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스·피치 등, 30조弗 부채 위험 경고
[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연초 패닉장에 달아났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하나 둘 모여들며 중국 증시에 봄기운이 돌고 있다.
하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중국 부채에 대한 엄중한 경고들이 쏟아지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국 증시 <사진: AP/뉴시스> |
2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외국인들의 중국 증시 투자 움직임이 작년 여름 이후 가장 활발해지는 등 투자 분위기가 조금씩 달아 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집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글로벌 투자자들은 181억위안어치의 중국 주식을 쓸어 담으며 작년 8월 이후 최대 월간 순매입 규모를 기록했다.
HSBC 아시아 거래대표 앤디 메이나드는 "뮤추얼 펀드서부터 글로벌 연기금까지 중장기 투자자들은 물론 개미 투자자들까지 돌아오는 분위기로, 규모가 거대하진 않지만 상승 분위기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미래에셋 글로벌인베스트먼트 공동 최고투자담당자(CIO) 라훌 차다는 "두 달 전만해도 아무도 중국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분명히 관심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증시에 대한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같은 날 중국 부채 수준에 대한 강력한 경고도 잇따라 제기돼 무조건 낙관론만을 견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 부채 경고음 'ON'
조지 소로스[출처:AP/뉴시스] |
이날 시장 곳곳에서는 중국의 부실부채 위험성에 대한 경고음이 잇따랐다.
헤지펀드 대부 조지 소로스는 중국 경제가 지난 2007년과 2008년 금융위기 직전의 미국 모습과 흡사하다며, 급격히 늘고 있는 중국 부채가 경고 신호라고 지적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도 중국의 양호한 성장세는 부채를 대거 확대한 효과에 불과하며 이는 금융 시스템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대학 교수 로이 스미스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수 십년 동안 중국이 발표한 놀라운 성장 기록은 이제 끝이 다가왔다며, 1980년대 말 부실부채 급증으로 위기를 맞은 일본처럼 중국도 위기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이 일본식 경제 발전 모델을 따르고 있는데 일본처럼 통제 불가능한 수준의 금융 위기를 마주하고 있을 지 모르며 아시아의 다음 슈퍼파워로 등극할 능력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NAB 아시아 선임 이코노미스트 제라드 버그 분석에 따르면 은행 대출, 그림자금융, 국채 및 비그림자금융 부문까지 합친 중국의 총 부채 수준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308% 정도다.
NAB 분석과 중국 통계국 발표치를 토대로 한 중국의 부채 규모는 30조달러를 넘어서는 막대한 수준이다.
◆ 부동산 '과열' 조짐… 개혁 시급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중국의 부채 증가세가 현재 진행형이지만 막대하게 풀린 자금은 부동산 등으로 유입되는 등 건전한 소비 진작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중국 부동산 <사진=뉴시스/신화> |
인민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 1월 중국의 신규대출은 2조5100억위안으로 2004년 1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지난달에도 신규대출은 1조3700억위안이 더 늘었다.
그림자금융과 같은 비전통 창구를 통한 유동성 규모를 알 수 있는 총 사회융자 규모도 2월 7802억위안에서 지난달에는 2조3400억위안으로 더 확대됐다.
문제는 이처럼 꾸준히 늘어나는 유동성이 부동산과 관련 산업 부문으로만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호주 커먼웰스뱅크는 중국 당국이 2014년과 2015년에는 증시를 통한 성장을 꾀하더니 올해는 부동산을 성장 동력으로 선택한 듯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비스와 소비 부문을 새 성장 모델로 삼겠다는 당국의 계획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웨이 야오 연구원은 부동산 관련 부문의 회복을 지목하며 "신용과 투자를 바탕으로 한 구식의 회복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부양의 결과는 인플레이션과 자산 거품, 과잉 생산 뿐"이라고 지적했다.
뉴욕대 스미스 교수는 중국이 앞으로 시장의 힘에 의해 움직일 수 있도록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책 관계자들이 개혁 도입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