 확보, 매직넘버의 80% 수준 확보에 도달했다. 반면 샌더스 의원은 100여명의 대의원을 추가하며 총 1183명의 대의원을 확보했다. 민주당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숫자인 '매직넘버'는 2383명이다.
클린턴은 경선 승리 연설에서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기쁨에 찬 어조로 "승리가 눈앞에 보인다(victory is in sight)"고 말했다.
세부적으로는 클린턴은 중장년층의 지지를, 샌더스는 청년층의 지지를 받았다. 45세 이상 투표층의 66%가 클린턴을 지지햇고, 18세부터 44세까지 투표층은 샌더스를 선호했다. 소수자의 지지를 받은 것도 클린턴이다. 흑인의 75%, 라틴계의 64%가 클린턴을 찍었다.
이전 7개 주에서 연승행진을 올려 온 샌더스 의원은 뉴욕 패배로 동력이 약화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 지는 뉴욕주 경선 승리로 클린턴 전 장관이 모멘텀을 확보하게 됐다면서 샌더스 의원이 클린턴을 따라잡기는 불가능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 트럼프, 매직넘버 달성 아직 불투명
한편, 공화당 경선서 트럼프는 개표율 94% 상황에서 60%의 득표율을 올리며 압승을 거뒀다. 대의원 숫자 기준 공화당 2위 주자인 테드 크루즈 의원은 14% 득표율에 그치면서 25%를 얻은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에게도 밀렸다. 트럼프는 95명의 대의원 중 89명을 챙기며 뉴욕주에 배정된 대의원을 '쓸어가게' 됐다.
트럼프는 CNN 기준 총 847명의 대의원을 확보했고, 크루즈는 553명, 케이식은 148명을 챙겼다. 트럼프는 이번 승리로 크루즈 의원의 추격은 따돌렸지만, 후보 지명에 필요한 '매직넘버'인 과반 달성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AP 통신은 트럼프가 뉴욕에서 대승한 뒤 나머지 경선지역 중 펜실베이니아와 캘리포니아 등 대형주에서 압승하고 나머지 지역에서도 선전한다면 과반 달성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분석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이 같은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봤다.
트럼프가 과반 확보에 실패한다면 '경쟁 전당대회'(contested convention) 또는 '중재 전당대회'(brokered convention)를 치러야 한다. 트럼프 자신 역시 이같은 가능성에 대비해 관련 전문가를 영입하는 상태다.
CNN방송은 이날 결과를 두고 "선두주자들에게는 따뜻한 귀향(homecoming) 행사가 됐을 것"이라고 평했다.
클린턴 전 장관과 트럼프는 모두 뉴욕에 연고를 두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은 2000년 뉴욕주 상원의원에 당선돼 8년간 뉴욕서 의정 활동을 했다. 트럼프는 뉴욕이 고향이다. 뉴욕시 퀸스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지금도 맨해튼 중심부에서 살고있다. 샌더스 의원 역시 뉴욕시 브루클린 출신으로 뉴욕이 고향이지만, 고향의 표심을 얻는데에는 모자랐단 평가다.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